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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_임인년 73

휴가 후 집청소

기나긴 휴가가 지나갔다. 일주일 내내 흐리다는 기상예보에 과연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던 게 어제 같다. 다행히 키즈 펜션에 입성한 날과 퇴실하는 날의 해는 말도 안 되게 강렬했다. 가만히 있어도 육수가 나오고 옷이 진하게 젖을 정도였다. 그렇게 예상보다 즐거웠던 꿀 같은 휴가가 끝났으니 출근 전까지 할 일은 청소였다. 어디를 청소할까 잠시 생각한다. 흐린날이고 비가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빨래는 접어두었다. 환기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방바닥엔 모래알처럼 거슬리는 먼지나 장난꾸러기가 흘리고 난 후 단단하게 굳은 밥풀들이 여기저기 있다. 신기하게도 이 불순물은 내 발에만 붙는다. 미스터리한 현상이다. 그렇게 집안을 눈과 발로 스캔하며 돌아다녔고 첫째의 유치원 실내화도 보였다. 이제 방향을..

탈모는 인생을 망치지 않는다.

어느 날 친구가 날 보며 말했다. 시선은 내 눈이 아닌 머리로 향하고 있었다. "너 머리가... 이마가 많이 올라갔네" 그렇다. 탈모다. 진행률로 계산한다면 40% 정도라고 해야 하나. 이제는 누가 봐도 탈모구나 할 정도로 도드라져 보이는 수준이다. 20대부터 많은 스트레스를 동반했고 고민도 많았다. 약도 먹고 주사도 맞고 다양한 시도도 했다.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아빠, 엄마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제는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조금씩 인정하고 있는 단계다. 내면의 아름다움에 투자하자는 다짐은 확실해졌다. 뉴스 기사를 보면 탈모로 스트레스받는 2030 세대들이 많다고 들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내 주변의 지인들 중에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은 없었다. 머리가 빠진다고 말하고 있지만 거짓말처럼 머리숱은 많았다..

대화의 희열을 느끼고 있나요?

어제도 그랬다. 즐거운 대화는 잠깐 뿐이고 화가 나고 마음이 상하는 대화는 많았다.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가 행복한 대화를 하며 웃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동시에 혼자서 고민한다고 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 고민을 대뜸 말하기도 어려웠다. 평일은 업무로 꼬여버린 머릿속에서 고민을 꺼내어 볼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집안에서는 육아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깨어있을 때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건 일상적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깨어있는 동안 분노가 넘치기 직전에 있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여유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았다. 설령 고민이나 어려움을 말하더라도 쉽게 다툼으로 번질 소지가 있었다. 그래도 혼자만의 고민과 연구는 가능했기에 계속 생각해봤다. 대화를 즐겁게, 감정은 편안하게, 표정은 밝게 할 수..

피야 잘 돌고 있니?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았다.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기에 2년 주기로 검사를 받았다. 검사항목들을 살펴보면 2년마다 오랜 친구가 안부를 묻는 정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검사항목은 기본적인 것들 뿐이라 평상시 건강관리에 신경 쓰면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시력, 청력, 소변, X-RAY, 혈압, 채혈이 주요 검사내용이다. 아직 만 40세가 되지 않은 몸이라 내시경은 별도로 받지 않는 이상 검사항목에서 제외된다. 평소에 담배는 피우지 않고 술은 자주 먹었을 때는 1주에 2번 정도 1.5병 정도를 마셨다. 하지만 근 2년은 음주가 거의 없었다. 건강에는 자신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문제가 있어서 걱정되는 수준도 아니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보통의 상태로 지내왔다는 것이다. 검사 결는 우편..

배가 부른 나에게

한동안 잘 참아왔던 야식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모습이 반복됐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아이들이 빨리 잠들면 자동적으로 야식메뉴가 떠오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술은 먹지 않는다. 매번 생각하는 메뉴는 비슷하다. 그리고 먹던 집에서 시켜먹는다. 야식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다음날은 피로감에 아침 기상이 더디고 속이 더부룩하다. 그런 날 점심메뉴에 미역이나 녹색 나물 같은 음식이 나오면 일부러 더 먹는다. 장속에 노폐물이 만들어낸 독소를 빨리 제거하고 싶기 때문이다. 더 챙겨 먹으면 왠지 속이 금방 편안해지고 배가 쏙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현실은 변함없이 그대로다. 여전히 배는 불러있다. 출근 전 화장실에서 거울을 본다. 야식과 운동이 부족해진 이후 내 배는 항상 나..

내 마음의 안식처는 어디일까

사실 최근 들어서 사는 게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본 게 별로 없다. 설렘이나 기대도 없고 그저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같은 일상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그런지 멍하니 그저 있고 싶다. 날씨가 좋은 요즘엔 멍하게 하늘을 보기 참 좋은 시기다. 하얀 구름들이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을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넓은 공원이나 한적한 곳에서 들리는 백색소음도 마음을 편하게 한다.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나 여유가 많음에도 무언가에 쫓기듯 사는 나를 보면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내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채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게 부담으로만 작용할 때가 많다. 어린아이처럼 눈앞에 있는 것만 보며 웃다, 울다를 반..

매끈한 내 발은 어디로 갔을까

내 발 뒤꿈치에 비상이 결렸다. 무더운 여름이 오고 있다. 내 몸에 보충되는 수분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출퇴근길 전철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은 땀이 나기 시작하는 마음의 안정을 선물한다. 땀으로 젖은 등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건 마음이 불편하다. 그런데 어디선가 기분 나쁜 느낌이 난다. 이 느낌은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내가 잘 못 느낀 건가 하고 걸음까지 멈추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바로 내 뒤꿈치였다. 왼발 뒤꿈치에 가뭄이 들어 갈라져 버린 것이다. 겨울에 나타나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여름에도 날 괴롭힌다. 걸을 때마다 찌릿찌릿한 기분은 언짢게 만든다. 너무나 언짢아질 때면 일부러 아픈 곳을 꾹 눌러버린다. 괜히 발 뒤꿈치에 화풀이를 했다.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미안함이 몰려온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