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휴가가 지나갔다. 일주일 내내 흐리다는 기상예보에 과연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던 게 어제 같다. 다행히 키즈 펜션에 입성한 날과 퇴실하는 날의 해는 말도 안 되게 강렬했다. 가만히 있어도 육수가 나오고 옷이 진하게 젖을 정도였다. 그렇게 예상보다 즐거웠던 꿀 같은 휴가가 끝났으니 출근 전까지 할 일은 청소였다. 어디를 청소할까 잠시 생각한다. 흐린날이고 비가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빨래는 접어두었다. 환기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방바닥엔 모래알처럼 거슬리는 먼지나 장난꾸러기가 흘리고 난 후 단단하게 굳은 밥풀들이 여기저기 있다. 신기하게도 이 불순물은 내 발에만 붙는다. 미스터리한 현상이다. 그렇게 집안을 눈과 발로 스캔하며 돌아다녔고 첫째의 유치원 실내화도 보였다. 이제 방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