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_임인년/일상

너무 쉬고 싶을 때 듣는 음악 BEST...5?

솔트리오 2022. 12. 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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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받고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때가 있다. 매번 순환하듯 이런 기분과 상황은 찾아오는 것 같다. 원하는 곳으로 당장 갈 수도 하기 싫다고 도망칠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런 상황에서 유일한 도피처는 내 차 운전석이었다. 차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멍하니 있다가 흥얼거린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만 골라서 원하는 크기로 듣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는 기분이다. 다른 무엇을 하기 위해 계획하고 준비할 필요 없이 가장 빠르게 내 선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도 들었고 별거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노래를 듣는 동안 차 안의 공간은 나와 가장 가까이서 대화하고 토닥여 줄 수 있는 공간이다. 신나는 노랠 듣다가 눈물을 흘린 곳도 차 안이다. 음악이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시간, 장소마다 같은 음악으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이다. 멋지지 않은가.


아래에 소개하는 음악들은 주로 출퇴근길 차에서 또는 업무 시작 전 조용한 사무실에서 듣는다. 그리고 가끔 막내 낮잠을 재워줄 때 들려주었던 음악도 있다. 물론 그 음악을 듣고 잠들지는 않았지만. 무슨 소리지? 하는 얼굴로 잠시 가만히 있던 모습은 잊을 수 없다.


첫 번째 - Desafinado - Lovisa

 

이 음악을 알게 된 지 9년 정도 됐다. 보사노바를 검색하다 알게 되었다. 당시 다니던 회사는 역에서 내려서 15분 정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 길에 들으며 아침 기분을 정화했다.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에 워치 한 화사라 조용하고 한적해서 이 음악을 듣기에 아주 좋은 배경이었다. 듣고 있는 내내 마음이 시원하고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아침보다 점심 또는 가벼운 외부 출장길에 종종 듣는다. 이 노래와 잘 어울리는 유튜브 영상이 있다. 그 영상은 도로 위에서 시원하게 달리는 차 안에서 찍은 영상이다. 보고 있으면 화면에 잠시 빠져들게 된다. 어딘가로 여행을 가는 듯하다. 이 노래가 막내에게 자장가로 들려줬던 음악이다. 다시 한번 들려줄까 생각해본다.

 


 

두 번째 - Edvard Grieg - Peer Gynt "Morning Mood"

 

이 음악을 듣는 순간 '이거 들어봤어!' 하고 반응할 수 있다. 에드바르 그리그는 작가 헨리크 입센의 부탁으로 희곡 '페르귄트'에 맞는 음악을 만들었다. 주인공 페르귄트가 모로코에서 맞는 아침의 기분을 표현한 작품이다. 아침에 들으면 눈앞에 푸른 숲이 펼쳐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늘과 멀리 있는 커다란 산이 강에 비친 그림 같은 모습도 떠오른다. 작은 폭포가 보이기도 하고 드넓은 초원이 보이기도 한다. 간혹 짜릿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결혼 전 엄마 아빠랑 같이 살 때였다. 주차장엔 아침 9시까지 클래식이 흘러나온다. 늘 같은 클래식이지만 생각보다 질리지 않았고 언제나 기분 좋게 출근했던 기억이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피트니스 클럽으로 아침운동을 다녔을 때도 탈의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은 내가 잘 지내는구나 위로받는 기분까지 들었다. 클래식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때부터 조금씩 듣기 시작했고 지금은 좋아하는 곡이 생겼을 정도다.


 

세 번째 - The Weeknd - I Feel It Coming (ft. Daft Punk)


이름만 들어도 초대형 글로벌 가수다. 위켄드의 많고 많은 명곡 중 개인적으로  'I feel it coming'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노래의 도입부터 리듬과 멜로디가 중독성 있는 게 매력적이었다. 그다음이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끝까지 다 들었고 '이거야!' 하고 흥얼거렸다. 여러 곡의 음악을 듣다 보면 도입부가 좋지만 중간에 들어서면서 부족함을 느끼는 음악들이 있다. 이 곡은 그 부족함이 모두 채워진 곡이다. 어느 방송에서 우연히 듣고 난 후 너무 궁금해서 한참을 찾았던 곡이기도 하다. 처음 들었을 때 마이클 잭슨과 목소리가 비슷해서 가수를 착각할 정도였다. 특이 이 음악은 밤에 들었을 때 안정의 효과가 가장 컸다. 심하게 야근이 필요한 날이면 퇴근 때마다 차에서 듣게 되는데 반복해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네 번째 - Hoody - Submarine


정말 시원한 시티팝 노래다. 더운 여름날 에어컨 바람이나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시원한 음료를 즐기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겨울이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겨울에  머릿속이 시원해지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듣는 노래다. 지난여름에 즐겨 들었던 노래인데 제주도 해안가를 달리며 들었으면 어떨까.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얼음이 들어있는 사파이어 빛깔의 음료가 떠오른다. 저강도 운동을 할 때 들으면 좋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본 운동 전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몸풀기 러닝과 함께 즐기면 적당할 듯하다.

 


 

다섯 번째 - W & Whale - Stardust

 

군 시절을 강원도 속초에서 보냈다. 사시사철 공기가 좋고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에서 짧고도 긴 군생활을 했다. 깊은 산골에서 이 노래를 처음 알게 됐다. 동갑내기 두 달 선임이 알려줬는데 그 선임이 전역하고 내 차례가 됐을 때 특히 감명 깊게 들었던 노래다. 오랜 기간 같이 생활하던 사람이 하나 둘 나갈 때 마음에서 느끼는 허전함은 숨길 수 없었다. 물론 귀찮게 하고 괴롭혔던 선임이 나가는 건 홀가분하고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그 외 선임자들이 손 흔들며 밖으로 나갈 때 마음속으로 물었다. '정말 가는 거야?'. 이 노래가 그 허전함을 조금은 달래줬다. Whale이 직접 기타 연주를 하면서 부르는 노래는 전역을 앞둔 내게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차분하게 전달하는 것 같았다. 이 노래를 듣는다면 조용한 밤에 듣기를 권한다. 

 


 

마음의 불을 진화시켜주는 음악들을 나열해봤다. 음악을 다양하게 듣는 편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는 게 마음에 든다. 각 노래마다 내 인생의 스토리도 살짝 묻어있어서 그런지 애착이 간다. 꼭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듣기 좋은 음악인 건 틀림없다. 삶의 어떤 순간 뇌리에 꽂힌 음악들이 있다. 그 음악만 들으면 마치 최면에 걸리듯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고 그 상황을 머릿속에서 재현하게 된다. 트루먼쇼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의 마지막은 엄청난 반전으로 다가왔다. 마치 우리들의 모습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 간혹 들 때도 있다. 어딘가 무대 밖으로 나가는 문이 있을 것 같은 기분. 현실에서 가장, 회사원, 자식, 친구, 동료 등 수많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중에 '나'라는 역할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무대 밖으로 나가는 연습이라고 하고 싶다. 음악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도와줘서 음악에게 고맙고 좋은 음악을 탄생시켜준 모든 분들께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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