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나온 눈물 포인트
토요일 아침. 늘 그랬다. 귀염둥이들이 놀고 싸우고 뛰고 다시 노는 반복되는 알람소리에 깼다. 8시가 안 된 시간. 귀염둥이들은 모두 언제쯤 일어났을까. 첫째는 7시쯤 일어났다 하고 둘째는 형아가 나와있었다고 하니 그다음이고 막내는 첫째가 마지막으로 일어났다고 말한다. 그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건 아주 훌륭한 일인데 너무 소란스럽구나. 나의 주말 아침은 이렇다. 일어나야지 하면서도 주말은 무거운 몸을 가눌 힘이 부족하다. 이불은 또 어찌나 포근하던지. 자다가 땀나는 게 싫어서 얇은 긴바지와 반팔티를 입고 자는데 아침이면 최적의 온도가 되어있다. 정말 나가기 싫은 딱 그런 온도다. 조금은 조용해진 틈을 타서 다시 잠들어 볼까 하려던 차에 누군가의 접근이 느껴진다.
막내다. 막내 귀염둥이는 배고프다며 칭얼거린다. 아침으로 뭐라도 줘야 하지만 몸이 일으켜지지 않는다. 막내에게 다른 이야기로 신경을 돌리고 잠잠해진 틈을 타서 다시 눈을 감아본다. 다시 칭얼칭얼. 어쩔 수 없이 일어나야 한다. 막내에게 부탁한다.
"귀염둥이~ 아빠 좀 일으켜줘"
손을 뻗으면 막내가 낑낑거리며 날 잡아당긴다. 그래 이 맛이지. 막내의 도웅으로 힘겹게 일어났다. 기분 좋으면서 동시에 게으른 주말을 맞이하는 기분이 불편했다. 일단 일어났으니 귀염둥이들에게 아침을 간단히 차려줬다. 밥이랑 연근조림이랑 순무김치 그리고 고구마를 하나씩 줬다. 확실히 내가 주는 아침과 아내가 차려주는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아침을 먹었으니 아이들은 다시 놀기 시작했고 나는 라디오를 들으며 설거지를 시작했다. 아침이 지나가고 점심이 되어갈 즈음 아내는 김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집안을 가득 채운 고소한 냄새가 좋았다. 아이들도 고소한 냄새에 신났다. 아내가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요리를 하는 동안 위험한 도구들이 사용되기 때문에 요리시간만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중요하다. 첫째 둘째는 커서 위험한 것을 알고 있지만 막내는 아직 잘 모른다. 빨간색 바탕에 미키마우스 패턴이 있는 내복을 입고 종횡무진 집안을 요리조리 돌아다닌다. 김밥이 하나씩 완성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지고 접시에 놓아졌다.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오고 아이들 곁으로 가는데 막내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나 봤더니 식탁밑에 숨어있었고 슬쩍 나오더니 접시 위에 놓인 김밥을 하나 쏙 집어먹는 게 아닌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난 것이다. 후다닥 가서 번쩍 안아줬다.
"고양이 잡았다!"
막내는 김밥을 몰래 먹었다는 기쁨에 깔깔 웃었다. 라디오에선 노래 '하얀 나비'가 흘러나왔다.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배우 심은경이 코끝이 찡하게 불렀던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 속 그 장면과 노랫말 그리고 내 앞에는 막내가 안겨 웃고 있었다. 뭐랄까 지금이 아니면 다신 볼 수 없는 장면 같았고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벌써 이 만큼이 커버린 막내 녀석. 너무 가벼워서 한 팔로 종일 안아도 괜찮았는데 이제는 두 팔에 꼭 힘을 줘야 할 정도로 컸다. 노래와 막내의 귀여운 모습 그리고 지금의 분위기가 나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왈칵 쏟아질 것 같아 막내를 안고 책방으로 향했다. 막내는 여전히 깔깔거리며 장난을 치고 나는 창밖을 보며 터져버릴 것 같은 슬플 감정을 겨우 진정시켰다. 후... 뜬금없는 상황을 잘 넘겼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때론 펑펑 우는 것도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남자의 경우 더 그렇다고 한다. 예전과는 다르게 인식이 조금은 바뀐 듯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남자의 눈물은 스스로 창피한? 일로 각인되어 있다. 좀 전의 내 행동에도 그런 인식들이 섞여있다. 그래도 울 수 있다면 펑펑 우는 걸 추천한다. 무슨 이유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모두가 잠든 때에 혼자 책방에서 울었던 적도 있고 차에서 울었던 적도 있다. 설마 했던 작은 불씨가 순식간에 큰 불로 이어지듯 눈물이 주르륵 흐르도록 울었었다. 한 참을 울고 나니 꿀잠을 잔 듯 후련해졌다. 걱정을 모두 태운 듯 개운하고 시원했다. 내가 힘들다고 아이들에게 불평을 뿜어내는 것이 잘 못된 것을 알면서도 반복했던 내가 미워서 미안함에 눈물이 난 것 같기도 하다.
평소에 사랑하고 아끼도록 노력하자. 우리 깽깽이덜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