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노력?
첫째는 태권도 대회준비로 주말을 제외한 나머지 평일은 저녁 6시~밤 9시까지 연습한다. 쌀쌀한 날씨지만 머리카락이 젖을 만큼 땀을 흘린다. 그런 첫째를 집으로 데려오고 첫째가 목욕을 마치고 나면 머리를 말려주고 로션을 말려주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한다. 이런 상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는데 피로함과 잠이 올 즈음에 데리러 가야 하는 귀찮은 상황이 벌어진다. 맹모삼천지교와 빗댈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아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데 아빠로서 어찌 방관할 수 있으리. 졸려도 귀찮아도 데리러 갔다.
내가 첫째를 데리러 가는 상황은 두 가지다. 일찍 퇴근하는 경우와 늦게 퇴근하는 경우다. 일찍 퇴근하면 집에서 아빠랑 씻는다며 기다리는 막내를 만난다. 요새는 어찌나 장난을 치는지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말끔하게 목욕을 마치고 로션을 바르고 내복을 입고 머리를 말린다. 머리를 다 말리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8시 전에 목욕을 끝내면 둘째와 막내에게 보고 싶은 책 한 권씩을 가져오라 한다. 셋이 착 붙어서 신나게 책 나라로 떠난다. 책을 읽어두는 시간은 보통 15분에서 길게는 30분 이상 소요된다. 오래 걸리는 이유는 글밥이 많고 적고의 영향보다 책장에 있는 그림이나 질문들이 생기면 길어진다. 하나씩 성의를 담아 말해주는 때도 있고 반대로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짧게 대답하거나 너무 늦었으니 궁금한 건 내일 물어보길 권한다. 책 읽기가 끝나면 막내가 불을 끄고 눕는다.
이제는 체력이 좋아졌는지 곧바로 잠들지 않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쫑알쫑알 노래 부르고 장난치기만 한다. 처음이야 귀여운데 너무 오랜 시간을 그러면 머리가 빙빙 도는 기분이다. 각성하면 2시간 정도를 눕고 앉고까지 하며 논다. 그러다 한 순간에 잠든다. 첫째가 끝나는 시간은 정해진 터라 막내의 수면에 상관없이 태권도장으로 향한다. 간단하게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간다.
미세먼지 수치도 낮고 달빛이 밝은 날은 환한 밤거리를 만끽한다. 졸려서 나오기 귀찮았던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한 걸음씩 태권도장으로 향했고 상가건물이 보인다. 계단을 오르고 태권도 출입문이 보인다. 이미 도착해서 자녀를 부모님들이 보인다. 정말 부지런하시다. 자주 보는 분들 중엔 가볍게 인사하는 분도 있고 그냥 멀뚱히 서있는 분도 있다. 아이들이 나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린다. 다른 부모님들의 마음이 궁금하다. 나처럼 귀찮고 귀찮을까.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줄줄이 나온다. 관장님 사범님께 인사하고 하나 둘 집으로 간다.
어린이집에서 유치원. 유치원에서 학교. 이젠 첫째 등하굣길을 볼 수 있는 때가 많지 않다. 거의 없다. 조금 다 크면 이마저도 아이 혼자 오고 가겠지. 태권도장에서 같이 오는 길을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그간 느껴졌던 귀찮음이 달아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