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두통? 머리가 띵하다 왜?!.
사무직이라면 그것도 야근이 잦은 업무에 찌들었다면 한 번쯤 자신의 나체를 보고 놀랐을 거라 생각한다.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가 그렇다.
수척해진 얼굴과 약간 쳐진 눈꺼풀 힘없이 내려간 입꼬리. 그래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고 잠을 잘 자면 되고 스트레스 관리를 잘한다면 빠른 회복이 기대된다.
앞서 말한 내용이 초급단계라면 중급으로 넘어가 보겠다. 배가 나왔다. 그럼 살이 쪘다고 할 수 있을까. 체중계의 숫자는 지난달보다 다소 올라가 있다. 그렇다면 몸무게는 늘었으니 살이 쪘다는 말은 성립된다.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허벅지가 끼이는 느낌에 불편했던 바지에서 느슨해진 여유가 느껴진다. 분명 체중은 증가했는데 잘 안 맞던 바지가 제 주인을 찾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피팅됐다. 바지뿐인가 셔츠도 마찬가지였다. 팔에도 압박이 아닌 여유와 어깨가 자유로워진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중요한 건 꽉 끼지 않았던 부분이 뷸편해졌다는 점. 배는 상당히 튀어나왔다. 긴장을 풀고 옆으로 서서 거울을 보면 세상 커다란 굴곡을 그리고 있는 배를 볼 수 있었다.
"정말인가?".
내 배를 보고 나지막이 뱉은 마디였다. 내 자산이 이렇게 불었다면 노래를 불렀을 테지만 이 상황은 차마 그럴 수 없게 만들었다. 손가락은 더 길어 보였다. 손에 관련된 사연이 있다. 아내는 사진을 찍어 SNS에 간혹 올리는데 아는 언니가 내 손을 보고 아내의 손이냐고 물어봤다고 할 정도다.
이제 상급을 소개해 보겠다. 소화와 회복이다. 식성은 더 좋아졌다. 많이 먹고 잘 먹는다. 자주 먹는 건 아니지만 간식도 식사처럼 많이 잘 먹는다. 아내와 술 한잔을 하는데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아내의 회복속도와 현저히 차이가 나는 것이다. 소화도 잘 안된다. 위장에서 소화도 그렇지만 소장의 소화능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를 하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할 때가 종종 발생한다.
야식이 주요 원인이라는 확신이 들지만 과거보다 소화와 회복의 능력이 약해진 것도 확실했다. 신체적인 반응속도도 둔해졌다.
아직 할 일은 많은데 지치기만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마음 편히 쉬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어렵다. 완전한 회사의 한 부품으로 전락해 버린 것일까.
몸상태가 삐리리 하다. 머리도 띵하고 말이다. 나의 인생을 살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에서 벗어나는 게 답인 것 같다. 그 답은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