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뱃속에서 이랬구나
"자 우리 귀염둥이 아빠랑 씻자~"
방긋방긋 잘 웃는 막내와 하는 목욕은 너무나 즐가운 시간이다. 여름엔 매일, 일교차가 큰 요즘은 이틀에 한 번 막내를 씻겨준다. 사실 땀이 많은 아기라 거의 매일 씻는다고 보는 게 맞다. 주로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막내를 씻겨주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그 덕분인지 이젠 막내 목욕은 내 전담이 됐다.
퇴근 직후라 나도 씻어야 하기 때문에 막내처럼 시원하게 훌렁 옷을 벗고 화장실로 입장한다. 의자에 앉아 다리 위에 막내를 눕혀주고 따듯한 물을 샤르륵 뿌려준다. 막내는 손, 발을 꼼지락 거리며 따듯한 물과 어울린다. 더 귀여운 건 세수하기 직전에 얼굴을 잔뜩 찡그리는 모습이다. 얼굴에 손이 가기도 전에 눈을 질끈 감고 입에도 힘을 꽉 준다. 이 순간이 너무 귀엽다. 그리고 얼굴을 보듬듯이 세수를 시켜준다. 생각보다 발버둥 치지 않아 줘서 쬐꼬만 한 게 기특하고 고마웠다. 머리를 감으려 따듯한 물줄기를 머리 쪽을 향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눈동자엔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한 표정이다. 그리고 하품을 쩍 한다. 위아래로 입을 크게 벌리며 또 한 번 찡그린다. 귀엽다. 머리에 보글보글 거품을 일으키고 문질러준다. 따듯한 물이 다시 머리 위로 흐른다. 그날 흘린 땀과 머리카락 끝에 딱딱하게 굳은 이유식과 뭉쳐있던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풀어진다. 머리를 감겨주는 내 속도 개운해진다. 머리를 감겨주시는 미용사 분들도 이 맛에 머리를 감겨 주실까.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이 머리가 개운해지니 잠이 쏟아지나 보다. 아이는 곤히 잠들었다. 물을 살살 틀어 잠든 아이를 쳐다본다. 따듯한 물에 몸을 맡기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목욕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엄마 뱃속에서 이렇게 잠자고 있었구나"
나도 모르게 엄마의 따듯한 품이 떠올렸다. 나도 10개월의 긴 시간을 따듯한 엄마의 품 속에서 자랐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결혼하고 무언가에 항상 쫓기듯 시간을 보냈다. 내가 부모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했고 아직도 어린아이 같다고 느껴지는 때가 많았다. 7년이 넘어서야 엄마의 품을 생각하게 됐다.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알았겠는가. 기나긴 여정 그리고 지금 눈앞에 펼쳐진 모습을 보고야 느끼게 됐다.
목욕을 마친 뒤 물기를 닦아주고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로션과 기저귀 그리고 옷 입히기까지 끝냈다. 머리까지 말려주니 엄청난 귀염둥이로 새단장을 했다. 퇴근 후 곧바로 목요일을 시켜주는 건 솔직히 힘든 일이다. 하지만 지난 시간과 오늘의 모습을 생각하면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지라는 생각은 확실히 자리 잡고 있다. 첫째 둘째만 봐도 이제는 알아서 하겠다고 고집부리는 걸 보면 힘들고 어려운 건 한 순간이다.
아이는 그 존재만으로 행복이다. 그 존재를 태어나게 하신 부모는 사랑이다. 보고 싶다 우리 엄마 아빠 그리고 내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