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 식사 알림장
2023년 4월 25일 화요일
첫째와 둘째 귀염둥이들 참관수업이 있는 날이다. 덕분에 다른 때보다 만족스러운 수면시간이었다. 느긋하게 씻고 나오니 첫째가 나와 함께 등교하고 싶다고 했다. 평소엔 혼자서 신나게 등교하는 귀염둥이다.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니 "아빠 학교 가자"를 함께했다. 따듯하고 제법 커진 첫째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학교까지 거리는 5분 정도 되는데 왠지 모를 여운이 남았다. 교문에서 인사하고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아직은 아기처럼 보였다. 등에서 흔들리는 커다란 가방이며 신나게 학교에 뛰어가는 모습이 선명하게 남았다. 잠시뒤 교실에서 만날 생각으로 집으로 와서 이번엔 둘째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밤새 캥캥거렸던 우리 둘째 귀염둥이와 아침 일찍 병원에 다녀왔다. 둘째도 유치원에서 만날 기대를 하며 시원하게 유치원 버스를 태우며 인사했다. 막내는 장모님께 잠깐 맡겨두고 아내와 첫째 학교로 서둘러 향했다.
이런 날은 엄마들의 패션과 아이들의 패션이 조금 신선해지는 날이다. 멀리서 보면 굉장히 세련되고 차가운 도시에서 튀어나온 듯한 옷차림의 엄마들이 많이 보였다. 한 시간을 위한 엄마들의 노력은 정말 놀랍고 대단했다. 놀라지 않은 척 첫째 교실로 향했다. 부모님들의 관심이 정말 뜨거웠다. 아이들 주변으로 엄마 아빠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귀염둥이반의 엄마들이 전업주부의 비율이 높다고 했다. 그리고 아빠들도 출퇴근이 자유로운 분들이 많다고 한다.
바로 앞에 우리 귀염둥이 뒤통수가 보인다. 아주 신나 있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참관수업은 1시간을 진행한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이 평상시 모습처럼 적극적이고 집중력 있게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유도하기 위해 노련함을 보여주셨다. 몇몇 아이들은 정말 엄청난 에너지를 보였지만 선생님은 미세한 표정의 변화가 있을 뿐이었다. 역시! 대답하시다. 선생님도 극한직업이라는 걸 참관수업에 참여하신 모든 부모님들이 공감을 하셨을 거다.
오늘 수업의 주제는 "모음놀이"다. 아이들이 조별로 앞으로 나와서 선생님이 보여주는 모음을 보고 친구들 앞에서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럼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고 어떤 모음인지 알아맞혀 보는 것이다. 수업에 나오는 모음은 'ㅐ', 'ㅙ', 'ㅖ' 등 두 개의 모음이 합쳐지지 않은 하나의 모음만 나왔다. 아직 그 단계까지는 조금 더 남았기 때문이다. 드디어 시작이다. 4명에서 6명의 아이들이 나와서 몸으로 표현한다. 신발을 벗는 교실이다 보니 아이들은 앞에 나와서 바닥에서 눕고 구르며 모음을 표현했다. 귀엽기도 하고 생각보다 아이들이 표현하는 방법들 중에는 기발한 표현도 몇 있었다.
드디어 우리 귀염둥이가 나올 차례다. 장난꾸러기답게 다른 문제를 달라며 선생님께 장난을 친다. 우리 귀염둥이가 표현할 모음은 'ㅡ' 다. 그냥 바닥에 누우면 모두가 "아~"할만한 모음이다. 귀염둥이는 다리를 찢고 엎드렸다. 다른 친구들도 다리를 찢고 유연함을 뽐내고 있었다. 보다 못한 선생님이 직접 시범을 보이셨다. 역시!. 멋지시다!. 선생님의 적극성을 발휘해 아이들은 장난을 살짝 자제하며 모음을 표현했다. 보는 내내 즐거웠지만 자꾸만 선생님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첫 번째 놀이가 끝나고 다음은 이름을 이용한 놀이를 했다.
아이들에게 두 개의 모음자가 지워진 자기의 이름표를 보여준다. 자기의 이름이 화면에 나오면 그 아이들은 앞으로 나와서 자기의 이름을 완성하고 자기의 이름과 빠진 모음이 무엇인지 친구들 앞에서 말하는 놀이였다. 귀염둥이는 첫 번째 순서로 선택됐다. 이름을 완성하고 발표를 했다. 장난기가 넘치지만 앞에서 발표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그리고 그 뒤로 20명이 넘는 친구들이 모두 한 번씩 나와서 이름과 모음자 놀이에 참여했다. 계획했던 1시간을 조금 넘겼지만 즐거웠다. 수업에 참여한 소감도 작성하고 교실밖으로 나왔다. 너무나 귀여운 초등학교 교실이다. 첫째의 학교생활을 더 보고 싶었지만 다음은 둘째의 참과 수업이 있기 때문에 곧바로 출발했다.
첫째보다 더 귀여운 둘째의 참관수업을 위해 10분 정도 여유 있게 유치원에 도착했다. 초등학생인 첫째도 작아 보였는데 유치원에 와보니 더 작고 귀여운 귀염둥이가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인형 같은 유치원 친구들도 앉아있었다. 유치원의 참관수업은 아이들의 교구놀이 활동을 보는 것이었다. 중간에 말을 걸거나 사진을 찍어서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게 자제해 달라는 말씀을 듣고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운 좋게 둘째가 바로 앞에 보였다. 귀염둥이 꼬맹이가 교구를 하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투덜거리던 그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 둘째가 맞아? 싶을 정도로 신중한 모습이었다. 자기가 원하는 교구놀이를 꺼내어하고 제자리에 넣으며 정리하는 습관도 같이 만들어가는 활동이었다.
다른 아이들도 아주 차분하게 교구에 집중했다. 템플스테이 같은 분위기였다. 주로 동영상으로 남겨두고 사진은 몇 장만 남겨놨다. 학교에서는 초상권 문제로 촬영은 안된다는 공지가 있어서 찍어두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나마 둘째 모습을 간직할 수 있어서 위안이 됐다. 30분 정도 교구놀이 시간이 끝나고 부모와 함께하는 교구놀이 시간을 가졌다. 우리 둘째의 유치원 선생님은 오신 지 얼마 안 된 분이지만 아이들과 소통을 잘하시는 분 같았다. 둘째가 선생님이 귀엽다며 아주 좋아한다. 세상에 선생님이 귀엽다니. 아이들의 눈은 속이지 못한다.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은 선생님이 새로운 교구를 소개하며 중간에 아이들에게 질문을 한다. 아이들은 어떻게든 대답하려고 움찍거렸다. 얼마나 귀여운지 앞다투어 대답을 한다. 틀려도 좋다. 용감하게 도전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우리의 미래가 희망적이다. 톡톡 튀는 귀염둥이의 매력을 살짝 엿보고 이제 참관수업의 막이 내렸다. 몇몇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간다는 소식에 울음 터뜨리기도 했지만 우리 귀염둥이는 잘 가라며 손을 흔든다. 우리도 쿨하게 "이따 봐~"하고 제일 첫 번째로 유치원을 나왔다.
비가 살짝 왔지만 아주 상큼한 오전을 보냈다. 집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회사로 곧장 달려왔다. 오늘은 그동안 매달렸던 업무를 마무리하는 날이다. 순조롭게 하나씩 입력 저장을 반복하며 진행율 100%를 향해간다. 좋았어 오늘의 저녁이 기다려지는군.
저녁을 먹기 위해 업무에 집중한다. 그리고 저녁과 조우했다. 오늘의 저녁이다.
역시 오늘도 퍼펙트하다. 오늘의 반전은 계란찜이다. 얼핏 보면 케이크처럼 생겼다. 그렇다. 식감도 케이크처럼 부드러웠다. 그런데 그뿐만 아니었다. 고구마처럼 익은 부분은 고구마 케이크 같은 식감이었고 11시 방향의 둥근 모양의 계란찜은 보드라운 카스텔라 같았다. 뭐지!!. 일부러 이런 계란찜을 만드신 거라면 그 비법이 궁금할 정도다. 계란찜이 다 그렇지라는 편견을 버릴 수 있는 짜릴 한 순간이었다. 그 여운을 오이김치가 시원하게 잊게 했다. 마치 다른 반찬들도 있으니 신경 좀 써달라는 듯 말이다. 오케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청경채와 제육 그리고 밥의 조합으로 푸짐함을 그대로 느꼈다. 멈출 수 없는 맛이다.
된장국은 국이라는 표현보다는 찌개와 같은 강렬함을 안겨줬다. 언제나 그랬듯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해장이 될 듯한 칼칼함과 호박과 포실포실한 감자는 어찌 그리 계속 당기게 만드는지. 강렬한 국물의 유혹을 이기려 안간힘을 냈다. 이 계기를 핑계 삼아 치킨너겟으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오늘도 감사한 식사 덕분에 고된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을 거 같다. 밥심 파이팅.
<오늘의 Pick!>
- 우연인가 내 입에 딱! 계란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