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 식사 알림장
2023년 4월 27일 목요일 - 겨울 같은 출근길
아내를 포함해 우리 집 세 귀염둥이들은 현재 감기에 걸린 상태다. 1주일 정도 지났지만 차도가 없다. 첫째는 목이 부었지만 콧물, 기침은 하지 않는 상태다. 둘째는 목도 붓지 않고 콧물도 나지 않지만 마른기침을 많이 한다. 셋째는 눈곱과 누런 콧물이 팡팡 나오지만 기침은 하지 않는다. 열도 없다. 아내는 목만 아픈 상태다. 4인 4색 감기가 한데 모였다. 나만 멀쩡하다. 심지어 둘째가 내 옆에서 자다가 얼굴에 캥캥거려도 아무렇지 않았다. 아이들은 감기에 걸렸지만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보면 감기와 전혀 상관없는 상태로 보인다고 아내는 전한다. 일과를 마치고 씻고 저녁을 먹고 나면 하나둘씩 칭얼거린다. 감기가 원인인지 막내는 시도 때도 없이 운다. 놀다가 울고 자다가 울고 가만히 있다가 운다. 왜 울까. 어딘가가 불편해서 그런 것 같은데 정확히 알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다둥이 양육자로서 그간 쌓인 경험으로 셋째가 우는 원인을 간파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세 아이를 키운다는 사실에 다 알 거라는 오만함이 들통난 것이다. 열 길 물속을 아는 게 한 길 사람 속을 아는 것보다 쉽다. 언제 시작됐는지 모르겠지만 속담은 정말 지혜의 결정판이다.
새벽 3시까지 자다 깨서 울기를 반복하는 셋째를 달랬다. 둘째가 이랬다. 심지어 둘째는 감기에 걸리지도 않은 상태였다. 엄청 울었던 그 아이가 지금은 아주 야무지게 자랐다. 너무 울어서 차로 멀리 가지도 못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자랐다. 이불을 덮어줘도 걷어차는 둘째에게 출근 전 이불을 덮어주고 집 밖을 나섰다. 오우. 웬걸 겨울인가?. 기온을 미리 확인했지만 생각보다 찬 공기는 놀라웠다. 얇은 티 하나에 도톰한 옷 두 겹을 입었다. 몇 걸음 걸으니 아주 딱 맞는 온도를 유지하며 피곤하지만 각정 된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
최근에 전철에서 보는 전자책은 두 종류다. 여전히 나의 관심을 끄는 자기 계발서 한 권과 주식을 다루는 책 하나다. 이 책들의 효과는 읽는 재미는 물론이고 곧바로 실행 가능하기 때문에 몰입하게 된다. 두 가지 모두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고 경기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연습이 된다. 지금은 안 하지만 사설 읽기에 몰입한 기억이 있다. 시시콜콜한 기사 말고 정말 힘이 실린 글을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건데 한 달 정도 꾸준히 읽었을까. 의외로 뉴스에서 나오는 용어나 이슈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 무작정 좋은 글 읽어보자로 시작된 한 달(주말제외 20일)만으로도 주변 사람들과 미세한 차이가 생긴 것이다. 간략히 설명을 할 수 있는 정도였으니 놀라웠다.
짧지만 놀라운 경험 덕분에 꾸준함과 글이 가진 재미에 생각보다 빨리 매료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은 왕복 1시간이다. 힘들어도 그 시간은 언제나 기다려진다. 막내의 울음소리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각성상태에 이르렀는지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춥지만 상쾌한 공기를 느끼며 바쁘게 출근(또는 퇴근)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어울렸다. 얼마 전에 봤던 책의 내용이 생각났다. 뉴욕으로 유학을 가게 됐는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옷차림부터 행동까지 기상천외한 사람들이 아주 많아서 낯설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 한국으로 유학온 외국인 친구와 대화를 하는데 상반된 반응이 재미있었다. 그 친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슷하게 입고 행동해서 낯설었다는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목소리는 높아지는데 아직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도 분명히 느낀다. 물론 그것이 잘되고 못되고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적으로 다양성이 일반화된 모습을 유행처럼 받아들이려는 내 마음이 어딘가 거슬렸다.
오늘은 하나의 업무에 집중하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됐다. 오케이. 새로운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어서 마음에 융통성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꿈자리에 연예인이 나왔는데 내 앞에 나타난 건지 꿈에서 TV를 본 건지 구분이 안 갔다. 연예인이 꿈에 나오면 좋은 꿈이라고 하는데 워낙에 왜곡된 내용이라 그냥 좋은 일이 생기겠거니 넘겼다. 오전은 무난하게 넘어갔다. 새로운 아이템을 공부하는 동안에도 시간을 잘 흘러갔다. 오늘은 사다리게임으로 계란프라이 당번을 뽑았다. 정말 꿈자리가 좋았던 건지 내가 당첨됐다. 당번은 특별히 점심시간 10분 전에 미리 식당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그래야 식사를 하시는 다른 분들이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따끈한 프라이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았어. 다른 때 보다 오늘은 세 분이 자리에 안 계셨다. 식당으로 출발!!.
<<<< 오늘의 점심! >>>>
식빵보소. 갈색빛으로 잘 익었잖아. 다른 때 보다 식빵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 이건 탄산이랑 먹어야 딱이지만 다른 반찬들이 계셔서 과유불급이라 생각했다. 점심을 먹을 시간에도 다소 쌀쌀했다. 그 영향인지 들깨가 들어간 뭇국!!!. 와 대박이었다. 달큼하니 시원한 맛. 들깨가 있어서 고소하니 오늘 같은 날씨에 딱이잖아. 무를 건져만 먹었는데도 달큰 고소 시원함이 뜨끈하게 넘어갔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계란프라이도 오늘따라 더 맛있는걸. 그리고 계란프라이도 각자의 입맛에 따라 다르게 했다. 소금유무, 익힘 정도에 따라 몇 가지 주문이 있었다. 오늘은 제대로 주문을 받지 못했다. 대장님이 "난 반숙으로 해줘!"라고 하셨다는데 가장 잘 익힌 걸 드렸다. 허허허. 반숙 같은 완숙입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그리고 사무직을 오래 하면서 해조류 섭취에 신경을 더 쓰게 됐다. 장운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배는 배대로 튀어나오고 피부도 맑아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인지시켰다. 물과 해조류, 푸른 채소는 꼭꼭 챙겨 먹자는 일종의 정신교육이 제대로 된 것이다. 미역줄기는 오독오독하다가도 부드럽고 짭조름하다가 고소하다. 언제 어디서 시작될지 모르는 맛의 경계선에 서있는 기분이다. 너무 좋지 않은가. 닭은 또 어찌나 부드러운지. 여기선 퍽퍽 살도 10% 여유 있는 부드러움을 맛볼 수 있다. 밥솥으로 한번 삶으시는 건가. 하나씩 캐물어보지 않기 때문에 혼자서 생각해 본다. 오늘도 역시 점심은 완벽했고요 토마토 상태도 좋았습니다. 약 20분 정도의 식사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고 잠이 오지 않는 각성상태를 즐기며 나머지 점심시간을 보냈다.
두둥. 오후 일과가 시작됐다. 아 그런데 어찌 좀 불편한 기분이 든다. 뭐지?. 뒤집어 놓았던 스마트폰이 떨고 있다. 전화다. 뭘까. 전화를 받고 어제 보냈던 자료에 대한 문제점을 드러내는 통화내용이었다. 아놔. 피할 수 없으니 에라 모르겠다 수습에 나섰다. 게다가 5월엔 출장도 잡혔다. 정말 OMG이다. 로또를 사지 않은 나의 선택은 탁월했던 것일까. 이래서 주식 관련 책에서 분산투자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가 조화를 이루는 구성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어야 했던가. 일단 다시 일이 터졌으니 수습을 하더 초고도 집중력을 발휘한다. 종이를 가져와서 메모를 하고 내가 만들었던 서류를 열고 입력한 숫자, 수식들을 확인한다. 오메. 오타 1 발견. 응? 뭐야. 오타 형제 다수발견. 오후 일과이니 멘털이 흔들릴지언정 든든히 먹은 점심 덕분에 회복세도 빨랐다. 30분이 넘는 전화통화를 끝내고 문제해결 방법을 고민했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시간의 속도는 제곱이 되는 기분이다.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다. 부장님과 식당으로 가는 동안 문제점에 대한 서면 보고를 진행했다.
간단히 보고를 마치고 나의 혼란스러운 정신을 꽉 붙들어줄 저녁식사를 하러 왔다.
<<<< 오늘의 저녁! >>>>
박수. 감자튀김이 나왔네. 왜 나는 감자튀김을 보면 자동적으로 햄버거 세트가 생각날까. 햄버거 기업의 마케팅은 누가 봐도 대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블로프의 인간인가. 어디 보자 오늘은 유채나물에 부침개까지. 심지어 부침개는 타이밍이 좋아 방금 만든걸을 받았다. 오늘 꿈이 개꿈은 아닌가 보다. 잘 먹겠습니다.
열심히 먹다 보니 생각나는 건 생선이 저녁식사로 나오는 건 탁월한 선택이라는 점이다. 물론 집에서야 같은 조건일 순 없지만 저녁은 몸의 기운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소화기관에 무리한 운동을 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내게는 딱 좋은 상황인 것이다. 식단을 계획할 때 그런 점도 고려하신 것 아닐까. 소금 간도 강하지 않은 저녁식사다. 유채나물부터 쫀득한 코다리조림까지 오늘도 잘 먹었다. 같은 가격에 밖에서 먹으려고 하면 절대로 이렇게 먹지 못한다. 그래서 외부로 출장 가는 길이 사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음식값도 비싸고 먹고 운전하면 어찌나 졸리던지. 천하장사여도 눈꺼풀은 들어 올리지 못할 것이다. 밥을 먹고 회사로 복귀하는 길에 너무 졸려서 졸음운전으로 깜짝깜짝 놀란 경험은 여러 번 있다. 그렇기 때문에 되도록 출장건을 만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아무리 그래도 현실은 팔을 휘저어도 날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즐거운 식판과 대면하는 고귀한 시간으로 하루 40분 정도를 보낸다. 아주 값지고 알차다. 이곳에 남아있는 사진들의 시간을 모두 더하면 엄청난 시간의 덩어리가 완성된다. 한번 보고 잊히지 않을 20분을 위해 오늘도 행복한 식판의 모습을 남겨둔다. 잘 먹었고요 사장님 이모님. 내일 뵙겠습니다.
<오늘의 Pick!>
- 고급스러운 토스트(+설탕 10%), 추위방어 들깨뭇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