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 식사 알림장
2023년 4월 10일 월요일
길고 긴 주말의 터널을 지나 마주친 월요일. 세상 아침부터 공기가 좋아 기분이 좋았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첫째와 둘째는 갑자기 천사가 되셨다. 내 볼에 뽀뽀도 해주고 덩달아 나도 귀염둥이들 볼에 뽀뽀했다. 세상 이런 행복한 취침시간이 올 줄이야. 잠들기 직전이면 항상 아이들이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신나서 쉬지 않고 쫑알거린다. 첫째와 둘째 그리고 이제는 셋째도 신나서 꺅꺅 환호하고 집안의 문들을 열어댄다. 누워서 책을 보는 고요한 시간까지 이끌어 오는 게 예전만큼 쉽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직 잠들기 전 책 보기는 꼭 하려는 모습이 힘들지만 기분 좋게 만든다. 아이들이 힘들면 책을 읽는 도중에 쌔근쌔근 잠들어버리고 내가 졸리면 중간에 헛소리를 한다. 글자가 다른 글자로 보인다. 첫째와 둘째는 툴툴거리며 지적한다. 잠깐 잠이 깬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힘들게 아이들을 재우면 책을 보고 헛소리를 했던 내 모습이 웃겨서 속으로 피식 댄다. 진짜 엉뚱한 말을 했다. 잠꼬대가 어떤 것인지 반(半) 수면 상태가 어떤 것인지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졸면서 책을 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점심, 저녁을 든든하게 먹었다. 어제저녁을 일찍 먹고 아침은 먹지 않아서 그런지 점심이 더 맛있었다. 향긋한 미나리 무침이 몸에 산소를 불어넣어 줬다. 미나리가 이랬나. 확실히 어른이 되면 채식을 찾게 되는 것인가. 미나리의 향이 너무 좋았다. 치킨너겟도 상당히 좋아하지만 확실히 어릴 적에 치킨너겟을 세 개씩 햄버거처럼 겹쳐먹지는 못했다. 내 입맛은 누군가에게 강요받지 않아도 저절로 변하는가 보다. 하지만 우리 귀염둥이들이 과자를 왕창 먹는 모습은 못 견디겠다.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고 먹고 나서 밤새 가렵다고 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일단 점심은 아주 강력한 에너지를 심어줬다. 오후에도 졸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확실한 건 늦은 밤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게 아주 좋다. 늦은 밤은 잠들기 3~4시간 전을 의미한다. 어제도 저녁을 조금만 먹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쉬었다가 업무를 하고 반복하며 오후를 보냈다.
시간은 흘러 오후 5시가 되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다. 우리는 살기 위해 먹는다. 맛있는 저녁은 일찍 먹어야 제맛이다. 5시 땡 하면 칼같이 식당으로 향한다. 잘 먹어야 잠들기 직전 아이들에게 재미나게 책을 읽어줄 수 있다. 배가 고프면 아이들에게 자치 예민하게 행동할 수 도 있다. 그러면 안 되지 않은가.
좋다. 오늘 저녁메뉴다. 내가 좋아하는 생선이 나왔다. 그래서 두 덩어리를 픽했다.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의 고소함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매콤한 어묵볶음도 왜 이리 맛있고 청경채 무침은 어찌나 시원하고 아삭하던지. 기름진 음식과 찰떡이다. 음식이 맛있는 것도 있지만 이곳은 저녁을 먹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음식에 집중하기에 딱 좋다. tv가 있지만 보이지 않게 등지고 앉는다. 가지미 튀김이랑 청경채무침과 잡곡흑미밥. 이렇게 세 가지의 조합도 저녁상으로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튀김이 설거지나 집안의 생선냄새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면 찜으로 먹는 것도 좋을 듯싶다. 가시를 바르기도 편한 생선에 속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을 때도 좋다. 밥 한술 뜨고 아빠가 발라주는 생선살을 기다리는 귀염둥이들의 숟가락 위에 한 점 올려주면 얼마나 맛있게 먹을까.
녹색의 식탁과 주황색의 식탁이 있는데 주황색 식탁에 놓인 음식이 더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정말 색깔과 식욕은 상관관계가 있나 보다. 다이어트나 건강식 그리고 조금 차분한 마음으로 식사를 원한다면 녹색빛을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입맛이 없거나 체중 증량을 위한 분들은 붉은색 계열을 잘 활용한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본인은 뭐든 잘 먹기 때문에 이왕이면 녹색식탁에 앉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물론 대장님이 붉은 식탁에 앉으시면 어쩔 수 없지만. 오늘도 감사하게 맛있는 음식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었다.
도넛이 나오셨다. 왜 도넛을 선택할 땐 되도록 하얀색을 고르려 열심히 눈을 굴릴까. 선방했다. 두 개. 바나나가 있으니.
내일도 행복한 식사를 기다리며 오늘은 여기까지 쓴다.
2023.04.07 - [2023년_계묘년/일상] - [오늘의 메뉴] 식사 알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