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 식사 알림장
2023년 4월 17일 월요일
오랜만에 주말의 끝은 훈훈한 모습으로 마무리 지었다. 첫째가 조금 남겨놓은 반찬과 둘째가 조금 남겨놓은 밥을 저녁 삼아 먹고 있었다. 귀염둥이 둘째가 내게 무언가 보여줄 것이 있다며 들떴다. "뭔~데~?". 마들렌 같은 통통한 두 손에 얼굴만 한 크기의 반으로 접힌 종이였다. 자세히 보니 편지였다. 세상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편지였다. 둘째가 같은 반 친구에게 받았다며 자랑하는 게 아닌가. 편지를 열어보자 너무나 귀여운 하늘과 층고가 높고 창문이 커다란 집이 그려져 있었다. 세상에. 최근에 내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감정선이 마구 흔들린다. 감동의 눈물이 나올려는 걸 꾹 눌렀다. 귀여운 그림옆에는 어른의 글씨가 쓰여있었다. "귀염둥이 집을 그려봤어요"라는 식의 내용이었다.
유치원으로 등원하기 전날 편지를 써준 친구에게 답장을 하고 싶다며 색연필을 찾았다. 아내는 둘째 귀염둥이에게 예쁜 편지지 한 장을 주었다. 둘째는 색연필을 들고 진지하게 편지에 그림도 그리고 표현이 정확하게 되지 않지만 애써 글자도 몇 글자 썼다. 첫째도 얼마 전 친구에게 받은 생일초대장에 답장을 하겠다며 편지를 쓴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을 본 게 언제인지.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것도 많지만 배워야 할 점도 많다는 걸 느꼈다. 순수함이 샘솟는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잠잘 준비를 했다. 어김없이 잠들기 전 한 권씩 동화책을 읽어준다. 아들이 골라오는 책 중에서 내가 선호하는 책은 세명 정도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책을 선호한다. 그래야 목소리를 바꾸며 실감 나게 읽기에 적당하다. 너무 많은 인물이 나오면 목소리 연기를 그만큼 나눠야 하고 나중엔 남녀의 목소리 이 동물 저 동물의 목소리가 똑같아진다. 연령도 뒤바뀌는 때가 있다.
아이들이 제법 일찍 잠들었다. 아내와 나는 주말의 고단함을 날려보고자 야식을 계획한다. 이럴 땐 손발이 척척 맞는다. 소주를 사 오는 건 주로 나의 몫이다. 여섯 병 묶음으로 사는 게 더 저렴하고 무겁기 때문에 내가 주류 라이더역할을 하는 게 더 낫다. 주문과 동시에 마트로 향한다. 미세먼지가 많지만 야식 생각에 기분 좋게 마트를 찍고 온다. 약간의 땀이 날 정도로 걷고 와서 샤워를 하면 아내가 그 사이 도착한 야식을 정성스레 세팅한다. 주말의 야식은 곱도리탕이다. 곱도리탕과 누룽지탕의 조합은 생각보다 괜찮다. 곱도리탕이 조금 느끼하거나 맵다고 느껴지면 누룽지탕 한입으로 "Reset".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각 1병으로 절제미를 마음에 두른다. 그 이상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기도 하다.
야식을 먹으며 기분이 좋았던 건 첫째 귀염둥이를 목말태우고 스쾃을 했기 때문이다. 찌릿찌릿한 허벅지 느낌은 살짝 들뜨게 만들었다. 득근득근 귓전에서 들려오는 심장소리는 또 얼마만인지. 황사가 집에서 운동하게 만들었다. 부정적인 황사가 역효과를 가지고 온 것이다.
필요에 의해 먹은 야식은 생각보다 다음날 속이 멀쩡하다. 욕심으로 먹는 야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개인적인 몸 상태는 괜찮지만 월요일을 맞이하는 회사는 그렇지 않았다. 조용히 자리에 와서 미지근한 물 한 모금으로 말라가는 입을 적신다. 오늘 오전은 업무협의 자료 만들기에 집중했다. 경력이라는 게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은 선견지명을 발휘하는 순간인 것 같다. 부장님의 지시로 하는 일들은 닥쳐올 일들은 가볍게 튕겨내기 위한 반격기 같은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술을 선도만큼 중요한 것이 닥쳐올 일들을 예견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왜 만화에서 보면 그런 장면이 있지 않은가. 검객의 일격이 끝난 몇 초 후. 픽픽 쓰러지는 적들의 진영. 억지스럽지만 그런 느낌이다. 얼마 후에 "아~이래서 준비하라고 하셨구나~". 너무나 미세하여 그 고통이 수 시간 후에 느껴지는 참격을 맞았던 것이다.
참격을 막아내고 이롭게 활용하기 위해선 몸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체력을 받쳐주기 위해 우리는 에너지를 섭취해야 한다. 오전 시간은 생각이상으로 아주 빠르게 흘러간다. 식당을 발걸음을 향한다. 화장실에 들려 손을 씻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오늘은 어떤 점심 메뉴가 내 눈앞에 나타날까. 가자. 오늘의 점심이다.
이거 이거 오늘도 푸짐하게 담아왔어. 이것저것 조금씩 담다 보면 어느새 식판은 음식으로 가득해진다. 너무 좋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다 먹을 수 있는 양이기 때문에 이 정도를 가져온다. 음식물 쓰레기가 쌓여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만큼 덜어온다. 오늘은 파김치도 나왔다. 모든 것이 고기와 잘 어울리는 반찬들이다. 배추도 청경채도 파도. 잡곡밥도 쌀과 잡곡의 비율이 좋아서 먹을 때 입안에서 거슬리지 않는다. 된장국도 훌륭했다. 단백질과 소화를 도와주는 채소들이 많아서 오늘의 점심도 상당히 즐거웠다. 주말에 아이들을 업고 고강도 운동을 해도 근손실의 우려가 덜어지고 별도의 건강보조식품 섭취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사진으로 보니까 엄청 많아 보이긴 한다. 하지만 국물을 조금 남겨놓은 것 빼곤 싹싹 비워냈다. 든든하게 두 끼 같은 한 끼를 먹어서 그런지 후식은 생각나지 않았다. 아삭 달콤한 배춧잎도 먹는 즐거움을 더했다.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평소에 어떤 반찬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음식을 대하는지 대강 알 수 있다. 특히 혼자 오시는 남성분들의 경우 구석에서 드시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간혹 술 한잔과 같이 드시는 분도 보인다. 대부분 투박하다는 느낌을 준다. 젊은 사람들 보다는 40대 이상의 분들이 주로 혼자 식사를 하신다. 여성분들의 경우는 확실히 달랐다. 혼자 먹더라도 확실히 모양이나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 조금 더 진심이 보인다. 오늘은 비닐장갑까지 껴가며 배추와 고기를 맛있게 드시는 여성분도 보였다. 식사 시간이 배를 채우기 위한 단순한 행위가 아닌 자신을 사랑하는 의식을 치르 듯한 태도로 보인다.
점심을 샐러드로 드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게다가 오늘은 수프가 나왔기 때문에 상당히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수프도 선택사항이지만 푸짐하게 가져왔기 때문에 추가로 가져오지는 않았다. 기분 좋게 먹었으니 기분 좋게 사무실로 걸어간다. 최근엔 의식적으로 배에 힘을 주고 걷는다. 계단을 오를 때도 허리를 펴고 땅을 밀어내듯 의식적으로 힘을 준다.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들어온 에너지를 어디에 사용할지에 대해서도 소소하지만 생각을 한다. 그리고 여러 차례 이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현재 본인이 사는 아파트 계단의 높이는 비교적 낮다. 때문에 계단으로 집에 가는 길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자 오전에 시작한 일을 이어서 시작해 볼까.
저녁을 먹기 전까지 초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하나씩 차례대로 해나간다. 그러고 보니 아내는 내게 멀티가 안된다며 놀린다. 개인적으로 멀티가 잘 안 되기도 하지만 업무를 할 때는 멀티보다 하나씩 처리하는 게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속도보다는 정확도가 우선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멀티의 능력이 안된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일은 아닌 점도 있다. 오히려 애매하게 멀티를 한다고 이것저것 섞으면 나중에 정리가 안 돼서 시간만 까먹게 되는 꼴이 된다. 몇 번 겪었기 때문에 함부로 멀티를 시전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나씩 일을 처리한 결과 초안이 거의 다 완성됐다. 목표한 시간에 끝내지는 못했지만 저녁을 먹고 나면 완성할 수 있다. 좋았어.
이제 저녁시간이다. 가자!. 오늘의 저녁이다.
오늘도 열기가 나왔다. 심지어 지난번 보다 더 따듯했다. 우무도 쫀득하니 맛있었다. 동그랑땡은 당면을 기본재료로 만들었다. 순대느낌도 나고 고기의 쫄깃한 느낌도 살짝 났다. 굴림만두 느낌이랄까. 재미있는 식감이었다. 역시 오늘도 마무리는 얼큰한 어묵국이기에 너무 좋았다. 저녁반찬으로 좋다고 생각한 건 소화에 부담이 다소 적은 재료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버섯, 고구마, 생선. 모두 소화기관에 부담이 덜 간다. 그래서 저녁을 먹고 나면 배는 부르지만 몸이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속이 편하다는 표현이면 될까.
저녁엔 나를 제외한 같이 식사를 하는 분들은 모두 샐러드를 드렸다. 이제 저녁은 샐러드가 대세인가 보다. 샐러드는 건강을 연상시키는 단어라는 게 확실하다. 샐러드를 드시거나 찾으시는 분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말을 꼭 하신다. 건강, 소식, 채식, 다이어트, 피로, 회복. 맞는 말이다. 채식을 하면 소화기관에 덜 무리가 가기 때문에 속이 편하고 잠을 잘 때도 속이 편안하다. 개인적으론 채식의 양을 점차 늘리고 있다. 사진으로 잘 티가 나지는 않지만.
한 주의 시작을 기분 좋게 워밍업 했다.
<오늘의 Pick!>
- 상큼 파김치!, 순대같은 동그랑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