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한끼] 오늘의 점심메뉴 저녁메뉴
2023년 5월 24일 - 방법
똑똑한 뇌를 만드는 방법 중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정말 쉽고 간단해서 이게 과연 뇌의 발달과 무슨 상관일까 하는 의문이 들정도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라면 다니는 경로가 정해져 있다고 본다. 가장 빠르고 속 편하게 가는 길. 처음엔 나도 가장 빠르고 편하게 가는 길을 택했다. 그 길에서도 은근히 많은 것들을 관찰할 수 있고 익숙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되도록 정해진 루트 안에서 다니게 된다. 이렇게 정해진 길로만 다니다 보니 지난해 비가 쏟아지던 날이 생각났다. 정말 많은 비가 왔다. 내가 늘 다니던 산책로의 개천이 큰 강으로 변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약간의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많은 물이 다 흘러간 흔적은 생각보다 놀라웠다. 표지판을 세우는 튼튼한 원형 철기둥이 휘어져 있고 키가 큰 전봇대 중간에 나뭇가지들이 걸려있다. 가로등 꼭대기엔 새집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나뭇가지들이 얽혀있었다. 그렇게 많은 비 때문에 늘 다니던 경로는 막혀버렸고 순간 어디로 가야 빠른 길로 가는 것인지 망설였다. 첫 번째 빠른 길은 아는데 두 번째 길은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경험을 누구나 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뇌를 깨우는 방법을 생각하는 힌트가 됐다. 나의 어릴 적으로 들어가 봤다. 두 발 자전거를 막 타기 시작할 즈음 나 스스로 만날 수 있는 세상이 넓어졌음을 깨달았다. 내 걸음과 체력으로 만나기 어려운 공간도 자전거만 있으면 빠르고 덜 소모적인 방법으로 만날 수 있었다. 정말 구석구석 자전거로 신나게 다녔다. 많이 다치기도 했지만 새로운 장면을 마주할 때 머리에서 시원함을 느꼈다. 고민하던 문제를 풀어낸 그 순간의 느낌과 비슷했다. 학교에 다녀와서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생각하고 곧장 자전거로 갔다. 고등학교 때 나름 학업에 신경을 쓴다는 이유로 자전거와 잠시 이별을 했다. 그러다 20살이 넘어서 다시 자전거를 잡았다. 전국일주는 계획하지 않았다. 내 주변이지만 의외인 장소를 찾는 재미가 당시엔 더 재미있었다. 가장 먼 거리라고 한다면 집에서 편도 150km 거리에 떨어진 장소였다. 사실 이때는 사고 없이 목표점에 도달했던 것 만으로 천만다행인 순간이었다. 20대의 넘치는 에너지로 과욕을 부렸다. 물론 친구들과 계획해서 떠난 짧지만 길었던 자전거 여행이었지만 그 후로는 왕복 100km 이상 넘어가지 않았다.
이쯤 하고 결론을 말하면 새로운 길을 탐험하는 것이다. 의자에만 앉아있어 퍼져있는 신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좋은 방법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야근으로 너무 늦은 날에는 경로를 달리하면서 거리는 비슷하게 정해두고 간다. 조금 이른 퇴근엔 거리와 경로를 모두 새로 계획한다. 회사-대중교통(자동차)-집을 기준점으로 두고 큰 도로 기준으로만 따졌을 때 기본적으로 출퇴근 길은 8가지가 나왔다. 늘 다니던 출퇴근길에서 따분함을 덜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갑작스러운 도로의 공사나 자연재해 그리고 상가들의 변화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평일 연차를 시원하게 쓰지 못하는 현실과 책 덕분에 이런 부분에서 즐거움과 리프레쉬를 한다.
자신의 출근길에 아주 작은 변화를 주는 것 만으로 대화 주제의 변화가 느껴질 것이다. 조용한 곳으로 다니다가 조금 시끌벅적한 번화가를 가로질러 가면 조용한 곳이 그리워진다. 때로는 그 반대가 된다. 수많은 코스들을 다녀보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오늘은 아주 살짝 경로를 바꿔 출근했다. 큰 도로를 따가 가는 것 대신 작은 골목길을 택했다. 내 삶의 행복도를 높이는 방법은 주변에 널려있다.
사실 지난주를 기준으로 자잘한 일들은 모두 정리가 됐다. 이제 심도 있는 업무 하나에 집중하면 된다. 얼핏 보면 아주 좋은 상황이지만 사실은 가장 많은 대비가 필요한 순간이다. 나중에 문제 될 것들을 미리 자료화해서 협의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후엔 출장과 미팅의 연속이고 설명회도 연속된다. 오늘 오후에 회의가 하나 잡였는데 이 또한 마라톤 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는 이미 보내두었기 때문에 대면해서 얘기를 나누기만 하면 된다. 일단 점심부터 먹자. 오늘은 내가 달걀프라이 사다리 타기에 걸렸다. 오늘의 점심이다.
달걀프라이가 있으면 무조건 1순위로 먹는다. 가장 맛있는 달걀프라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점심을 먹으면서 청양마요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실감했던 날이다. 타르타르소스를 덥고 있는 생선가스 한입에 청양고추 한입. 오호 이래서 청양마요라는 소스가 탄생한 것이군 했다. 생각해 보니 집에서도 아내가 몇 번 만들어줬다. 정해져 있을 줄만 알았던 출퇴근길을 새롭게 정의하듯 오늘도 식판에서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이미 나와있는 것 일지라도. 청양고추에 된장국도 끝내줬다. 아무래도 청양에 빠져들었나 보다. 신나게 맛있게 감사하게 싹싹 식판을 비우고 국민음료 매실차를 마셨다. 정말 다른 게 생각나지 않을 달달한 맛이다. 개인적으론 식후 커피보단 매실차가 더 매력적이다. 이제 사무실로 복귀해 볼까.
오후에 있을 회의를 앞두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세상에 아주 거대한 일감이 또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 업무를 시작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어느새 코앞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지금 맡은 일부터 잘해보자. 오늘 회의는 오후 3시. 정말 늦게 시작했다. 다른 팀에서 주관했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고 했다. 늦게 회의한다고 안 할 것은 아니지만 궁금함에 물어봤다. 드디어 시작됐다. 미리 보내놓은 자료를 보며 하나씩 짚어 나갔다. 주관팀의 신입사원들도 보였다. 이 회의가 마라톤이 될 것을 알고 있기에 다들 잘 버티길 바랐다. 하나씩 안건을 논의해 보니 두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처음에 펜을 잡고 열심히 쓰던 신입사원들도 어느새 펜을 놓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 마음 이해된다. 무슨 내용인지 알고 있어도 살짝 지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오죽하겠는가. 긴 회의가 끝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늘의 저녁이다. 갈치튀김 그리고 짜장밥이다. 얼큰함은 청양고추로 바삭하고 짭조름한 것은 갈치튀김이 책임졌다. 오늘은 혼자 저녁을 먹었다. 그 어느 때보다 편하고 느긋한 시간이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TV뉴스 소리는 배경음악이 되어줬다. TV는 화면을 보지 않아도 재미있다. 어릴 때 아빠와 티브이를 보다 보면 아빠는 잠이 들어있었다. 그 틈을 타서 채널을 돌리면 보고 있다며 돌리지 말라고 하셨다. 눈을 감고 소리만 듣는 TV. 그때 그 모습의 아빠가 생각났다. 유쾌한 내용이 흘러나오지 않지만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감사한 저녁까지 완벽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퇴근을 앞두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은 막내가 종일 깽깽거린다고 한다.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걸까. 어디가 아픈 걸까. 알 수 없는 우리 귀염둥이의 생각. 조금이라도 읽어낼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그런 기술이 나오면 출산율을 높이는데 일조할 거라 생각된다. 막내는 무슨 이유로 이래도 저래도 우는 것일까요.
< 오늘의 Pick! >
- 생선가스(+타르타르소스)+후끈 청양고추, 역시 갈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