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한끼] 오늘 점심메뉴 저녁메뉴 / 하루 식비?
2023년 6월 1일 - 불면
잠이 오지 않는 5월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둘째는 목이 마르다며 깽깽. 막내는 무슨 쪽쪽이(공갈젖꼭지)가 빠져서 운다. 막내는 쪽쪽이를 언제까지 물고 잠들까. 쪽쪽이와 안녕하는 모습을 기대하지만 시간이 조금 걸릴듯하다. 그래도 밤에 잘 자면 그게 최고지. 억지로 잠을 청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눈을 감고 멍하니 있었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스마트폰을 켜지는 않았다. 오히려 눈만 나빠지기 때문이다. 그저 천천히 호흡을 하는 것으로 잠을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확인한 게 새벽 3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뒤척이는 밤을 보내고 시원한 공기에 뛰어들어 출근길에 올랐다. 5월보다 더 나은 6월을 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특별한 건 없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열심히 글을 쓰고 메모하고 책을 보는 것. 그리고 생각에서 멈추지 말고 글이든 말이든 일단은 꼭 표현할 것.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생이 아니고 현재까지 깨달은 성장 방법 중 가장 최적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오늘 출근은 오랜만에 번화가를 지나쳐갔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아침까지 술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도 여럿 봤다. 이런 번화가의 아침은 언제 봐도 낯설고 괜히 여기로 왔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이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돈을 버는 사람들인가. 혹시 유튜브나 개인 사업자인가?. 자기 인생에 대한 고민은 얼마나 하고 있을까. 만족스럽게 사는 걸까 마음속에서 비슷한 질문들이 반복된다. 돌이켜보면 체력도 좋고 걱정도 없는 20대를 보냈다. 간혹 아침까지 멀쩡하게 버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 또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만 도대체 남는 게 무엇인지. 다음날 친구들에게 술 먹고 집에 멀쩡히 들어갔다는 자랑?. 그러라고 엄마 아빠가 힘들게 키우신 게 아닌데. 후회가 밀려오는 걸 알면서도 젊은 시절의 많은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술자리를 참 좋아하지만 대게 다음날이면 왠지 모를 죄책감에 온종일 마음이 어두워진다. 지금은 가정이 있고 나이도 조금 차서 그런가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한다.
바그르르 끓는 순댓국이 오늘의 점심이다. 가격은 8,000원. 대략 10년 전 5,000원에 먹던 그때가 생각난다. 10년 만에 8,000으로 3,000원이 상승한 샘이다. 자세한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채소값을 비롯해 유지관리, 인건비를 따지면 착한 가격에 속한다고 본다. 여기에 수십 년의 변화로 생긴 기후변화도 한몫한다. 세계정세도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상황을 인지하면 내 앞의 순댓국은 너무나 감사한 음식이다. 이 음식이 내 앞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지나칠까. 음식이 식으면 제 맛을 잃으니 일단 먹는다.
퇴근 후에 아내와 하는 내용에 빠지지 않는 대화가 있다. 무얼 해 먹어야 하나. 아내는 알뜰하게 장을 보기 위해 아주 빠르게 두뇌를 회전시킨다. 주말 두 끼에서 세 끼니를 해결하는데 7만 원 정도 들어간다. 장보기 품목을 한 두 개만 더 넣으면 10만 원이 채워진다. 그래서 궁금해진 게 하나 있다. 내가 먹는 식재료의 가격을 따져봤을 때 값어치가 어느 정도 일까. 우리 식당의 식비는 한 끼에 6,000원이다. 어디 가서 이 가격에 이 정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대학교 식당이라면 비슷할까. 대충 따져보고 싶었다. 디테일하게 모든 식재료에 대한 가격을 파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다채(비타민채소), 부추, 브로콜리, 김치, 고추, 토마토, 양배추, 무, 대파가 채소류들이고 나머지는 가공식품들이다. 각각 단품으로 구매했을 때 비용을 합치면 얼마일까. 이 정도 식단을 꾸리기 위해서 일단 최소단위로 구매한다는 가정을 하면.
다채 : 7,000원/500g
부추 : 6,900원/200g(1단)
브로콜리 : 4,800원/1kg
김치 : 15,900원/2kg
고추 : 3,900원/1kg
토마토 : 9,900원/2.5kg
양배추 : 9,900원/2kg
무 : 2,300원/1kg
대파 : 2,950원/500g
오리고기 : 29,900원/1.2kg
대강 이렇게 따져보면 93,450원이 나온다. 물론 한 끼에 먹는 건 아니지만 위에 있는 대강의 식재료 가격들만 따져봐도 이 정도다. 조금 더 알뜰하게 가격을 비교하면 더 내려가긴 하겠지만 대강 봐도 준비에 필요한 가격이 상당히 높다. 역시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6월의 시작이고 내일은 출장이니 집에 가서 귀염둥이들이랑 발 뻗고 자야겠다.
< 오늘은요? >
- 순댓국과 시원한 뭇국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