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_계묘년/일상

[직장인 한끼] 주말 저녁메뉴 / 식비

솔트리오 2023. 6. 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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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3일 - 예측불허
 
막내와 함께 5 가족은 동물원 나들이에 나섰다. 가장 뜨거운 12시에서 2시를 피해 3시에 도착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출발했다. 주차장 초입이 조금 막혀서 그렇지 들어간 후에는 생각보다 여유가 있었다. 우리는 리프트를 타고 동물원으로 향했다. 나와 막내 첫째, 아내와 둘째 그리고 유모차까지 세 대의 리프트로 나눠서 이동했다. 나 혼자였으면 그나마 불안감이 덜 했을 테지만 막내를 안고타니 불안감이 말할 수 없이 컸다. 손에 땀도 나고 한 손은 안전바를 한 손은 막내를 꼭 안았다. 제발 도착까지 가만히 있어주길. 가장 고비라고 생각한 호수 위를 무사히 지나쳤고 거의 다 도착했다. 좋았어 이제 끝나간다!. 응?. 그런데 막내의 신발 한 짝이 힘없이 바닥으로 슝 떨어졌다. 막내는 무념무상 발가락만 꼼지락 거릴 뿐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어우 신발 떨어졌어?!". 다행인 건 물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 리프트에서 무사히 내렸고 나는 신발을 찾으러 그 위치로 달려갔다. 장미공원 안에 떨어져 있어서 직원 분 게 양해를 구해서 들어갔다. 그런 일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하긴 오면서 우산, 장난감, 헤드셋 같은 물품들이 그물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을 봤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찔깃했다. 어쩜 이렇게 겁이 많아졌을까. 일단 막내 귀염둥이 신발을 찾기 위해 최대한 촉을 세웠다. 대략 이쯤에 있을 거야 생각하고 한참을 찾았다. 이리저리 찾고 시간은 흐르고 땀도 흐르고 아이들이 기다리는 장면도 흘렀다. 서울대공원 장미공원 어딘가에 우리 막내의 신발을 남겨놓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찾았다. 기다려준 가족들이 걱정되고 고마울 뿐이었다. 20분 정도 찾았을까. 무언가 하얗고 조그마한 게 보였다. 막내의 신발이었다!. 왘!. 찾았다. 세상에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그 어떤 보물 찾기보다 좋았다. 소름이 돋고 머리가 시원해지는 만족감과 행복함이 충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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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동물원 나들이 초반부터 힘을 빼고 동물원으로 향했다. 이날 우리는 과거 동물원에 왔을 때 보지 못했던 호랑이님을 보기 위해 서둘러 높은 곳으로 향했다. 맹수들은 17시가 되면 우리로 들어가 버린다고 하니 싱그러운 풍경은 잘 들어오지 않았다. 리프터를 한 번 더 타고 갈 수 있었으나 길게 늘어선 줄, 얼굴이 빨갛게 익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걸어서 가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모차에 막내를 태우고 신나게 동물원의 호랑이님을 먼저 보기 위해 출발했다. 우리는 대공원 주차장에 3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다. 막내가 떨어뜨린 신발을 찾고 동물원 중간쯤 왔을 때는 4시 15분 정도였다. 가는 길에 사자가 있어서 사자님을 먼저 만났다. 가만히 있던 사자님은 갑자기 진한 애정행각을 보이셨다. 관람객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숨죽여 그 장면을 지켜봤다. 외국인 분들도 있었다. 어쩌면 사자님은 대한민국의 저출산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어이없는 생각을 살짝 해본다. 볼 것 다 봤으니 이제 서둘러 호랑이님 댁으로 가야 한다.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첫째와 아내는 빠르게 달려갔다. 그런데 입구에 무언가 매달려 있었다.
 
"뭐야 호랑이가 질병에 걸려서 못 본다고?". 호랑이도 동물이기에 전염병은 피할 수 없었나 보다. 기사를 통해 알게 됐는데 고양잇과에게 전염되는 질병으로 아기 호랑이 한 마리가 죽었다고 한다. 가장 실망스러운 건 첫째였다. 지난번은 맹수가 퇴근하는 시간을 몰라서 못 보고 이번엔 병 때문에 못 보다니. 첫째에게 다음엔 꼭 확인해 보고 오자고 했다. 돈과 시간을 들여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어그러지는 이 상황. 뭐 그래도 날씨가 좋아서 금방 잊혔고 아이스크림하나 먹으며 속상함을 달랬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건 대공원 내 편의점 가게의 물가는 딴 세상이었다는 것이다. 먹고 싶다가도 가격을 보면 머뭇거리고 생각하게 된다. 핫도그 하나에 4,000원이 넘는 게 말이 되는 건가. 어떤 식으로 가격이 매겨진 건지 모르겠지만 놀라웠다. 아이들에게는 차라리 맛있는 저녁 먹자고 했다. 그것도 우리 귀염둥이들이 좋아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말이다.

폐장시간 7시까지 돌아나니며 놀고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다시 리프트를 타고 내려갔다. 아내와 첫째가 먼저 가고 그다음에 유모차가 가고 마지막으로 나와 둘째 그리고 막내순으로 갔다. 이번엔 아까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양말까지 벗겨서 가방에 넣었다. 아이들이 느끼기엔 조금 쌀쌀한 기온이었지만 막내는 홀가분하게 맨발을 드러냈다. 아까와 같은 불안감 한 가지를 제거한 샘이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바람을 만끽했다. 저 멀리 호수가 보였다. 심호흡하고 이번에도 안전바를 꼭 잡고 막내의 허리를 꼭 안았다. 막내 못지않게 둘째도 겁이 없었다. 아래도 보고 아빠다리도 했다가 리프트를 흔들어보기도 했다. "그만~떨어져~". 왜 이렇게 무서울까. 리프트가 생겨난 시점을 생각하면 내가 앉아있는 이 자리가 왠지 더 불안하게만 느껴졌다. 특히 물 위를 지나는 구간은 어훅. 머릿속에서 안전바를 놓지는 시뮬레이션이 무한 반복됐다. 빨리 가자 가자 가자. 막내는 좀이 쑤신 지 슬슬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거의 다 왔다~저~기 봐봐!". 공포란 이런 것이로군. 막내의 기분을 달래기 위해 과자를 하나 손에 쥐어주었다. 이런 게 과자의 힘인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과자를 먹다가 몸을 흔드는 게 아닌가. "다 먹었어? 여기 여기 또 있어 잠깐만~". 리프트는 나와 맞지 않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다. 정신이 혼미할 정도의 공포에 갇혀 실랑이를 하다 보니 어느새 눈앞에 땅이 보였고 고도가 낮은 곳에 가까워졌다. 후. 저 멀리 빙글빙글 돌아가는 도착지점이 보였다. 컴온 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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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깃해진 심장을 부여잡고 피날레를 장식했다. 땅을 밝으니 마음 또한 편안해졌다. 막내에게 양말과 신발을 다시 신겨주고 땅의 기운을 느껴보게 했다. 공중에 떠있을 땐 땅을 느끼고 싶어 하면서 왜 땅에서는 다시 공중을 느끼고 싶어 할까.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절반은 안아서 갔다. 리프트에서 무사히 내려온 걸 생각하면 전혀 힘들지 않았다. 주차장으로 가는 동안 서울랜드에서 4일까지 진행되는 월드디제이페스티벌을 즐기러 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자유롭고 즐거워 보이는 모습이 조금 부럽긴 했지만 손을 휘적거리며 걷는 막내의 모습에 푹 빠져버렸다.

 

오늘 저녁식사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해물찜이었는데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다. 길고도 짧은 하루가 지나갔다. 이제 내일의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 드러누워 생각해 봐야겠다.

 

▶ 오늘 저녁식비 : 11만원 / 어른 4+아이 3

 - 해물찜(대) 1

 - 어린이 돈가스 1

 - 공깃밥 5

 - 음료수 2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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