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_계묘년/일상
퇴근길 스케치 / 낮선 장소
솔트리오
2023. 6. 2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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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23일 - 8시 30분 퇴근
사무실에서 마지막으로 퇴근했다. 어두운 사무실 한편에서 홀로 남아 투덜투덜 거리며 다음 주에 있을 회의자료 만들기에 바빴다. 잘 살아보자고 하는 일이 때로는 나를 갉아먹는 벌레처럼 느껴진다. 눈은 뻑뻑하고 허리와 목에는 힘이 빠지고 다리는 욱신거리는 느낌이 다.
물 한 모금 먹으며 멀리 어두운 한 공간을 응시한다.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뿐이다. 그렇다고 이곳을 도망치고픈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저 조금의 여유가 있으면 하는 바람만이 있을 뿐이다. 조금 더 편하고 쉬운 일은 얼마든지 있겠지만 도박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음 주까지 예약된 오늘 같은 일상에서 보물을 찾아보련다. 힘든 과정을 겪으면 그다음은 조금 쉬워질 테니까. 술 한잔이 생각나는 날이다. 엄마 아빠 동생도 보고 싶다.
금요일 밤의 마지막 퇴근이 오늘따라 낯설다.
퇴근길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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