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_임인년/일상

12월 식단_12일~16일

솔트리오 2022. 12. 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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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추위다운 추위가 성큼 다가왔다. 귀염둥이들이랑 외출도 못할 정도였다. 진짜 겨울이구나 생각했다. 우리 단지 내 도로엔 그간 내린 눈들이 얼어 빙판길이 만들어졌다. 다행히 내 차는 주기적으로 운행을 했기 때문에 배터리 방전은 막을 수 있었다. 눈 덮인 다른 차량을 보면서 느끼는 건 '방전이네'라는 생각뿐이었다. 눈을 맞고 나면 차는 매우 꼬질꼬질 해진다. 게다가 차량 바닥면은 염화칼슘으로 오염되어 있다. 눈을 녹게 해주는 염화칼슘 덕분에 바닥이 덜 미끄러운 건 고마운 일이지만 차량의 부식을 가속화시키는 일은 반갑지 않은 일이다. 기름도 넣을 겸 애용하는 주유소에서 세차도 한번 했다. 깨끗함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지저분한 것보다는 낫고 오랜만에 목욕시켜주니 차가 더욱 빛나 보였다. 특히 실내 먼지를 청소기로 빨아들일 때 아주 즐거웠다. 아주 짜릿했다.

 

 

이제 연말이다. 많은 분들이 연말 모임을 계획하신다. 회식자리가 많아지고 업무의 긴장도도 많이 느슨해지는 시기다. 그러다 보니 시간을 흐지부지 보내는 때가 많다. 하지만 이번 연말은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연말과 내년 초에 걸쳐서 단기간 내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생길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맘때 아내는 내게 항상 말한다. 입 조심해야 한다고 말이다. 어느 술집 간판이었던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시선을 끄는 문구로 간판을 새겨 넣은 곳이 떠올랐다. '아내 말을 잘 듣자' 이런 식의 간판이었다. 총각 때는 이해하지 못한 그 한마디. 지금은 너무도 뼛속 깊이 스며들어 있다. 정말 신기하다. 왜 아내 말을 잘 들어야 할까 의문을 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왜 그런지 알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건 입조심이다. 다른 말은 아니고 업무에 대한 일로 '다음 달에 또 일복 터지는 거 아냐?'하고 말하면 아내는 '입방정이 문제'라며 진지하면서 장난스러운 충고를 한다. 그리고 충고 뒤엔 언제나 칼퇴를 요구한다.

 

연말이라 빈칸이 많은건가?

이번 주 식단을 보면 4칸이 비어있다. 무려 4번이나 식사대접을 받았다. 고생했다는 의미에서 사주시는 밥이었다. 나는 참 행운아인 게 잘 얻어먹고 다닌다. 일부러 들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팀 사무실은 회사의 대표적인 사랑방이다. 그만큼 많은 대화가 오고 가며 팀장님들 간 대화가 귓가에 살짝 들려온다. 올해 연말에는 회식 없이 밥 한 끼 먹거나 밥 한 끼 없이 그냥 똑같이 일할 거라는 팀이 많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반적으로 다들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회사 조직상 팀장과 임원은 교체 순위 0순위 최전방의 자리이다 보니 항상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눈앞에서 스쳐간 냉철한 바람은 내가 글을 쓰도록 만들어 주기도 했다. 다른 직원분들이 투잡을 생각하거나 이직을 생각할 때 나는 글쓰기를 생각했다. 유명한, 대단한, 멋진 소설가가 되기보다는 마음의 불안을 덜고 성취감을 높이는 내 삶을 위해서다. 회사 업무가 많으면 업무에 집중하고 조금 여유가 생기면 글에 집중하는 박쥐 같은 작전이지만 훌륭한 작전이라 생각한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주 내가 꼽은 베스트 메뉴는 마파두부다. 일단 비주얼 자체가 식욕을 부른다. 인간의 감정과 색깔은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게 틀림없다. 빨간색의 음식은 식욕을 돋울 뿐 아니라 한파를 견디기 위한 에너지가 된다. 든든하게 한 그릇 먹으면 몸이 따끈해지는 게 밖에서도 한동안 추위에 대한 내성이 강해진 걸 느낀다. 아침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말은 겨울에 더 와닿는다. 따듯한 음식으로 배를 채워주면 아침에 느껴지는 공기가 한기보다는 조금은 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본인은 상대적으로 추위를 덜 타기 때문에 이렇다는 것이다. 아내는 추위를 아주 잘 탄다. 집에서도 이불 속에 들어가 누에고치가 된다. 겨율이 되니 우리 귀염둥이들 식성도 좋아졌다. 두 그릇씩 먹는다. 둘째는 김치만 있어도 밥을 잘 먹는다. 막내도 형들이 먹는 모습을 보고 배운 건지 이유식을 아주 잘 먹는다. 이제 배달음식 시켜먹는 것도 예전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막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 아내와 둘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아이들의 식성을 가장 반기면서 걱정하는 이는 바로 아내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매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려고 하지만 먹성 좋은 아이들의 젓가락질 몇 번이면 끝나버린다. 양을 늘리면 좋겠지만 감당할 수 있는 식비 내에서 해결하자니 고민이 많고 자주 힘들어한다. 은혜로운 장모님 찬스와 엄마 찬스가 정말 최고다 최고. 주말이면 아내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느껴본다. 주말 아침은 대부분 내가 챙겨준다. 물론 아내의 식단처럼 예쁘게 데코레이션까지 신경 쓰는 건 아니고 아주 간단하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 예를 들면 초간단 샌드위치(식빵 살짝 구워서 잼 발라주면 끝), 고구마 삶아주기, 비빔밥, 시리얼, 볶음밥 정도다. 주말을 보내고 나면 아내, 장모님, 엄마뿐만 아니라 식당 이모님 사장님 요식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이 더 커진다.

 

 

날이 추운 것만큼 경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어려울수록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을 더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도 첫째 귀염둥이가 새벽 마중을 나왔다. 쉬하고 나와서 내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옆에 조그맣게 앉아있는다. 둘째와 막내에게 가려져 덜 귀여운 줄 알았는데 녀석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꼭 안아주고 인사하고 집을 나섰다. 첫째가 마중을 나와 인사를 해준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운이 생긴다. 몇 년을 겪었지만 아직도 이 기분이 신기하고 좋다. 퇴근하고 귀염둥이들에게 따듯한 말 한디와 뽀뽀 한번 해줘야지.

 

 

확실히 첫째, 둘째는 무거워졌다. 운동한다 생각하고 꼭 안아줘야겠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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