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_계묘년/일상

2월 식단_6일~10일

솔트리오 2023. 2. 1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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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하지 않은 몸살이 왔다


 

너무나 방심했던 탓일까. 한동안 기온이 조금 따듯해졌다는 이유로 밖에서 너무 까불었나 보다. 덜 추워졌다는 이유로 추위에 강하다는 나 자신을 자신만만하게 외부로 노출시켰다. 땀이 식으면서 느껴지는 당연한 기분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하루가 지나고 몸이 으슬으슬 춥기 시작했다. 괜찮겠지 싶었지만 그날 밤 이불을 턱밑까지 꽁꽁 덮었다. 이튿날이 되고 오늘은 바람이 불어서 춥구나 생각했다. 이틀이 지나자 온몸이 뻐근해지고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지 체한듯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한다. 체할 정도로 성급하게 음식을 먹거나 과식하지 않았다. 아내는 내가 체한 거라며 확인해 보겠다고 하더니 엄지와 검지사이에 혈자리를 눌렀다. 욱신거리고 아팠다. 아내는 확인결과 체한 것이 분명하다며 이럴 땐 바늘로 따는 게 최고의 치료법이라고 했다. 입장이 바뀐 상태라면 아내에게 그런 말을 절대 하지 못할 것 같다. 어떤 말이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내는 정말 바늘을 꺼냈다. 진심이었을 것이다. 괜찮다고 이불 꼭 덮고 땀 빼면 나아질 증상이라고 한사코 거절했다. 나중엔 솔직한 심정을 토해냈다. 무섭다고.

 

 

바늘크기로 따지면 헌혈바늘이 훨씬 큰데 헌혈바늘보다 더 무섭게 느껴진다. 피 한 방울만 나도 피가 철철 난다고 과장되게 말했던 아내가 이제는 바늘까지 꺼내 들었다. 한 참을 버텨냈고 끝내 바늘은 내 손가락을 건드리지 않았다. 곤히 자고 있는데 온몸이 축축하고 춥고 끈적거렸다. 땀이었다. 속옷까지 모두 갈아입을 정도로 땀을 흘렸다. 겨울이지만 아침출근 전에 가벼운 샤워로 땀을 씻어냈고 개운하게 출근했다. 체온 조절능력은 어느 정도 돌아온 것 같지만 이번엔 목소리가 잠기고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시 마스크를 쓰고 일한다. 정말 답답했고 종일하고 있으니 마스크가 습기를 머금었다. 이게 제 기능을 하지 못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일까지 몰려있는 상태라 몸살과 함께 일을 해야 한다. 식사시간에도 몸의 변화는 확실히 느껴졌다. 매운 음식도 아닌데 등 쪽에서 열이 후끈하게 오르는 기분이 든다. 식사도중 상의를 벗고 먹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침을 계속하고 목이 간질간질해서 약국에서 약을 사서 먹었다. 이대로 두면 민폐가 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들이 나 때문에 아파서야 되겠는가. 약을 먹고 오늘은 종일 따듯한 물을 달고 살았다. 집에서 먹는 갓 끓인 물이 떠올랐다. 아내는 생수를 잘 먹지 않는다. 맛이 없고 비리다는 이유로 말이다. 물론 정말 더운 여름이나 끓인 물을 당장 먹지 못하는 경우엔 찾는다. 그렇다고 생수를 좋아하지 않는 아내에게 비린맛이 적은 고가의 생수를 먹으라고 권할 이유도 딱히 없었다. 아내가 끓인 물을 고집하는 이유를 몸살이라는 녀석 덕분에 알아챘다. 몸살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몸살이 걸리고 나서 내가 조금 생각의 기준이라고 해야 할까.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였음을 느낀다. 내가 오늘 마신 물의 소중함도 알고 내가 먹은 음식들의 온기가 더 감사하게 느껴졌다. 열이 오르고 땀은 났지만 나아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다.

 

 

몸살엔 독서구나


 

오늘은 며칠 동안 고생해서 만든 업무자료를 우리 부장님께 넘겨드렸다. 결과가 어떻든 홀가분했다. 덕분에 오늘은 다른 때 보다 일찍 퇴근할 수 있었다. 몸살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결과물을 하나 뱉어내니 몸살이 내일이면 다 나을 것 같은 기분이다. 몸살을 앓으면서 글쓰기보다는 책 읽기에 집중하고 있다. 전자책으로 4권 정도를 돌려보고 있다. 무조건 다 보겠다는 다음으로 읽기보다는 독서도 마라톤처럼 장기적인 체력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읽은 책에도 한 권만 파는 것보다 같은 분야의 책을 여러 권 보거나 다른 분야의 책을 여러 권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과거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세 권을 빌려 장소에 따라 다르게 읽곤 했다. 통학할 때 한 권, 집에서 두 권(화장실과 거실에서)을 나눠본다. 특별하다고 느끼지 않았지만 생각해 보면 독서가 따분하고 졸린 취미가 아닌걸 그때 조금 느꼈다.

 

 

이 세상엔 수많은 독서왕이 존재한다. 각 왕들은 자신만의 독서법을 설파한다. 독서법을 전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다 보니 내게는 한 권을 진득하게 읽는 것보다는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게 더 즐겁게 느껴졌다. 회사동료분들 중에는 독서를 즐기는 분이 안 계신다. 책이라는 말만 꺼내도 고개를 젓거나 그거 볼 시간에 일을 더 하라는 식의 답변만 돌아온다. 겉으론 웃어넘겼지만 사실은 안타깝고 걱정이 된다. 물론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니 생각목록에서 제외시켰다. 우선 내게 집중하는데 신경을 쓰고 하루빨리 몸살에서 벗어나야겠다. 그럼 이번주는 얼마나 잘 먹고 행복했는지 살펴볼 시간이다.

 

금주의 식단표


이 글을 보시는 극소수의 분들은 평범한 구내식당이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맞다 전국 각지에 있는 구내식당 중 한 곳이다. 그렇지만 한 곳을 오랫동안 이용하다 보니 매번 같은 메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똑같지 않았다. 계절에 따라 제철음식이 바뀌듯 메뉴도 바뀐다. 극적인 변화가 있다면 궁금한 메뉴들은 이모님께 물어본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가장 값진 변화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미역인 줄 알고 먹었던 음식이 곰피라는 것이었다. 미역인 줄만 알았는데 이모님이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동시에 느꼈다. 일상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파헤쳐 보면 한 두 개 정도는 이해가 되지 않거나 잘 모르는 부분들이 생겨난다. 그 부분들을 파고드는 즐거움이고 그게 바로 내게는 식단 모음이다. 인생이 너무도 심심하다고 생각했던 찰나에 시작한 혼자만의 놀이인데 예상밖으로 재미있고 성취감도 느껴졌다. 아주 가끔이지만 관찰일기나 신문일기를 쓰기도 한다. 분량은 10줄 내외다. 밥도 먹고 빵도 먹어야 인생이 더 즐거워지지 않겠는가.

 

 

 

기억에 남는 메뉴 : 조기튀김


이번주는 조기튀김이다. 담백하고 고소하고 살짝 탄력이  느껴지는 살은 식감이 아주 매력적이다. 기본적으로 조기튀김이 나오면 세 마리를 잡는다. 일단 크기 때문에 한 마리는 아쉽다. 두 마리는 만족이 안될 것 같다. 세 마리라면 식판의 빈칸은 가득 매워줬기 때문에 충분함을 느낀다. 3이라는 숫자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나의 맞은편에 앉은 우리 팀 사람은 조기튀김을 보며 너무 작아서 먹을 게 있나라며 젓가락으로 조기를 발라먹고 있었다. 왜냐면 그분은 생선가시에 목에 걸려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 생선가시가 있는 음식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조기를 조금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안내를 했다. 일단 머리를 떼어낸다. 머리 위에 약간의 살점은 앞니로 베어 먹는다. 그리고 한 손에는 젓가락 다른 한 손에는 숟가락을 든다. 젓가락으로 몸통을 살짝 고정시킨 후 숟가락으로 머리가 떼어진 부분을 수평하게 밀어 넣는다. 조기의 2/3 정도를 숟가락이 들어간 상태에서 살짝 들어 올리면 등뼈가 살과 분이 되어 흔들리고 있다. 그 뼈를 제거해 준다. 그리고 꼬리를 잡고 통째로 먹으면 된다. 배와 등부분의 지느러미의 가시는 튀겨졌기 때문에 과자처럼 바삭하게 사라진다. 이렇게 먹으면 초밥을 먹는 기분이 든다.

 

 

생선을 좋아하는 분 들이거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생선살을 바르는 것에 진심을 다해본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도 생선요리를 정말 좋아한다. 첫째는 고등어조림이라 구이를 먹을 때 지방이 적당이 있어서 부드럽고 고소한 배부분을 먼저 달라고 한다. 아주 맛있게 먹는다.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다.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들은 많다. 전국, 세계 각 지역을 돌며 맛있는 음식과 이색적인 음식들을 소개하는 것 말이다. 음식의 맛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도 좋다. 매주 식단을 보면서 메뉴에 사용된 재료나 역사가 무엇인지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잊지 말아야 하는 건 음식에 대한 감사함이다. 오늘도 정성이 가득한 음식 감사하게 잘 먹었습니다.

 

 

이모님 궁금한 메뉴가 있으면 또 물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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