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0일 - 연장선
나의 멘털을 흔들어 버렸던 어제 일은 다행히 해결의 기미가 보였다. 밤새 생각하고 무사하길 기도하면서 밤을 보냈다. 이럴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완전히 끝났다고 할 순 없지만 대박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욕을 먹고 신뢰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겠지만. 여하튼 별의별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강력한 태풍에서 멀리 떨어져 바라보니 참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회사에 의지해서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는 내 모습. 밖에서 일한다고 유세를 떨진 않았지만 절대 그럴 필요도 없고 조금 큰 회사에 다닌다고 본인이 대단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겸손하고 혼자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는가가 중요했다. 회사를 취미로 다니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굽실대는 것은 싫었다.
이 회사는 수직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평적인 구조의 회사가 늘어나고 추세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개인적인 생각은 수직이든 수평이든 상관없다. 장단점이 있고 회사의 성격이나 경영상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최적의 선택이라고 본다. 누가 한다고 따라 하는 건 오히려 회사의 경영성과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내가 회사를 탐방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딱 잘라 말하는 건 대단히 까부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주변에서 들리는 대화가 말해준다 "우리 회사도 수직이에요".
회사의 분위기가 수평적이든 수직적이든 내 관점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회사의 시스템과 업무가 명확하게 나뉘어 세분화 됐으면 한다.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혼자서 여러 가지 업무를 하다가 지금은 여러 사람이 나눠서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좋아졌다고 하기보다는 사람이 더 들어와서 일을 찢어준 것뿐이다. 왜 그러냐면 업무의 분담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위로 매끈하게 오려낸 게 아니라 수제비를 떼어내듯 업무를 뜯어놨다는 느낌과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몸담고 있는 부서는 여기저기 많이 불려 다닌다. 어디든 다 관련되어 있다. 피할 수없기 때문에 부딪히며 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우는 게 뭐가 나쁘냐 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문제가 된다. 애매하기 때문에 실무자들마다 기준이 달라진다. 같이 협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누군 이렇고 저렇고 하면 과거에 괜찮았던 경우를 들먹이며 그대로 베껴 쓰게 된다. 그렇게 어설프고 난해한 시스템이 성립된다.
팀장급 또는 경영진에서 실무적인 어려움을 풀어주는 방법을 협의할 수 있는 정기적인 자리가 마련됐으면 한다. 매출액 규모가 커지면 그에 맞는 시스템 도입에도 관심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약간의 패배의식에 갇혀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안 될 텐데 뭐 하러", "그렇게 하면 잘려". 하는 식의 걱정들이 앞선다.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면 다들 협력해서 한 발 앞으로 나갈 수 있을 텐데 늘 아쉬울 뿐이다.
퇴근시간도 보장해 주세요. 엉덩이가 납작해졌어요. 복잡한 일 좀 풀렸다고 긴장이 살짝 풀려서 그런지 가장 큰 수입원에게 푸념만 잔뜩 늘어놓았다. 수다의 힘이고 생각 내려놓기의 힘이다. 머릿속이 조금 상쾌해진 기분으로 아이들을 보면 더 좋지 않겠는가.
회사가 미워도 저녁을 미워할 수 없다. 이건 이모님이 만들어준 음식이니까. 잘 먹었습니다~.
< 오늘의 Pick! >
- 계란을 덮은 짜장밥, 닭강정느낌의 돈가스
▶ 오늘 점심, 저녁 식비 : 22,600원
- 짜장밥 : 6,000원
- 돈가스 : 11,000원
- 방풍나물 : 5,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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