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종교나 어떤 신을 마음속에 품고 살았던 적은 없다. 시험을 보다가 모르는 문제가 나와 찍어야만 할 때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신에게 행운을 요청한 기억은 있다. 그 외 내 마음속엔 종교나 정신적으로 의지할 무언가를 담아두지 않았다. 올해 중순 경에 내 인생을 바라보는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믿음은 어딘가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믿음의 시작은 사소한 메모를 하는 것부터였다. 일기도 써보고 시간의 흐름대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아닌 엉망인 글도 써봤다. 가득 차 있던 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진 기분. 이 기분이 믿음을 만들었고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알게 했다. 기억하고 싶은 것은 글로 적어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평화로웠고 하면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