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_임인년/독서

독서 - [800문학] '불편한 편의점'을 읽어보다

솔트리오 2022. 11. 2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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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불편한 편의점
저자 : 김호연
출판 : 나무옆의자
출간 : 2021년 4월 20일

 


최근에 본 책들은 자기 계발서 위주의 책들이었다. 사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단순하다. 책의 편식을 피하기 위한 방법에서 시작된 것이다. 분명히 책에도 편식이 있다. 자기 계발서를 보다가 알게 됐고 소설도 읽어 보자 하는 결심이 생긴 것이다. 그 자기 계발서가 나름 효과를 낸 것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 소설이 인기 서적으로 올라와 있어 가독성이 좋을 거란 생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조금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사람을 보는 편견이었을까 마치 내게는 새로운 콘셉트의 노숙자 캐릭터로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그 노숙자의 과거와 스토리가 궁금해졌다.

 

 

편의점이란 공간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그려냈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편의점은 새롭게 정의되었다. 같은 장소지만 각 인물마다 그곳에서 경험하는 느낌과 생각들은 섬세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위트 있는 건 일상적으로 마시는 물을 가지고 웃음의 요소를 만들어냈다. 관찰력도 좋지만 그 흐름이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어서 이 현실 어딘가에서는 정말 그럴법한데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내 주위에서도 편의점은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편의점에서 일을 해본 경험은 없으나 책에서 등장한 점주분이라면 아르바이트하고 싶은 편의점 순위 중 상위권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어릴 적에도 부모님은 장사를 하셨는데 아르바이트나 직원들만 해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스타일이 많았다. 대부분 좋은 분들이었지만 일부 나쁜 기억을 심어준 사람들도 있었다. 이때 확실히 느낀 건 외모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부모님은 직원들의 눈빛이나 말투, 태도를 보면 어떤 사람인지 느낌이 온다고 한다. 아직도 기억이 남는 건 내가 어릴 적 직원으로 일하던 누나가 있었다. 안경을 쓰고 갈색머리에 굵은 웨이브 헤어스타일이었다. 머리도 똑똑했다. L기업에서 몇 년간 일을 하고 퇴사하고 우리 가게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가게에서도 오랫동안 일했다. 명절을 지내고 오면 맛있는 것도 항상 사 오고 내 생일도 챙겨주셨다. 그 누나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재활을 하면서 한 달 정도 일을 더 했던 것 같다. 장시간 서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가게일을 그만하게 됐다. 편의점이 주인공의 인생에서 사람을 만나고 보냄의 연속이었다. 물론 내가 가게를 운영하는 건 아니었지만 직원분이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그때 생각하지 못했던 부모님의 마음이 조금은 보이는 기분이었다. 정들고 이 만한 사람 없지만 그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줄 수 있는 건 아니니 보내야만 했던 그 마음. 간혹 엄마를 보러 가게에 가면 익숙한 직원분이 없으면 무언가 텅 빈 느낌은 씻을 수가 없었다. 다들 어떻게 지내실까. 책 속에는 자신의 인생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으로 인물의 마지막을 표현한다. 개인의 성장, 가족의 소중함이 가장 강력한 신호로 느껴졌다. 내가 어릴 적 겪었던 경험을 책의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접목시키며 볼 수 있었다.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제목이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데 탁원한 단어 조합이라는 생각을 한다.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독서의 편식이 불러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편식이 심각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다른 장르의 책을 읽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고쳐질 수준이라 생각한다. 이 책과 동시에 두 권의 책을 더 봤다. 돌아가면서 책을 본다. 밥과 반찬을 번갈아 가며 먹듯이 책도 여러 가지를 동시에 보면 생각보다 질리지 않게 볼 수 있다. 장소에 따라 읽는 책을 분리한다면 생각보다 독서의 체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불편한 편의점은 잘 읽혔고 디테일한 표현이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한 몫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살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 꺼내어 볼 수 있었다. 깊이 생각해봐야 할 이야기들도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 한마디로 이야기의 강약이 있고 한 군데로 쏠림현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초반에 읽는 속도가 어느 정도 속도가 붙어 크루즈 기능을 하듯 읽혔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들이 좋다. 강약이 있지만 읽는 속도를 크게 변화시킬 필요가 없는 문장의 구성, 단어의 선정이 마음이 들었다. 여러 인물들의 상황과 우리 삶의 보편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초반부는 이야기의 시작이기 때문에 장소와 인물과 친숙해지는 부분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소설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공감 가는 이야기가 있는지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의 표현 여부였다. 중간중간에 쓰인 자세한 표현은 책에 매료되게 만들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내 주변에 있겠구나 하는 현실성 있는 모습에 계속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 책의 등장인물 중 배우를 그만둔 여작가가 나온다. 이 작가는 이 책의 내용을 자신이 재기할 수 있는 연극으로 연출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 그녀의 모습은 글 쓰는 사람의 모습이 어떤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고단하고 자기 비하로 힘겨워하는 모습이 일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멘털이 무너지고 흔들리는 경험으로 다시 재개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직업이구나 생각했다. 소설가분들의 정신력과 노고가 이 글에서도 느껴졌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우리 주변에 있는 우리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작가분의 관찰력과 표현력은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팍팍한 우리 삶을 재미있게 잘 그려낸 작품이다. 일상 대화에서 부러움의 대상은 '내가 아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사실 아는 사람보다 내 주변에 모르는 사람들의 삶이 더 궁금했다. 이 책이 소소한 궁금함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한 노숙자와 벌어진 소동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후반부엔 여러 인물의 짤막한 삶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편의점이라는 공간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즐겁게 사람 간의 따뜻한 정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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