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_임인년/독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책읽기_흰 코끼리를 지켜라!

솔트리오 2022. 11. 23.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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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 아이들과 거의 매일 책을 읽는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처럼 평일에는 첫째와 둘째가 한 권씩 책을 가져온다. 이제 나도 책을 읽지 않고 잠이 들면 편하긴 하지만 뭔가 한 가지 놓진 기분이 든다. 결혼 전엔 내가 매일 아이들과 책을 읽을 줄은 예상도 못했다. 책을 읽어주게 된 건 첫째가 배속에 있을 때였다. 태교 동화책을 아내가 사준 후 매일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둘째도 형아를 따라 책을 접하게 됐다. 셋째도 책을 만지고 던지고 물고 침 흘리며 친해지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 덕분에 나도 덩달아 매일같이 책을 읽는다. 내가 보는 책도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보는 책은 재미도 있고 교훈도 담겨있어서 읽는 내내 빠져들게 된다. 주말엔 혼자서 책을 볼 수 없어서 잠들기 전에 아이들과 보는 책을 하나씩 기억하고 글로 옮겨 보기로 마음먹었다. 성인이 되고 아이들의 책을 읽는 기분을 남겨놓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나의 생각과 마음을 적은 글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아이들이 내 글에 관심을 가질 거라는 기대는 크게 하지 않는다. 무언갈 바라면 나만 손해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강요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글에 대한 매력을 일깨워주고 싶다.


처음엔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주는 게 무슨 즐거움인가 생각했다. 하루 이틀 꾸준히 읽다 보니 한 가지 보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내 발음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더듬더듬 읽던 책 읽기도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읽는다. 그래서 아이들과 새로운 책을 읽을 때 새롭게 배우는 기분이다. 물론 어제와 같은 책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해도 신나게 읽는다. 어제 읽던 기분과 오늘의 기분은 다르다. 어제 잘 읽히지 않았던 문장이 오늘은 더 잘 읽히기도 하고 때론 반대로 되기도 한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다 보면 아이들에게도 변화가 생긴다. 문장을 통째로 외워버린다. 나는 가끔 책을 보다가 멈추기도 한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 목에 침인지 먼지인지 탁 하고 걸리는 느낌이 들어서 멈췄을 때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내가 읽을 다음 문장을 아이들이 말한다. 책과 똑같이 말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너무 귀엽고 마치 역할극을 하는듯하다. 첫째야 이젠 글씨를 다 알고 있으니까 첫째의 기분만 좋다면 한 줄씩 번갈아 읽기도 한다. 한 권의 책을 즐겁게 읽는 하나의 방법이 됐다.


흰 코끼리를 지켜라!라는 책은 인도를 배경으로 한 두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여러 가지 저축이라는 경제 개념을 동화의 흐름에 적절히 접목시킨 책이다. 저축을 하는 이유를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좋은 내용이다. 책에선 저축은 중요한 때를 대비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어른의 현실적인 말보다 책 속에서 어려움을 헤쳐가는 두 형제의 이야기가 저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줄거리-


코끼리는 행운과 부유함의 상징이다. 그중 왕이 소유한 코끼리는 하얀색 코끼리로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희귀함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부자들의 부러움을 산다. 왕은 부모 없이 자란 두 형제에게 하얀 코끼리를 돌보게끔 하고 두 형제는 그 대가로 많은 돈을 얻게 된다. 형은 안정적으로 돈이 들어오는 상황을 즐기며 살아가며 동생은 필요한 만큼 쓰고 나머지는 모두 저축을 하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은 한 상인의 유혹에 이끌려 돈놀이를 하게 되고 가진돈을 모두 잃게 된다. 그리고 또 한 번 유혹에 넘어가 상인들에게 돈을 빌리고 그 마저도 모두 써버린 형은 한 부자에 돈을 빌리기까지 한다. 약속한 날 돈을 갚지 못하자 그 부자는 형과 약속한 대로 가장 중요한 것을 가져간다. 바로 사랑하는 동생이다. 형은 동생을 찾기 위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반복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부자의 본심을 알게 된다. 하얀 코끼리였다. 형제가 하얀 코끼리를 돌보는 사실과 형제의 말이라면 코끼리도 잘 따른다는 것을 부자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이다. 형은 동생을 찾기 위해 결국 왕의 하얀 코끼리를 부자에게 데려가고 동생을 찾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부자에게 잡혀갔다 풀려나온 동생은 형의 잘못을 알게 되고 다시 코끼리를 찾으러 부자에게 향한다. 동생은 하얀 코끼리 치치을 불러 밖으로 나오게 한다. 부자의 하인들은 코끼리를 막으려 애를 쓰지만 코끼리의 힘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형제는 코끼리 등에 올라타고 다시 원래대로 왕의 궁전으로 데려간다. 동생은 형이 빌린 돈을 갚기 위해 그동안 저축한 돈을 부자에게 준다. 그리고 하얀 코끼리를 가지려 했던 부자에게 왕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않는 조건으로 10년 동안 코끼리 똥을 치우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형은 저축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코끼리의 의미-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신으로 가네샤라고 불린다. 장애 없애주며 재물과 행운을 주는 신으로 여겨져 사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특히 인기 있는 신이라고 한다. 매년 8월 말에서 9월 초에 가네샤를 위한 축제가 열린다. 아무래도 재물운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신이다 보니 힌두권의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가네샤 우상을 둔다고 한다.


우리 집엔 코끼리신을 두지 않았지만 첫째 둘째가 만들어온 수공예품으로 행복함을 채워주고 있다. 이젠 너무 많아서 튼튼한 작품들만 남겨졌다. 조그맣고 통통한 손으로 만든 작품들이 행복과 사랑을 불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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