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다음 그러니까 내일은 화요일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주말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놀랍게도 오늘은 금요일이다. 벌써 금요일이라니.
시간이 빠르다고 느끼는 건 내가 무언가에 빠져있다는 의미다. 좋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지만 때로는 내가 조금 더 많이 갖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이 생긴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어떤 책에선 이런 식으로 말했다.
내 시간이 아닐 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내 짧은 인생을 돌이켜봤다. 진정 내 시간을 보낸 건 언제일까.
나의 10대는 아주 빠르게 지나갔다. 주된 원인은 간단했다. 공부는 무조건 많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었다. 정말 무식한 방법이었다. 그 고집 때문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하루도 없었다. 기계도 쉬어가면서 점검을 받아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데 그 간단한 원리마저 생각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투자하는 시간은 많은데 비해 성적은 초라했다. 몇몇 친구들의 비아냥 거림도 있었다. 억울하고 화가 났지만 고등학교 시절 내내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차라리 의자에서 한 시간이라도 떨어져 친구들과 축구를 하거나 하루를 그냥 쉬어볼걸.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푸릇한 10대의 나에게 무관심했던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20대의 시간은 천천히 만족스러운 속도로 흘렀다. 학교나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 외에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궁금한 곳으로 무계획의 짧은 국내 여행을 다녔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시간을 가졌다. 혼자서 산이나 바다로 떠나 아무 말 없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왔다. 특별할 것 없는 활동이지만 10대 보다 활기차고 어려진 나를 볼 수 있었다. 보는 사람들 마다 얼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피부톤이나 피부에 대한 칭찬과 부러움을 사는 사람도 있었다. 날씨가 좋으면 독서나 일기도 간혹 썼다. 취업에 대한 압박으로 시달린 시기는 길지 않았다.
30대의 시간은 현실세계로 입문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영향이 크다. 만약 지금까지 미혼이었다면 나만의 즐거움을 넘어 다른 사람들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도록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한다.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이 즐겁다.
가장이 되고 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마음속에 담아두는 일이 많아졌다. 대신 아빠, 남편, 아들, 사위와 같은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시간을 보냈다. 여러 가지 역할이 생기면서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찾기 어려웠다. 시간이 생겨도 TV를 보거나 핸드폰을 쳐다보기만 하는 시간으로 소비했다. 소중한 자투리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30대가 꺾이자 생각이 조금 달라졌는지 자투리 시간을 독서나 메모하는 시간으로 소비하고 있다. 십 년 이상 의자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더 많은 공부가 되고 삶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 중요한 방법인 것을 느끼고 있다. 10대 20대에 비해 개인적인 활동이 어렵다 보니 하루 한 시간의 독서와 메모시간은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하루 중 회사에 있는 시간은 아주 빠르다. 그리고 집안일을 하는 시간도 아주 빠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탄력 없이 시간이 늘어져있는 것도 나와 맞지 않다. 시간이 조금 부족할 뿐이지 내 주변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쉴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다.
시간이 없다고 툴툴거리지 말고 글 한 줄을 더 보거나 메모를 하며 삶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건 어떨까.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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