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7일 - 기우뚱기우뚱
6월 3일부터 6일 현충일까지 장장 4일 동안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럴 수 있다. 출근 안 하면 좋은 거 아닌가? 개인적인 시간도 많아지고 꼰대의 반복되는 진한라테를 맛볼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맞다. 자신을 지치게 만드는 요인을 하나라도 줄이는 건 긍정적인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이 또한 개인차가 있다. 현재 내가 생각하는 최적의 휴식은 매주 수요일에 쉬는 것이다. 너무 오래 쉬는 것도 정신과 신체가 나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월급을 받는 사람이라면 업무적으로 너무 멀어지는 일은 몇 배의 에너지와 적응기가 필요하게 된다. 나의 성향은 안정적인 것을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쉬는 날을 확보한다면 내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기초가 된다. 이런 생각을 아주 오랫동안 했지만 실제로 일어난 경우는 작년에 몇 번이었다. 이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생각해 보면 일이라는 게 밀물과 썰물처럼 들어오면 한 번은 빠져줘야 하는 게 맞지 않은가. 이상하게도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는 좀처럼 일이 줄지 않는다.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완전히 빠지는 경우가 없는 것과 같다. 항상 허리쯤에서 오르락내리락한다. 중요한 결정은 내리는 사람들은 시간으로 따지는 것도 부족해서 분단위로도 따진다. 그런 위치는 아주 크리티컬 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어서 내 성향과는 정반대지만 질질 끌리는 일로 허우적거리다 보면 반대가 끌리기도 한다.
내게 출근이라는 의미는 부지런함의 상징이다. 비록 지금은 회사의 월급으로 도움을 받고 있지만 꼭 스스로 일어서고 싶다. 스스로 즐거운 일을 만들고 싶다. 사업이라고 할 순 없지만 머릿속에서 만든 것을 꺼내는 마법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 오랜만에 출근하는 날이라 그런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이 생긴다. 5% 정도 더 능동적인 인간이 된다.
오전은 가벼운 회의를 했다. 정말 해야만 했다. 일이 쏟아지는 가운데 담당자를 서둘러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업무 파악이 빨라지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하는 일에서 두 가지의 일이 더 생겼다. 직급과 경력에 따라 업무의 강도가 분배되고 필요에 따라서 서로 서포트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회사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말로만 하는 팀이 아니었다. 개인의 일이지만 위기가 닥치면 옆에서 힘이 되어준다. 누구 하나 튀는 일도 없다. 과거엔 잘 맞지 않는 분들의 다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미 다 겪어봐서 그런지 전운이 생기면 일단 멈춘다. 일정한 거리와 시간을 갖고 차분해진 상태가 돌아오면 다시 이야기한다.
업무가 머릿속에서 빙빙 돌거나 잊어버리고 싶은 것들은 메모를 해둔다. 머릿속의 생각도 짐을 덜어 놓듯이 무거운 짐은 메모의 형태로 내려놓으면 정말 신기하게 마음이 가벼워진다. 아주 긴장되고 어려운 상황이라면 대화로 풀어가지만 그렇지 않은 정도의 걱정은 종이에 모두 내려놓는다. 문장이든 단어든 주제별로 적다 보면 연결된 기차를 보는 것 같다. 기차가 목표지점을 통과할 때마다 체크를 하거나 선을 그어 깨끗하게 잊는다. 메모를 지우고 쓰레기통에 넣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 자료나 메일로 증거를 남겨놓는다. 자료는 시간이 지나도 찾기 쉽게끔 중요 키워드를 적어둔다. 이렇게 하면 10번 헤맬 것을 5번 이면 찾을 수 있게 된다. 경험해 보니 그렇더라.
오전은 이렇게 지나고 점심을 시간이 왔다. 오늘의 점심이다.
비타민,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단백질이 늘 담겨있는 점심식사. 오늘 선택한 청양고추는 센 녀석이 왔다. 끝으로 갈수록 매워지는 청양고추와 온기가 가득한 콩나물국을 먹으면 입에서 화끈함이 추가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매운맛 안에는 중독이라는 글자가 숨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매운맛이 혀끝의 통각을 최고점까지 자극한 후 고통의 단계가 내려오는 순간 매운맛의 매력이 가장 극대화된다. 롤러코스터도 그렇지 않은가 아래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갈 때 느껴지는 불안감. 올라갈 때 보이는 하늘을 보다가 점점 평평해질 때 다음은 어떤 모습이 보일까 하는 궁금함. 슝~. 아랫배가 간질간질하고 귓가에서 들리는 바람소리와 비명소리 롤러코스터가 움직이며 내는 마찰음. 이 과정을 마치면 사람들은 개운함과 쾌감을 느낀다. 매운맛이 딱 그렇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먹는 건 몸에 좋지 않으니 욕심은 금물이다.
오후 시간은 지난주 금요일에 약속한 일들을 했다. 이 업무도 간단하다. 이미 협의와 수정을 어느 정도 거쳤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반응이라고 해야 하나 어려운 일 보다 간단한 일을 처리할 때 성취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피로감이 몰려오는 날은 작은 일을 찾는다. 그렇지 못하면 큰 일을 잘게 쪼개어 작은 일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면 성취감이 조금씩 쌓이고 크고 많은 일을 대할 때 덜 지칠 것 아닌가. 철두철미한 계획형 인간인가. 그렇지 않을 텐데 이렇게 계획하고 실천하는 게 즐겁다.
아니지 계획형 인간일 가능성이 높다. 대화중 애드리브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누군가 훅 들어오면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당황한다. 계획에 없기 때문이다. 흠... 저녁이나 볼까. 오늘의 저녁이다.
저녁을 적게 먹어야 속이 편한데 아무래도 오늘은 덜 적게 먹은 것 같다. 저기서 제육볶음 고기 하나만 덜 담아도 오징어 튀김을 하나만 덜 담아도 김치부침개를 한 조각만 덜 담기만 해도 엄청날 텐데. 엎질러진 물이니 깨끗이 비웠다. 음식 남기면 벌 받는다는 말은 내가 볼 때 사실로 생각해도 좋을 듯싶다. 집에 음식물이 많으면 마음이 불편해짐을 느끼기 때문이다. 식당의 이모님들도 그러시지 않을까. 후아 오늘도 정말 잘 먹었다. 감사합니다.
< 오늘의 Pick! >
- 청양고추+뜨끈 콩나물국, 김치부침개와 상큼 피클!
▶ 오늘 점심, 저녁 식비 (본인이 좋아하는 것 Top 3) : 30,640원
- 고등어 15,190원
- 김치부침개 : 11,850원
- 상추 : 3,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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