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_계묘년/일상

3월 식단_2일~10일 (2주)

솔트리오 2023. 3. 1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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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얻기 위해?

 

조금 나태해진 3월 초.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게으름으로 변질됐다. 매주 쓰고 쌓여가는 목록들을 보며 만족감을 느끼는 게 즐거움인데 말이다. 지난날 그러니까 2일부터 10일은 오전 8시 출근 오후 11시 퇴근이 반복됐다. 야근을 밥 먹듯 하다 보니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 이러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이 튀어나왔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힘들면 하지 못했을 질문이라고 생각된다. 조금 더 들어가면 내 존재에 대한 이유도 물었다. 앞선 질문에 대한 대답은 책임감이라는 명분이다. 서류에 기입된 약속을 지켜야 사내, 외에서 어깨가 펴진다. 적당히 하면서 제 할 일을 하지 못하면 신뢰를 얻지 못한다. 하루 종일 회사에 있으니 월급보다 누군가의 신뢰를 얻기 위한 삶을 사는 듯했다. 의사를 비롯한 타 직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더 강한 업무강도에 노출되어 있기도 한다는데. 너무 지치면 글을 쓰기보다는 책을 읽는 게 속 편하다.

 


한 줄 리뷰

 

최근 들어 새롭게 느껴지는 게 한 가지 생겼다. 양을 채우기 위한 독서와 시간 때우기 유튜브 시청이 비슷해 보인다는 점이다. 둘 다 그저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독서든 유튜브 시청이든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이동 중 보는 유튜브 쇼츠는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 보는 시간이 끝나면 현실로 돌아온다. 전부 기억하고 마음속에 새겨질 것 같지만 5분 정도 지나면 머릿속에 남는 게 없다. 식당에 가서 신나게 먹고 나서는 집에서 시켜 먹는 게 최고야 하는 우스갯소리처럼 허무함만 남는다. 음식을 먹고도 리뷰를 남기는데 독서, 영상 시청 후에 리뷰를 남기지 않았다니. 무엇을 하든 한 줄 리뷰를 남겨놓는 게 가장 기초적인 생산방법이지 않을까.

 


새벽독서 즐겨보기

 

23년 3월은 새벽독서를 시작한 달이다. 새벽에 일어나 독서를 하고 스트레칭을 한다. 너무나 졸리기 때문에 30분 정도만 한다. 조금 더 익숙해지면 한 시간도 가벼울 거라 생각한다. 새벽과 책을 생각하면 아내가 말했던 일화가 떠오른다. 아내는 중고교 시절에 책 읽는 게 즐거워서 깜깜한 새벽까지 읽었다고 한다. 나중엔 시력 저하를 걱정하시는 장모님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이불속에서 스탠드를 켜고 봤다고 한다. 처음 들었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이해와 공감을 넘어 실천하고 있다. 얼마 전 아내에게 새벽 독서를 시작했다는 말을 했다. 아내의 표정은 진지했지만 약간의 화색을 보였다. 아침이 기분 좋게 상쾌해지고 여유가 생기고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는 등 좋은 점들을 거침없이 나열했다. 이런 아내의 모습을 보면 동기부여만큼은 확실해진다. 새벽독서 후 짧은 한 줄의 생각을 남긴다면 아주 아름다울 것 같았다.

 


하강곡선

 

뒤숭숭한 2주였다. 체력은 회복한 거 같은데 정신력 회복이 더딘 상황에 처한 듯하다. 약간 공허함도 느껴지고 일의 속도를 조금은 늦추고 싶다. 생각에서 머무른다는 게 이런 것이었다. 일의 진행이 되지 않는다. 생각은 하는 것 같으나 사실 반복된 것을 되뇔 뿐이었다. 정말 방전이 된 것인가 할 정도로 의욕이 살짝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있다. 특히 심했던 어제는 메모장에 단편적인 생각들을 적으며 시간을 보냈다. 두서없이 쓰는 글의 장점은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진다는 것이다. 공중에 불안하게 떠오른 몸을 점차 땅으로 내려놓을 수 있게 하는 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읽어봤다. 무엇인가를 숨기려 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내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슬플 일이 한 개도 없는데 저물어가는 해를 보고 있는 것 만으로 마음이 쓸쓸했다.

 

아이들의 어릴 적 사진들을 넘겨봤다. 울컥했다. 왜 아이들의 어릴 적 사진만 보면 왜 그렇게 슬프고 눈물이 날 것 같을까. 나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찾아봤다. 몇 년 전에 남겨진 글인데 "작고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이 사라진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었다. 찰떡같은 표현이었다. 내 슬픔의 이유가 정확히 설명됐다. 바로 그 생각이었다. 다시 볼 수 없는 그 모습이 남겨져 있기가 때문이었다. 사진을 보며 그때 내가 아이에게 어떤 마음으로 대했는지 어렴풋이 떠오른다. 조금 더 사랑할걸. 조금 더 안아줄걸.

 

아이들 생각에 엄마, 아빠, 동생도 떠오른다. 마음이 여린 사람인 걸까. 아니면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마음에 그런 것일까. 아이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했던 나의 행동과 태도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아이들이 지금 이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나의 어떤 태도와 연관될까. 계속해서 떠오르는 질문들은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것일까. 반대로 부모님에게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한 것들이 미안했다. 전화 한 통 해야지.

 


이번주 기억하고 싶은 메뉴

 

조금은 울적한 마음으로 식단을 바라보자니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과 겹치는 게 있는지 찾아봤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오늘은 떡볶이다. 아주 오래전이다. 주말이면 엄마가 했던 가장 행복만 질문. "오늘은 뭐가 먹고 싶어?" 동생과 나는 행복한 고민의 시간을 갖는다. 너무 고민을 하면 엄마가 정하곤 했다. 그게 바로 떡볶이다. 그냥 맛있고 행복했다. 엄마가 해주는 건 다 맛있었다. 쌀떡 또는 떡국떡으로 만들어 주셨다. 내가 잘 먹으니까 양은 언제나 많았고 특히 어묵은 여러 가지 모양을 다양하게 넣어주셨다. 가끔 동생이랑 둘이 집에 있으면 집 근처 분식트럭에서 떡볶이를 사 먹었다.

 

바로 만들어서 먹는 떡볶이뿐 아니라 식은 떡볶이도 좋아했다. 양념을 가득 머금은 어묵을 먹으면 입안에서 착 감기는 기분도 좋고 짭짤하고 더 매운 느낌이 들어 그 맛 또한 즐겼다. 포장마차 떡볶이도 각 집마다 소스도 다르고 떡 종류가 다르다. 떡국떡이 들어간 떡볶이를 선호했다. 일단 어묵과 조합하기 좋았고 한 입에 쏙 넣기도 좋았기 때문이다. 떡을 두세 개 겹쳐서 먹어도 맛있었고 순대, 간과 콜라보를 해도 잘 어울렸다. 아내와는 주로 즉석떡볶이를 먹었다. 아내는 양배추가 많은 게 좋다고 하길래 맛이 있을까 의심했지만 일단 먹어봤다. 그 이후로 즉석떡볶이에는 약배추를 많이 넣는다. 예상과 다르게 너무 맛있었다. 채소가 만들어낸 단맛이 질리지 않는 달콤함과 매콤함을 만들어줬다. 떡볶이에 꼭 양배추를 팍팍 넣어서 드셔보시길.

 

기분좋은 3월의 시작

 

이모님 항상 감사합니다. 따듯한 밥 잘 먹었습니다.

 

살면서 때로는 느리고 긴 호흡이 필요할 때가 있다. 가쁘게 숨을 쉬며 무작정 달려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체력증진을 위해 인터벌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비슷한 원리로 감정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연습이 아직은 많이 필요하다. 행동 하나에 드러난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말.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이렇게 쌓여가는 기록들이 있어서 글을 마치는 지금은 기분이 나아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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