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_계묘년/일상

3월 식단_13일~17일

솔트리오 2023. 3. 2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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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 충전

각자의 위치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아내와 야식을 먹기로 계획했다. 아이들은 오늘도 피곤한지 9시에 모두 잠이 들었다고 했다. 수 일 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던 업무의 컨셉을 잡았다. 오늘은 여기까지야!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이미 밤 9시였다. 아내와 무엇을 먹을까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매운 음식으로 결정했다. 사실 스트레스가 덜 했던 날에도 매운 것으로 야식을 먹었다. 둘 다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신체건강엔 나쁘지만 정신건강을 위해 야식을 먹는다. 맛있게 먹으면 칼로리는 제로인 것처럼 지쳐있는 정신에 힘을 보태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다.

닭발 향기가 미쳤어....

 

이번에 선택된 메뉴는 닭발+돼지껍질이다. 술은 소주(새로) 1+콤부차 1+토닉워터 1 비율로 섞어 마셨다. 이번 야식의 목적은 배불리 먹기보다 닭발의 쫀득함과 향을 즐기자였다. 날이 따듯해지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니 돼지고기가 생각나서 껍데기를 시켰고 추위가 많이 사라졌으니 소주보다는 가벼운 음료처럼 마실 수 있는 주류를 선택했다. 노트북으로 드라마 한 편을 즐긴다. 이래서 야식은 한 번 접하면 쉽게 떼어내기 어렵다. 아이가 생기면서 야식 먹는 횟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야식 생각이 나도 너무 피곤하거나 다음날 일정이 있어서 먹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야식을 먹는 속도도 느려졌다. 천천히 먹어서 좋은 점은 포만감이나 음식의 맛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내와 대화가 많아졌다. 맛있는 음식이 앞에 놓여있고 서로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를 시작으로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며 서로의 시간을 공유한다. 우리의 대화 중 절반이상은 아이들 이야기다. 첫째는 학교에 혼자서 잘 다닌다. 혼자서 학교가 길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둘째는 날씨나 공기 오염농도가 나쁜 경우를 제외하고 유치원까지 걸어간다. 약 1.5km 정도다. 가깝고도 먼 거리다. 하지만 둘째는 지나가며 보이는 풍경들이 모두 놀잇감으로 보이나 보다. 산책을 좋아하고 즐긴다. 쫑알거리는 둘째와 손잡고 산책을 하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 막내는 조금씩 걷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놀이를 한다. 의자로 식탁으로 책상으로. 귀여우니까 봐준다. 첫째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다른 몇 가지 주제를 꺼내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자주 다퉜던 지난날도 떠올랐다. 그 모습을 생각하면 야식을 결코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음식 한 입에 생기가 돋는다. 나는 종일 회사에 있고 아내는 종일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작 자신에게는 소홀해진다. 어릴 적에 봤던 엄마, 아빠의 모습이었다. 어느새 내가 그 모습이었다.

 

 

그렇게 각 1병씩 먹고 깔끔하게 야식을 마무리했다.

 


맛있는 젤리의 반전

우리 첫째는 초등학생이다. 호기심은 물론이고 엄청난 체력과 말대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고 있다. 하교 후에 다른 일정이 없으면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어울려 논다. 때맞춰 엄마들이 챙겨 온 간식도 먹으니 얼마나 신났을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날도 늦은 퇴근이었다. 묵직한 피로에 특효는 역시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었다. 개운한 상태로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막 잠이 들려고 하던 찰나에 첫째가 내 옆으로 왔다. 너무 간지럽다며 온몸을 긁고 있다. 첫째는 아토피가 있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간식을 먹으면 가려움이 더 심해진다. 목, 팔, 등, 배 넓은 부위에 걸쳐 가려움을 호소한다. 어린아이의 피부라고 하기엔 다소 거친 느낌이 있다. 낮에 간식 많이 먹었냐고 물어보자 젤리를 한 봉지 먹었다고 한다.

 

젤리가 그렇게 무서운 녀석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로션을 발라주고 물을 먹으라고 권했다. 평상시에도 물을 잘 먹지 않다 보니 여기저기 피부의 건조함이 눈으로도 보였다. 차라리 내가 가려웠으면 속이라도 편했을 것이다. 한 편으론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 다른 한 편으로는 답답함에 화도 났다. 물만 먹고 젤리 같은 간식을 조금만 줄여도 많이 좋아지는데. 전혀 다른 두 가지의 감정이 충돌한다. 그러다 결국엔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를 탓하는 나 자신을 미워한다.

 


 

잔반을 남기지 않아요

 

일은 때로 진취적인 의욕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가끔은 식당이 아닌 숲 속에서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생각만 해도 몸과 마음이 깨긋해짐이 느껴진다.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오기 전에 집 근처엔 해발 300m 정도의 산이 있었다. 지금도 집 근처에 산이 있지만 더 멀다. 그 산으로 가볍게 등산을 하다가 가방에 챙겨둔 김밥과 음료수를 꺼내어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혼자 식사를 한다 해도 이상하거나 전혀 외롭지 않을 분위기였다. 올라가기 전에는 뭐가 있을까 기대하지 않았지만 막상 올라가니 생각보다 넓게 도심지가 보였다. 겉모습으로 속단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 한번 느꼈다.

 

이번주의 메뉴는 김밥이다. 바쁜 직장인에게 김밥만 한 게 있을까. 밥과 반찬이 한 데 모여 든든하면서도 어디서든 쉽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속재료가 다양한 김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재료준비와 시간이 필요하다. 김밥의 매력은 여기에서 나온다. 속 재료가 단무지 하나여도 또는 그냥 밥만 있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음식이다. 충무김밥이 있지 않은가. 오징어무침과 무김치에 먹는 즐거움은 기본이고 참기름과 간장을 섞은 소스에 찍어먹는 묘미도 있다. 어릴 때 엄마가 김밥을 싸면 그 옆에서 나만의 김밥을 만든다며 내가 좋아하는 재료로 가득 채운 기억이 있다. 이상한 건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 넣었는데 골고루 넣어서 만든 엄마의 김밥보다 맛이 없었다. 욕심으로 만들어낸 맛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반면에 서로 다른 성격의 재료가 뭉쳐진 김밥은 끝없는 매력에 빠져들게 만든다.

 

김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이 있다. 라면이다. 보글보글 끓인 라면 국물에 약간 식은 김밥을 푹 담가서 꺼내먹으면 입맛 없고 살이 안 쪄서 고민인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본다. 무조건 고기나 기름진 음식으로 살을 찌우기보다는 다채로운 맛의 조화를 이루는 김밥과 맵고 짠맛의 대명사 라면이 만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분명 국물까지 다 먹을 것이다. 김밥 전문점도 많아졌다. 메뉴판의 좌측 최상단에 위치한 기본김밥이지만 식당마다 맛의 차이가 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집 앞 김밥집은 기본이 맛있고 엄마집 근처의 김밥집은 매콤한 땡고추김밥이 맛있다. 다른 김밥도 맛있지만 아마도 그 김밥을 먹을 때 마음상태가 편했던 걸로 기억한다. 음식과 감정도 상관관계가 있다.

 


 

한 계단을 오르듯 하나씩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며칠 동안 풀리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만큼 잘 풀리는 일도 많다. 이제 마스크도 벗고 식당에 들어선다. 이모님들이 맛있게 먹으라는 말도 선명하게 더 잘 들린다. 덩달아 나도 잘 먹겠다고 잘 먹었다고 말한다.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은 배가된다. 음식도 예전보다 더 맛있어졌다. 내 생각에서는 말이다. 이번 한 주도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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