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_계묘년/일상

23년도 3월을 보내며

솔트리오 2023. 4. 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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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운 시작

 

본격적인 봄을 맞이했다. 3월은 나의 탄생월이기도 해서 부모님 생각과 감사함이 만개한다. 코로나도 이제 감기처럼 취급받는 세상이 왔다. 대중교통, 공연장, 학교에서도 마스크를 선택적으로 쓰고 생활한다. 정말 이런 날이 얼마만인지 반가웠다. 2년 넘게 우리의 얼굴은 가지각색의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다. 코로나가 창궐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은 기침소리 한번 내는 게 무서울 정도로 모두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밥을 먹다가 목에 무엇이 모래알 같은 게 걸려서 콜록콜록하면 주변의 날카로운 시선이 강렬했다. 기침을 하면서 '저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습니다'라고 속으로 외쳐댔다. 코로나에 걸리면 부주의한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전염성에 전 세계가 떨고 있던 그 시절도 이제 역사의 한 부분으로 기록됐다.

 

재미있는 건 마스크를 개인의 의지에 따라 쓰는 때가 왔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벗고 첫 외출하는 기분은 이제 막 제대한 군인처럼 약간의 사회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아직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만 마스크를 착용한다. 그 외에는 프리하다. 확실한 건 코로나 덕분에 득과 실이 극명하게 나뉘었다는 것이다. 마스크, 배달, 비대면 시스템, 인테리어는 확실히 경제적 성장이 눈에 띄었다. 마스크는 속옷처럼 우리 몸을 지켜주고 배달은 코로나 마주칠 확률을 대폭 낮춰주는 동시에 스트레스 해소용이었다. 비대면 시스템은 만인을 위한 소통수단이었으며 인테리어는 집구석 분위기를 바꾸어 새로운 곳으로 이사한 느낌을 주었다. 그 외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까지만 쓴다.

 


 

2) 3월은 얼마나 걸었을까.

봄은 걷기도 좋은 계절이다. 대기 상태가 맑음이면 정말 최고다. 나들이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너도나도 예쁜 꽃과 함께 사진을 찍기 바쁘다. 나도 그랬다. 본인을 제외한 아이들과 아내 사진을 주로 찍어준다. 내 사진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담은 사진의 한 구석에 나온다. 주로 얼굴 조금 팔, 다리가 조금 걸쳐진 사진들이 많다. 상관없었다.

 

가까운 근교로 나들이를 몇 번 다녀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미세먼지가 있는 날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위해 날씨 좋고 공기 좋은 주말은 집에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도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과 주말 내내 집에 있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교하고 놀이터에서 뛰어논 첫째, 둘째는 목소리가 조금 쉬었다. 그 모습을 보자니 공기 좋은 날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공기가 좋은 날은 집에 가는 길을 조금 달리해본다. 운동부족의 문제가 가장 크며 집에 가는 길이 항상 똑같아서 심심한 기분이 들기도 해서다. 그러다 아내의 심부름을 수행하기 위해 마트를 거쳐 오는 경우도 있었다. 눈으로만 봤던 길을 걸어가 보니 새로운 곳에 탐험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래 이거지 이거야 하면서 돌아가더라도 즐거웠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재미있고 궁금해 보이는 길이 있으면 생각한다. 시계가 없던 어릴 시적은 하늘에 떠있는 해를 보고 높게 떠있으면 가고 그렇지 않으면 일단 다음으로 넘긴다. 처음 가는 길이 때문에 어두운 길보다는 밝은 길이 좋았다. 어릴 적 해는 마치 보험 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호기심에 이끌려 가보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풍경들이 많이 보였다. 새로운 아파트 단지, 도로가 연결된 형태들이 마치 "이다음엔 무엇이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건드렸다. 그 덕에 집에 돌아오지 못할 뻔한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다.

 

가장 위험했던 건 20대에 호기롭게 홀로 올랐던 집 근처 산이었다.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거대한 자연을 상대로 까불었던 것이다. 물 한 병과 우연히 마주친 익숙한 길이 보였길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골짜기와 언덕을 오르내리며 탈진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그때 이후로 산을 오를 땐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길로만 다닌다. 된통 혼나고 얼마 후 시도한 것은 전철역 따라 걷기였다. 다 걷고 나서 보니 집에서 왕복 30km 정도였다. 5시간을 넘게 걸었다. 이 또한 다행인 것이 당시 유산소와 웨이트운동 등산을 꾸준히 겸해서 체력이 견뎌냈을 거라 생각한다. 가방 하나에 물과 약간의 간식만 챙겨 호기심 따라 시작한 걷기였다. 지갑이나 현금은 일절 챙기지 않았다. 이것도 눈앞에 보이는 길을 지나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오버페이스가 부른 고통은 확실히 다음날 나타난다. 이틀은 집에서만 쉬며 힘들었을 관절에게 미안함을 담아 수분과 단백질, 지방을 적당량 섭취하며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현역시설 20km 행군보다 더 힘들었다. 결론은 걷기를 좋아한다.

3월 괜찮군!

매일 걷던 길에서 조금 방향을 틀었을 뿐인데 20만 걸음이 넘었다. 지난달 보다 조금 더 걸었다. 걷기 좋은 날인데 많이 걷고 다시 건강해야 져야지. 그리고 계단을 이용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공원에서 집까지 가는 길에 계단이 있다. 비탈길은 이용하지 않고 대퇴사두와 대둔근 허리 주변의 기립근에 집중한다. 큰 자극은 아니어도 종일 의자에 눌려 사용하지 않은 근육을 움직이는 기쁨이 있다. 양치를 하며 대퇴사두를 자극해 준다. 운동이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일단 자극을 주는 동작자체가 마음에 든다.

 


 

3) 얼마나 잘 먹었나

 

3월은 여러 행사가 있어서 사실 잘 먹었다. 이 달은 아이들을 축하할 일도 많았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잘 먹었던 달이다. 게다가 월말에는 회식도 했다.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우리 팀의 경우 회식은 분기별로 한 번 하는 꼴이다. 이번 회식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으신 상무님께서 사주셨다. 자신도 노후를 준비하신다며 이번이 마지막 회식일 거라 말씀하셨다. 다들 아쉬워했다. 아랫 직원들을 잘 챙겨주시는 분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더 감사했다. 집에 가는 길에 아이들과 먹으라며 족발도 포장해 주셨다. 때로는 큰삼촌 같은 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 맨날 똑같다. 맛이 변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른 생각을 갖고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음식 준비에 필요한 노력과 시간. 맛도 중요하지만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나는 감사함이 먼저 나온다. 돈 버는 일인데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도 있겠다. 역지사지로 보면 똑같은 상황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나서 결재를 받으려 했는데 반려됐을 때 기분은 어떠한가.

 

정말 대충 하고 성의가 없어 보인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자신의 책임을 다 하지 않았으니까. 전문적이지 못하고 잘 모를수록 자기만의 생각으로 선을 긋곤 한다. 상대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넌 이럴 것 같아라는 식의 단정 짓는 행동은 아주 위험하다. 다 차려진 음식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의 됨됨이를 조금 살펴볼 수 있다.

 

감사하는 마음 잊지 말자.

 


 

4) 잘 보이나?

3월의 대기질은 평균적으로 보통이하였다. 봄철 황사를 비롯해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자기 영역을 확장한다. 우리에겐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산업화와 함께 봄에 그 녀석들이 말썽이다. 이제는 계절을 따지지 않고 언제나 말썽인 게 문제다. 자연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인간의 힘으로 비를 내리게 하거나 태양을 만들거나 바람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반면에 효과는 크지 않다. 자연현상을 이용해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는 방법들 중에 어렴풋하게 생각나는 내용이 있다. 어릴 적 과학잡지에서 본 내용인데 겨울철 찬 공기를  냉동창고 같은데 가두고 저장을 한다. 그리고 여름철에 가둬놨던 겨울공기를 꺼내어 쓴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기술과 공간의 면적을 기반으로 줄줄이 설명이 되어 있었다. 아주 기발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그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분명한다. 여름이 되면 겨울의 찬 공기가 생각나고 겨울이 되면 여름날 부는 따듯한 바람이 생각난다.

 

자연을 이용해 인간에게 이로운 상황을 만들기 위해선 가장 먼저 환경을 지키는 게 가장 우선순위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어떤가. 환경오염이 아주 심각하다. 이상기후라는 말도 이상한 말이 아니며 심각한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영상물 제작을 위해 낭비되는 생산물 또는 자연물들이다. 생활이 편리해진 만큼 그 이면을 살펴보아야 한다. 중요한 건 낭비를 줄이자는 것이다. 3월은 저 멀리 얼마나 잘 보일까.

 

 

음...

그나마 잘 보이는 날은 13일 월요일이다. 나머지는 안개나 미세먼지에 시야가 탁해서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공기가 좋은 날은 잘 보이겠지 기대를 하지만 생각보다 공기가 좋아도 안개가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4월이다.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나를 사랑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나의 외부에 더 많은 일들이 펼쳐져 있다. 잠자는 시간,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은 나의 외적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조금 속도를 늦춰보고 싶다. 1월부터 지금까지 며칠을 제외하고 야근을 하다 보니 솔직히 출퇴근 이동시간에 책도 잘 읽히지 않는다. 금방 잠이 온다. 학교처럼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을 딱 잘라서 생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전화 오고 누군가 찾아오고 빠르게 검토해야 하는 등 여유 없는 일과가 이어진다. 이 정도쯤 되니 아이들은 아빠가 일찍 집으로 오는 날을 신기해한다. 정말 "우리 집에 놀러 와 아빠"라고 할 것만 같았다.

 

나를 위한 식사시간이 있다는 것에 큰 감사함을 느낀다. 조용한 도서관, 서점에 있을 때 너무 좋다. 아무런 책을 보지 않고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육아에 지쳐있는 아내가 잘 먹고 웃는 얼굴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이들이 잘 놀고먹고 자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진다.

 

억지로 "힘내자"라는 말보다는 "잘하고 있어"라는 말이 더 좋다. 커피라도 한 잔 하며 여유 좀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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