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평균 기상 시간은 5시 30분이다. 엄청 피곤하고 졸리지만 5년간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이제는 웬만큼 피곤하지 않으면 10분 전후로 눈이 떠진다. 여름엔 해가 일찍 뜨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데 어려움은 없다. 여름이면 항상 나타나는 열대야에 끈적거리는 아침을 샤워로 날려버리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천천히 회사로 출근한다. 회사에 도착하면 7시 20분 정도 된다. 높으신 분들은 이미 출근 완료 상태다.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시는 분과 그렇지 않은 분으로. 아침에 너무 일찍 나가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일찍 나오는 게 오히려 몸도 마음도 편하다. 일찍 나오면 좋은 건 아침 출근길이 한적하다는 것이다. 전철을 이용할 때도 그렇고 차를 이용해서 주차할 때도 그렇다. 주차난을 벗어날 순 없어도 피하는 방법을 알기 때문에 일찍 행동한다. 주변 회사 사람들과 주차 경쟁을 할 필요도 없다. 겨울의 5시 30분은 밤이라고 해도 믿어진다. 가끔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날 때가 있다. 나는 속으로 숨바꼭질을 하다 걸린 것처럼 놀라게 된다. 그럼 아이들은 '아빠 밤이야. 얼른 자~'이런다. 울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면 출근 준비를 하다 말고 아이들 옆에 누워서 진정을 시켜준다.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니 웬만해선 지각하지 않는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본관 옆 작은 건물이다. 오래전에 식당 건물을 개조해서 지금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본관에 비해 출퇴근하는 직원수도 적다. 근무시간은 8시부터 17시 까지다. 나는 30분 이상 일찍 출근을 하게 되는 샘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직원들의 평소 출퇴근 시간이 어느 정도 인지 눈에 보이게 된다. 물로 분들의 출근시간이 내 업무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고집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남긴다. 항상 일등으로 출근하시는 팀장님은 최근 들어 직원들의 출근시간이 궁금해지셨나 보다. 손에 꼽는 4인방이 있다. 내가 봐도 정말 아슬아슬하게 출근한다. 마치 시계를 보고 일부러 그때 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참 많이 뒹굴고 놀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모래놀이 덕분에 세균에 대한 저항이 강해 진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미끄럼틀, 그네, 시소, 구름사다리, 회전판 같이 빙글빙글 도는 것, 정글짐에서 신나게 논다. 그리고 모래놀이를 꼭 했다. 비가 오면 더 좋아했다. 큰 웅덩이를 만들고 수로를 만들어서 여러 갈래로 나뉘어 흐르는 빗물을 보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서너 명의 친구들이 모여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물을 옮기면 그 노력에 모래 수로는 만족스럽게 보답해준다. 그리고 모래를 산처럼 쌓아놓고 정상에 나뭇가지를 푹 찔러 넣고 순서대로 돌아가며 자기 몫의 모래를 가져가는 놀이도 한다. 땅따먹기를 모래성으로 바꿔서 하는 놀이라고 생각하는데 놀이 이름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는다.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하고 나뭇가지가 쓰러지기 일보 직전까지 모래를 자기 앞으로 가져간다. 그러다 어느 한 사람이 나뭇가지를 쓰러뜨리면 게임이 끝나는 놀이다. 단순하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놀이였다.
세월이 흘러 우리 사무실엔 모래놀이처럼 아슬아슬하게 지각 시간을 피하는 4인방이 있다. 근무태도가 어떻게 반영됐는지 모르겠지만 큰 불이익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팀장님은 7시 50분쯤 사무실을 훑어보신다. 정수기 물을 뜨면서 4인방의 출근 여부를 확인하신다. 입가엔 어이없는 미소도 보이신다.
팀장님 : 오늘은 누가 일등이냐? 누가 8시에 최고 근접하게 온 거냐?
팀장님의 눈을 피해 4인방은 모니터에 집중한다. 최고 선임은 "한... 55분쯤..."이라고 힘겹게 대답한다. 보통 그분의 출근시간은 57~58분이다. 지각은 아니지만 8시 출근인데 58분에 도착을 하니 정신이 없어 보인다. 팀장님께 지적받고 나서 커피 한잔과 담배를 태우러 나가신다. 최고 선임의 하루 시작은 이렇게 시작된다. 워낙에 반복되는 상황이다 보니 지금쯤이면 무얼 하겠구나 감이 잡힌다. 전 직장에서 직급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생겼는데 최고 선임을 보면서 직급이 누군가에겐 껍데기처럼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전 직장에서는 아슬아슬하게 출근하는 모습과 반대되는 상황을 경험했었다. 외국 기업에선 나이와 성별 상관없이 능력으로 평가를 한다는 건 익히 들었다. 당시 우리 회사로 해외의 실무자가 찾아온다고 연락을 받았고 그 날짜에 맞춰 필요한 자료들을 준비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공기업 소속이었고 직급으로 따지면 부장이었다. 그분이 회사에 도착하고 첫인상을 봤을 때 굉장히 젊어 보였다. 과거에도 우리 회사로 방문한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늘 꼼꼼하게 확인하고 다음 절차를 진행한다. 그리고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하고 지난번의 문제점 해결 여부를 확인했고 공지할 내용을 전달했다. 우리 회사의 평가를 마치고 다른 곳으로 갈 때 그분의 나이가 30대 중반이라는 사실도 듣게 됐다. 그 직원분이 자국의 회사 복귀를 위해 인사를 마치고 돌아가자 다들 부러운 눈치가 역력했다. 젊은 나이에 팀장이 됐으니 말이다. 특히 우리 회사뿐 아니라 다른 회사와 업무 강도를 비교했을 때 자국의 업무 강도는 한국에 비해 평균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 당시 회사도 야근이 많았다. 급여, 복지, 근무시간만으로 따져보면 부러운 현실이었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 넓혀서 문화, 종교, 환경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비교해보고 실제로 가서 느껴봐야 알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단순히 부럽다는 생각은 조금씩 사라지게 됐다.
상반되는 두 가지 상황을 경험해보니 인사평가가 너무 까다로운 것도 문제지만 너무 느슨한 것도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최고 선임을 지적하고 싶지는 않지만 연봉 문제를 꺼낼 때도 불만이 많았던 분 중 한 명이었다. 그때도 속으로 그랬다. '근무태도를 따져봤을 때 그럴 자격이 있는가 스스로 물어보세요'. 부러워만 하지 말고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해 드리고 싶다. 오늘은 4인방 중 한 명이 연차다. 오늘의 모래놀이 나뭇가지는 쓰러지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다.
숫자로 보면 어떨까. 다들 출근시간이 거기서 거기지만 평균적으로 내가 본 경험을 정리하면 이렇다. A, B, C, D로 개인을 표현했고 근속연수 순으로 정리해봤다. 근속이 같다면 연령이 높은 사람을 앞으로 세웠다.
A(근속 10년) - 평소 사무실 도착시간 07:57
B(근속 9년) - 평소 사무실 도착시간 07:55
C(근속 9년) - 평소 사무실 도착시간 08:00
D(근속 7년) - 평소 사무실 도착시간 07:50
내 자리는 그분들의 중간에 있어서 이렇게 소상히 알 수 있었다. 그나마 D 직원은 매주 월요일 회의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평균 사무실 도착시간이 다소 앞당겨졌다. C 직원은 주 1회 정도 2,3분 지각을 한다. 인사평가가 어떻게 되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항상 저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알람이라도 맞춰두는 건가 할 정도로 신기할 따름이다. 이 회사가 내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신기한 경험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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