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_계묘년/일상

[오늘의 메뉴] 식사 알림장

솔트리오 2023. 4. 2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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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4일 월요일

 

<따듯한 주말>

 

다른 때 보다 의미 있는 주말이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친구 따라 도서관에 갔다. 그냥 간 것도 아니고 "깜냥" 작가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물론 우리 첫째는 깜냥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생일파티를 했던 것이 작가님을 만나러 가는 계기가 됐다고 해야 할까. 새로 사귄 친구도 우리 첫째처럼 책을 좋아한다. 그 친구는 주말마다 여러 도서관에도 잘 다닌다고 한다. 책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넓은 친구로 보인다. 그 친구가 생일선물로 깜냥시리즈 중 한 권을 선물했다. 첫째는 그 책을 뜯자마자 다 읽었다. 태권도를 주제로 하는 다른 책도 보고 싶다며 관심을 보였다. 친구는 깜냥 시리즈를 모두 소장하고 있어서 친구에게 빌리기로 했다. 그리고 첫째의 생일이 조금 지난 후 "깜냥" 작가님이 무료강연을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의 엄마께서 아내에게 말해준 것이다. 좋은 경험이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특히나 복잡한 서율지역이 아니었기에 이동이 조금은 수월한 점도 한 몫했다.

 

막내의 간식거리를 만들어 챙기고 강연장으로 향했다. 친구네는 이미 출발했다고 하니 우리도 서둘러 출발했다. 날씨는 어찌나 좋은지 기분이 그냥 좋아질 날씨였다. 특히나 오랜만에 세차도 해주셔서 내 차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안전하지만 신나게 달려 시간 안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또래 친구들과 엄마 또는 아빠들이 한 자리씩 앉아계셨다. 강연장소가 넓지 않아 엄마 또는 아빠만 입장이 가능했다. 아내는 첫째가 혼자 있어도 좋다는 확인을 하고 강연장 밖으로 나왔다. 강연시간은 총 2시간이었다. 물론 이 시간은 강연이 종료되고 사인하고 사진 찍는 시간을 포함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우리 넷은 날씨를 즐기며 주변을 산책했다. 간식도 먹고 예쁜 시간을 보냈다. 둘째랑 막내 귀염둥이들은 과자도 흘리고 물도 쏟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강연이 끝나고 첫째가 후다닥 뛰어나왔다. 그러다 갑자기 다시 들어갔다. 작가님의 사인을 받고 사진을 남겨두는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처음 겪다 보니 아내와 나도 깜냥이 나오는 책을 가져오지 못했다. 그 책에 사인을 받으면 조금 더 의미 있었겠지만 예쁜 우편에 사인을 받고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작가님께 사진을 사용해도 되겠냐는 질문을 하지 못해서 사진은 그냥 소장하기로 한다. 이런 기회가 다시 온다면 그땐 꼭 물어보리라.

 

강연이 끝나고 아이들의 뒤풀이를 위해서 근처의 넓은 숲이 있는 카페로 이동했다. 이곳엔 세 가족이 모였다. 아이들은 오랜 친구인 것처럼 거리낌 없이 금세 친구가 됐다. 그런 아이들의 친화력에 모두들 감탄했다. 이곳에 모인 가정의 공통점은 집에 TV가 없다는 점과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나 영상매체보다는 책이나 야외 활동을 많이 시켜준다는 점이었다. 우리 집은 야외활동이 적지만 일단 비슷하다고 느꼈다. 두 시간 정도 흐르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여기서도 느꼈다.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큰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사실을.

 

이런 주말은 보내니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일요일엔 28kg로 훌쩍 커버린 첫째를 목말 태운채 스쿼트를 했다. 생각보다 힘들었고 할 일이 많았기에 너무 많은 기운을 빼고 싶지 않았다. 10개씩 2세트에 5개를 더 하고 벤치프레스가 생각나서 첫째를 등에 태우고 팔 굽혀 펴기를 했다. 이것은 5개도 못했다. 아직은 둘째를 태우고 해야 하나 보다. 우리 야리야리한 귀염둥이 둘째는 아직 16kg다. 밥을 더 먹으렴.

 

화장실 청소에 분리수거까지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갈비를 시켜 먹었다. 배달온 양이 조금 부족해 보였지만 기침하는 귀염둥이들은 고기를 위주로 먹고 아내와 나는 비빔냉면과 물냉면을 하나씩 시켜 먹었다. 아쉬워했지만 다 먹고 나니 오히려 적게 먹은 게 속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다. 욕심은 뇌가 인지한 시각정보를 왜곡하는가 보다. 이래서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나오는가 보다. 잘 먹었습니다. 고깃집 사장님.

 

좌-갈비 우-삼겹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것을 먹었으니 괜찮은 월요일이야라고 주문을 외웠다. 옷차림도 더 가볍게 단장했다. 거울을 보니 뭔가 어색한 것 같지만 패션은 자신감이라고 하니 어깨 쫙 펴고 회사로 향했다. 늘 그랬듯 전철에서 전자책을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글 읽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마음의 여유를 가져온다. 가십거리를 읽기보다 한 권의 제대로 짜인 책을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가십거리는 말 그대로 일회성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잠깐의 즐거움을 줄 뿐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책이라고 모든 내용이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읽는 내내 생각하는 재미가 있고 잠시 멈춰서 책이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하기도 한다. 은연중 대화가 되는 기분이다.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대화. 

 

요즘같이 일이 많을 때 대화는 날이 서있는 대화가 많다. 숙제를 주지는 않을까 서류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약간의 불편한 마음 때문이다. 일이라는 게 다 그렇다고 하지만 과연 다 그럴까. 사실 그렇지 않은 일을 찾는 게 얼마 전부터 풀고 있는 숙제다. 꿈의 일이라고나 할까. 지금 하는 일이 꿈의 일은 아니지만 꿈의 일로 향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유라면 부족한 부분을 계속해서 채워나가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업무로 경직된 몸과 마음을 풀어주기 위한 시간으로 점심시간 만한 게 없다. 슬슬 지난 주말에 어떻게 지냈는지 하나씩 이야기를 꺼내어본다. 오늘의 점심이다. 보자. 파이팅이 솟아오른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열무+돼지갈비가 아주 좋았다. 생선가스+샐러드(드레싱 X) 조합도 훌륭했다. 어제도 오늘도 고기를 먹는다. 질릴 만큼 먹지 않아서 질리지 않는다. 다른 반찬들도 맛있게 먹었지만 국이 묘하게 매력적이었다. 두부가 들어간 김칫국인가 싶은데 건더기를 계속 먹어보니 익숙한 맛이 올라왔다. 참치찌개였다. 오호. 어쩐지 국물에서 고소한 맛이 올라온다 싶었어.

 

식당에서 먹는 밥은 반찬이 많기 때문에 몇 가지 조합이 항상 가능하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선택에 따라 가감이 되는 그 맛의 재미를 느끼면 하나의 식판에서도 다양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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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점심이에요

 

점심을 먹고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한 계단씩 차근차근 업무를 진행했다. 그러다 갑자기 다른 팀 부장님이 우리 사무실을 찾아오셨고 우리 팀장님을 찾으셨다. 그분이 오신다는 건 무언가 자신이 해결하기엔 자신 없는 문제를 해결해 주기 바라는 신호다. 한마디로 우리 팀에겐 불청객이었다.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오셨을까'. 느낌상 오늘은 1급이다. 간략하게 그분을 설명하자면 몇 가지 특징으로 나눌 수 있다. 3단계로 나눌 수 있겠다. 이 분의 특징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분을 비난하거나 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흠흠...

 


>> 3급) 급하지 않지만 전화문의가 애매한 경우 대면으로 궁금한 점을 해소해야 하는 경우.

 

걷는 속도가 보통이며 얼굴의 표정에서 무뚝뚝함이 없고 약간의 장난기가 숨겨져 있다. 이 경우는 커피 한잔 마셔가며 토의가 진행된다. 문제가 해결되며 우리에게 어떠한 요구도 없는 상황이다. 아주 HAPPY 한 상황이다.

 

>> 2급) 급한 상황이며 본인도 어느 정도 아는 내용이지만 협력이 필요한 경우.

 

걷는 속도가 조금 빠르며 바닥과 발바닥이 부딪히는 소리가 조금 크다. 서론은 짧고 본론으로 빠르게 들어간다. 서류를 가져와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 때 상대방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며 답답해한다. 잘 못하면 조금의 손해가 발생하며 본인 업무에서 가벼운 서류 작업이 추가될 수 있는 경우다. 업무를 줄이는 게 목적인 상황이다. 불쾌하지만 일단 우리 팀 부장님까지 힘을 빌려 방어에 성공한다. 추가적인 서류 작업이 없거나 우리 팀에게 그 여파가 없는 경우다. 다만 많은 시간을 소모하여 업무의 영향이 다소 발생하는 단계다.

 

>> 1급) 아주 급하다;;. 어떡해!. 모르겠어. 대신 통화 좀 해줘요. 

 

본인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은 내용이지만 우리 팀에 들고 와서 해결하기를 부탁한다. 사실 반 강제적이다. 발걸음도 빠르고 얼굴이 약간 굳어있다. 그리고 한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이 상당히 저돌적으로 보인다. 상황설명은 아주 짧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업무 담당자에게 대신 설명을 요구한다. 우리 부장님이 강하게 튕겨내도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관련 담당자와 우리 팀 간 전화회의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가장 싫은 것. 방어의 성공여부와 무관하게 서류업무가 추가되는 것이다. 일정한 양식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자료를 종합하고 나름의 분석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업무가 생겼다. OMG. 다시는 이런 일로 오지 않길 바라며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길 바란다. 부탁드립니다.


신나게 먹은 점심이 살짝 답답해지는 기분이 드는 오후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업무의 결과가 뒤집어지는 일이 또 생겼다. 왜 이러는 걸까요. 이럴 때일수록 무슨 말이든 글을 쓰려 노력한다. 업무가 종료되는 시점을 기다린다. 저녁이다. 그분은 문제를 해결했으니 본인의 사무실로 복귀를 하셨다. 우리에게 숙제를 넘겨주신 채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저분 어떡하지?!.

 

안 되겠다. 저녁으로 잊어보자. 박차고 일어나 저녁을 먹으러 향한다. 오늘의 저녁은 아주 깔끔한 분위기였다. 오늘은 점심도 그렇고 저녁도 그렇고 국물이 아주 끝내줬다. 뭐지 이 얼큰하고 시원함은?!!. 속이 그냥 후련해지는 맛이다. 밥을 말고 싶을 정도의 맛이지만 참았다. 다급해진 마음은 상큼한 미나리로 잠재웠다. 미나리가 이렇게 좋을 줄이야. 계절에 맞는 식재료를 마음껏 맛보는 것은 아주 행운이며 행복한 일이다. 다른 반찬들도 좋지만 계절을 연관 짓기엔 동떨어진 재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에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식재료가 너무 좋다. 봄나물을 먹어줘야 여름을 잘 나지 않겠는가.

 

나름 식당에서 나만의 건강을 챙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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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저녁이구요.

회사업무는 내가 원하는 방향보다는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많이 결정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회사가 돈을 벌어야 내가 돈을 벌 수 있으니 말이다. 회사생활이 힘들고 싫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나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선택권이 그 어디에서도 효과를 내지 못할 때다. 그런 순간이 많이 찾아 올 수록 사실 무언가를 쓰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메모장이든 카톡의 개인방이든 어디든 기록을 해두면 의외로 스트레스가 누그러진다. 가장 좋은 건 걷기라고 생각한다. 걷고 진정되면 따듯한 물이나 차 한잔을 마시는 것으로 화를 다스리려 노력한다.

 

오늘도 수고했다.

 

<오늘의 Pick!>

- 은근한 맛의 참찌지게, 역시 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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