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_계묘년/일상

[오늘의 메뉴] 식사 알림장

솔트리오 2023. 4. 2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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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1일 금요일

 

쎄한 기분이 온몸에 감돌았다. "지각한 거 아냐?" 내 옆엔 둘째가 도롱도롱 잠들어 있고 막내는 아내 옆에서 엉덩이가 하늘로 향한 채 잠자고 있었다. 너무나 밝은 아침. 황급히 시계를 봤다. 6시 30분이었다. 늦지 않은 시간이다. 아침공기가 아주 좋았다. 서늘하면서도 시원하고 하늘은 맑고 시야는 저 멀리까지 잘 보였다. 저절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선 두 가지 음악이 반복됐다. Avicii - The Nights, Ava Max - Kings & Queens이다. 이 두 곡은 자동차로 출근하면 자동적으로 들었을 만큼 애정하는 곡들이다. 자존감, 열등감, 소외감 등등 늦은 나이지만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 만났던 노래들이다. 처음엔 단순하게 도입부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는 이유로 반복했다. 그리고 수개월을 들었지만 짤막하게 들리는 가사로는 이 음악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검색으로 가사가 어떤지 봤다.

 

생각보다 진지하고 중요하고 그립고 다정함이 떠올랐다. 가사를 보며 들으니 당연히 노래가 더욱 선명하게 들렸고 그 후로도 반복해서 듣고 흥얼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자동차 출근길에 신호에 걸려 정차 중에 The Nights를 듣게 됐다. 이 노래는 굉장히 신나는 음악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듣는 순간 이상기후처럼 감정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He said, One day youll leave this world behind
So live a life you will remember.
My father told me when I was just a child
These are the nights that never die
My father told me

 

어릴 적에 아빠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올랐고 최근에 만난 아빠의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다. 아내와 결혼을 하고 독립해서 아이들을 키우며 느꼈던 감정이 우리 아빠의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우리 귀염둥이를 사랑하는 것만큼 우리 아빠도 날 아끼고 사랑해 주셨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차 안에서 들으니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실컷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다 흐르고 주차를 한 뒤 감정을 추슬렀다. 그리고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이 찾아왔다. 가사는 모른 체 그냥 듣기만 했다면 마음 깊은 곳의 눈물을 보지는 못했을 거다. Avicii를 추모하는 콘서트를 봤다. 신나는 음악사이에서 사람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없는 빈자리를 향해 눈물 흘리고 아름다운 가사에 눈물을 흘렸을 거라 생각한다. 콘서트였지만 눈물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Kings & Queens를 처음 접했을 때 "그래 바로 이거지" 하며 좋아했다. 특히 이 노래는 도입부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온몸에 소름 돋게 했다. 역시나 반복해서 들었다. 전반적으로 개인적인 취향에 잘 들어맞는 가수다. 이 노래들 말고 몇 곡 반본 해서 듣던 노래가 있다. 신기하게 왜 질리지 않는지. 개인의 취향에 맞는다는 건 복합적인 요인이 적절한 시기에 딱 들어맞았을 때 "내 취향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차 타면 항상 듣는 노래다. 다른 곡들도 있지만 이 곡은 꼭 듣는다.

 

01. Avicii - The Nights

02. Ava Max - Kings & Queens

03. Dua Lipa - Levitating

04. IVE - After LIKE

05. Hoody & Bronze - Submarine

06. 하연우 - 민물장어의 꿈

 

혼자서 신나게 생각에 심취하시고 전철에서는 전자책을 집중해서 읽는다. 아침잠을 조금 더 잤던 게 도움이 된 것일까. 오늘 아침 전철 도서관 시간은 상쾌했다. 청명한 날씨도 한 몫했다고 본다. 인간의 힘으로 기후를 조절할 수 없으니 매일 이런 날이길 바란다. 물론 지구를 사랑하고 자연을 가꾼다면 이런 날이 많아질 거라 기대도 해본다. 자 즐거운 금요일이다. 업무에 시원하게 빠져본다. 현재의 업무도 그렇지만 다가올 업무를 대비해 주담당자를 변경하며 업무 부하를 줄이기 위한 가벼운 회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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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입니다!!.

미나리와 쑥갓이 기가 막혔다. 샤부샤부와 지리매운탕이 생각났다. 미나리가 이렇게 아삭하고 상큼할 줄이야. 제육과 미나리를 1:1로 매칭해서 식사하기 시작했다. 피가 맑아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쑥갓은 특유의 쌉싸름한 기분이 혀끝에 남아 식욕을 돋웠다. 역시 푸른빛 식재료의 쌉싸름한 맛은 음식을 고급지고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가락국수를 먹을 때도 쑥갓이 있어 맛있고 즐겁게 먹는다. 붉은빛 제육볶음은 살코기와 비계가 적절히 있었다. 두부부침을 먹을 땐 비계가 조금 더 있는 부분을 올려먹었다. 오 그래 이거야 좋구먼. 담백하고 고소한 게 비율이 황금비율에 준했다. 대파김치도 좋고 봄 축제가 연달아 이어지니 너무 즐거웠다. 이렇게 신나게 먹고도 생각보다 살이 찌지 않는 걸 보면 음식의 간이 그렇게 세지 않다는 게 사실인가 보다. 조금 심심하게 먹는다고 음식의 맛이 떨어지거나 사람들의 만족감을 떨어뜨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심심하니 먹을 때 다양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새빨간 토마토로 점심의 마침표를 찍는다. 설탕이 살짝 뿌려진 게 과하지 않아 좋다.

 

시끌벅적해진 식당을 빠져나와 완벽한 날씨를 즐기며 사무실로 간다. 아주 천천히 간다. 빨리 걸어가기엔 너무나 아까운 날씨다. 하늘에서 나뭇잎에 흔들리는 모습만 봐도 피로가 날아가 버리는 현상에 매료됐다. 높은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하얀 구름과 파랑 하늘도 상당히 도시적인 아름다움을 뽐냈다. 더 즐기고 싶었지만 약속한 점심시간이 끝나가기 대문에 사무실로 복귀한다. 내일도 이런 날씨이길... 오후 업무를 시작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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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업무가 조금 더 즐거운 이유가 있다. 오늘 저녁은 어제 미리 주문해 둔 샌드위치를 맛보는 날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했는데 이번엔 토스 트니까 다음엔 모닝빵 샌드위치를 먹어봐야지. 샌드위치 생각으로 가득한 머리에 겨우겨우 내가 풀어야 할 업무들을 입력했다. 다행히 금세 정신 차리고 마우스를 요리조리 키보드를 다그닥 다그닥. 엑셀에 하나씩 값을 입력한다. 캡처도 한다. 성립될 수 없는 조건들을 찾아 캡처하고 기록해 두고 애매한 건 물어보고 차근차근 진행해 간다. 자 이제 가장 중요한 게 남았다. 업무를 마무리했다면 OO부터 하세요. 저장. 생각보다 PC도 두통을 호소할 때가 있다. 멀쩡히 일 잘하다가도 갑자기 두통이나 꾀병을 부린다. 열심히 쌓은 탑이 한 번에 무너지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그 기분을 알 것이다. 머리가 뜨거워지는 그 느낌!?. 불러도 오지 않는 "아우 C"를 부른다. 이 말의 최초 사용자는 누구였을까.

 

10이면 10 모두가 이런 상황이라면 똑같이 말할 거라는 예상을 조심스레 해본다. 다행히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수시로 저장을 누른다. 좋았어. 기분 좋은 금요일을 망칠 순 없지. 좋았어 저녁이다!.

 

저녁이구요

드디어 샌드위치와 만났다. 이 정도면 훌륭한데?. 다들 내 샌드위치를 보고 괜찮네를 연발했다. 주문해서 기다릴만했다. 양이 조금 적을 것 같아서 귀여운 라면하나를 후루룩 해치웠다. 샌드위치를 먹으니 앞으로는 저녁을 샐러드나 샌드위치로 대체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건강을 생각해서 주 1~2회 정도 저녁으로 택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샌드위치에는 토마토, 사과, 치즈, 양상추, 치즈, 양파가 들어있었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속에 부담도 없고 생각보다 먹고 나서 포만감도 들었기 때문에 컵라면까지 먹지 않아도 될 양이었다. 상큼 달콤. 그리고 사장님이 나중에 우유도 챙겨주셨다. 샌드위치만 먹으면 목 막힐까 봐 우유를 주신다고 한다. 흰 우유와 딸기우유 중에 선택을 하라고 하셨기에 망설임 없이 딸기를 골랐다. 초코가 있었다면 초코를 골랐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초코를 정말 좋아한다.

 

저녁친구 후식입니다.

 

하지만 딸기우유도 정말 좋다. 즐거운 금요일이다. 묵은 피로를 주말에 날려버리고 다음 주도 신나게 먹어보자!.

 

<오늘의 Pick!>

- 맑고 푸른 미나리, 건강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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