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한끼] 오늘의 점심메뉴 저녁메뉴

2023년 5월 4일 - 어린이날 이브

 

출장을 다녀와서 느낀 건 역시 나는 역시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주 간단한 숙제만 받았다. 타 부서 직원에게 약간의 교육(?)이 필요하지만 1시간도 걸리지 않을 일이다.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큰 녀석은 따로 있었다. 새로운 일이 생겼는데 다음 주 월요일이 제출기한이란다. 흠...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다. 후... 이런 일을 반복해서 겪어보면 나아진다고 윗분들이 말씀해 주신다. 하지만 왜 인지 나는 그렇지 않았다. 계속해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마음이 끓어올랐다. 지난달에도 비효율적 업무 시스템을 조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팀회의 시간에 말씀드렸다. 팀장님은 다 아는 사항이고 자신도 변화의 필요성을 반복해서 표현했다고 하셨다. 정말 그렇다. 하긴 얼마 전에도 비슷한 류의 건의사항 한번 말했다가 팀장님도 된통 혼이 나셨었다. 내가 느끼는 정도가 이만큼이면 팀장팀은 얼마나 크게 느끼셨을까. 팀의 리더는 어깨가 무거운 법인가 보다.

 

일단 어린이날을 포함한 연휴 3일은 출근을 피해야 한다. 빠른 업무진행과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팀장님께 SOS를 청했다. 대략적인 콘셉트를 잡기만 해도 일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기 때문이다. 참고할 만한 자료를 가지고 부장님과 간단히 회의를 진행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건 종이에 바로 쓰고 그리는 것이다. 긴급할수록 빛을 발하는 업무진행 방식이다. 슥슥 그림으로 표현하고 설명한다. 낙서 같은 이런 방식은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된다. 그리고 이 낙서가 하나의 문서로 완성되는 과정에서 조금씩 희열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특히 이럴 때 말이다. 1시간 정도 회의를 했고 머릿속에서도 대략적인 흐름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만들어야 할 서류는 딱 두 가지다. 1번 서류가 완성되면 곧바로 2번 서류를 만든다. 1번과 2번은 서로 연결된 내용이기 때문에 오타 없이 처리해야 한다. 정해진 양식이 있지만 그 안의 내용을 채우는 순서와 방법은 각 담당자마다 다르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채워간다. 그래야 변경돼도 수정이 빠르기 때문이다. 오전은 기본적인 틀을 잡고 서류를 작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양식을 준비했다. 나머지 시간은 과거의 자료를 참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뭐 이런 식으로 오전을 보내면 평일이 아주 빠르게 흘러간다. "벌써 점심이네?!" 오늘도 이렇게 말했다. 좋다 점심. 갑시다.  오늘은 프라이 당번도 아니니 마음이 조금 가벼웠다. 자 오늘의 점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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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입니닷!

살짝 긴장했던 내 마음을 녹여준 점심식사. 내 체질에 맞는 음식들이 많았다. 간장닭볶음탕, 유채나물, 상추무침, 순두부. 이건 운동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메뉴다. 기름이 적은 식단이야 말로 지금 내게 필요한 식단이다. 몸이 가볍게 움직이고 집중력에 방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 경험상 그렇다. 집중력이 필요할 때 돼지고기보다는 닭고기, 닭고기보다는 생선이 더 낫다. 물론 생선도 많이 먹으면 안 되겠지만. 긴급한 업무를 무사히 처리하자는 파이팅으로 오늘의 점심을 받아들인다.

 

일부러 닭가슴 갈 위주로 골라왔다. 적은 양으로 포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퍽퍽하지 않은 닭가슴살이 아닌가. 작은 닭을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초벌 하듯 한 번 쪄낸 건지 알 수 없지만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곳의 닭 요리는 가슴살도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불호였던 사람들도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식사를 하다 보면 주위를 둘러보기도 한다. 감시하려는 의도는 아니고 그냥 나 여기서 밥 먹고 있어요라는 쓸데없는 표현을 하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그냥 식판만 쳐다보면 밥 먹는 게 조금은 죄스럽게 보일까 봐서일까. 음 이건 어떻게 정의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다 한 가지 특이점이 보였다. 다리도 인기가 좋지만 생각보다 닭가슴살의 인기도 생각보다 높아 보였다는 점이다. 성장하면서 수많은 닭을 먹었기 때문에 멀리 서봐도 대충 어떤 부위인지 파악은 할 수 있지 않은가.

 

같은 식당음식을 먹지만 조금은 더 건강함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말이다. 나만해도 그렇다. 녹색 반찬은 조금 더 담아 온다. 또 하나의 다크호스는 대파김치다. 이 녀석도 상당히 아삭하고 새콤했다. 닭고기와도 잘 맞았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 이상이었다. 만족스러운 대파김치. 파도 상당히 애정한다. 파채, 파기름, 찜요리에 들어간 파, 떡볶이에 들어가는 파 등등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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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오전에 파이팅 넘치게 콘셉트를 잡았으니 이제는 디테일을 잡아야 할 시간이다. 하나씩 한 칸씩 채워간다. 주요 콘셉트를 잡았지만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검증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샘이다. 중간에 전화 몇 통이 온 것만 제외하면 방해되는 요소는 없었다. 그래도 시간을 빠르게 흘러갔다. 이리 해보고 저리 해보고 계산기도 필요하다. PC에서 사용하는 계산기보다 훨씬 편리하다. 종이에 곧바로 표현하듯 모니터 화면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또한 각자의 스타일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은 PC계산기를 모니터 한편에 두고 사용하기도 한다. 오전에 회의했던 콘셉트가 세 가지 경우로 갈라졌다. 콘셉트는 동일하지만 각각의 조건을 조금씩 다르게 설정했기 때문에 이 또한 개별로 확인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팀장님께 결재를 받을 때 설명이 수월해진다. 작성된 문서에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을 부드럽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 몇 가지 질문과 확인절차를 거쳐도 수정작업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스스로 만들어서 문서를 작성하면 결재가 한결 수월해진다. 저녁을 먹기 전에 다행히 한 가지는 확인이 끝났다. 두 번째 확인을 하던 중 저녁 먹을 시간이 금세 곁으로 다가왔다. 그럼 일단 먹어야지. 먹고 경직된 몸을 조금 풀어줄 필요가 있었다. 어린이날 이브라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말은 미리 해두었다. 애타게(?) 아빠의 퇴근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서다. 확실히 훌쩍 커버린 귀염둥이들은 퇴근이 늦어진다는 말에 일 열심히 하고 오라는 사랑스러운 메시지를 남겨준다.

 

저녁을 먹으러 갑시다. 오늘은 왠지 샐러드가 먹고 싶은 날이다. 오케이 샐러드.

오랜만에 샐러드구요!.

오늘 같은 저녁을 대비해서 먹는 느낌이랄까. 고도의 집중력을 위한 한 끼. 점심도 그렇고 저녁에도 달고기와 달걀을 먹는다. 이런 식으로 먹는다면 같은 식재료여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같은 음식이 나와도 맛있게 먹을 자신이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새콤한 발사믹 드레싱이 있으니까 입맛도 돌고 양배추의 단맛도 즐기고 만족스러운 샐러드다. 양배추는 떡볶이를 먹을 때 많이 먹는다. 양배추가 익으면서 만드는 진하고 달달한 채수가 떡볶이를 고급요리로 승격시킨다. 양배추 사이에 숨어있는 파프리카도 달큼하다.

 

채소의 달큼함은 아이들의 음식을 먹으면서 많이 느꼈다. 오랜 기간 저염식단으로 자란 우리 귀염둥이들. 덕분에 나도 저염식단을 많이 먹었다. 덕분에 피부도 많이 좋아졌다. 피부에 빨갛게 생기는 두드러기나 속 쓰림이 사라졌다. 가려움증도 많이 사라졌다. 채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아이들과 아내 덕분에 많이 생겼다. 아이들이 땀을 많이 흘리거나 체력이 떨어질 때 샤부샤부를 먹곤 한다. 채소와 버섯 그리고 기름이 적은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먹고 나면 다음날 몸이 개운해진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니 오늘은 조금 늦게까지 열일해야겠다. 후....

 

< 오늘의 Pick!>

- 대박 상큼 대파김치+건강 샐러드!

(샐러드랑 우유 한잔 곁들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