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9일 - 기운
대중교통에서 내가 차지하는 공간과 시간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꾸준히 전자책을 빌려 읽고 있다. 영상이나 뉴스기사들은 어느 정도 보면 질리는 음식처럼 물린다.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들의 노고는 높이 산다. 하지만 조금 보다 보면 그게 그거 같으면서 시간은 아주 빠르게 허비되는 기분이다. 때문에 허무하지 않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신나게 자극할 수 있는 독서에 집중한다. 최근엔 재미가 첨가된 분야 한 권 관심분야 한 권을 돌아가면서 보고 있다. 역시나 나의 재미를 끄는 분야에 자기 계발서는 단골손님과 같다. 이번에 빌린 책은 잘 읽히기도 하지만 가슴 한편이 뜨끔하게 만들었다.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결국 나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무지에서 나오는 막연한 믿음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막연한 믿음을 지닌 사람들의 특징은 이렇다. 자신이 시작하는 일에 대해 꼼꼼함 보다는 꼼수를 찾는데 급급하다. 또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자신의 의지를 바로 꺾어버리는 사람. 적당한 준비로 맞이한 실패의 원인을 찾기보다 실패한 자신을 무조건 위로하려는 마음가짐. 그래서 시간의 흐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그렇다.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진득하게 노력하거나 자신의 의지를 지키려 하지 않는다. 단순히 부러운 사람들을 열거할 뿐이다.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 무지함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대신 무지함을 견뎌내기 위해 자투리 시간이지만 한 글자라도 읽고 쓰는 데 사용한다. 과거에 내가 쓴 일기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소비자보다는 생산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 지금도 여전하다. 일기를 쓰는 행동은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이다. 이제 글을 읽는 것은 생산하기 위한 재료를 손질하고 첨가하는 일로 여겨진다.
내가 매일 먹는 것을 기록하는 일이 이제는 내게 큰 재산이 되고 있다. 회사에 소속된 부속품으로 살아가는 나 자신을 생각하면 더 악착같이 기록해두고 싶어 진다.
오늘의 점심이다. 늘 감사한 식단이지 않은가. 회사에서 일하면서 어찌 보면 감사한 몇 가지 순간들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빨리 성과를 내라고 채근하지 않는 이곳. 시끌시끌하면서 때로는 투덜투덜거리시는 이모님과 사장님의 모습. 압박의 회사생활에서 유일하게 단막극에 들어온 기분이 드는 곳이다. 어떤 음식이 나오는 너무나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
M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솔직함'이라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매일 먹는 음식은 언제나 맛있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음식을 먹으면 맛있기도 하지만 집에서 제대로 밥도 못 먹는 아내 생각이 제일 많이 난다. 귀염둥이들의 에너지에 늘 지쳐있는 모습. 외식도 좋지만 회사에서 먹는 음식을 한 번쯤은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든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10년이 됐다. 사실 난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하는 일들이 정말로 이윤을 남기는 것인지 말이다.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면서 비용을 아끼고 효율을 높이려 기나긴 시간을 고민한다. 이런 게 다 돈을 버는 것이고 회사에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는 일이라 선배들을 말한다. 사실 난 잘 모르겠다. 때로는 학생처럼 숙제를 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 숙제를 잘 풀면 발표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도 하고 말이다. 그저 월급이 들어온다는 점 하나만 다르게 느껴질 뿐이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숙제를 풀어가면서 먹는 맛있는 점심과 저녁이 너무나 감사하게 여겨진다.
오늘은 여기까지 쓴다. 무언가 머릿속에서 휑하고 떨어져 나간 기분이다.
<오늘의 Pick!>
- 짜장밥(with달걀프라이)+왜 이렇게 맛있지!! 파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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