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0일 수요일
일교차가 큰 시기다. 아침에 나오면 제법 쌀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바람이 불지 않아서 그나마 추위가 덜 느껴진다. 양팔을 허공으로 쭉 뻗어 시원하게 시트레칭을 한다. 아침 출근길에 자주 보이는 분들이 있다. 골프연습을 하는 분, 농구를 하는 분, 조깅을 하는 분, 라디오를 듣는 분, 독서를 하는 분 등등. 왠지 이곳이 내가 잘 모르는 어떤 것에 대한 고수들이 모여사는 동네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한편으로는 우리 집의 위치가 참 마음에 든다. 초등학교가 가깝고 집 앞에 개천이 흐르고 있다. 시끌벅적하고 반짝이는 번화가는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 조용하고 가족적인 분위기의 이곳이 이제야 익숙해지고 좋아지려나보다. 내가 태어나고 오랫동안 살아온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차로 30분 정도다. 하지만 아직 이곳을 적응하고 있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여기 와서 내가 길을 잘 못 찾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가끔 차를 타고 가까운 곳을 이동할 때 내가 사는 이곳이 아직 100% 익숙하지 않음을 증명한다. 8년가량을 살았는데도 이러니 뭐가 문제 있는 게 아닐까.
그래도 하나 마음에 드는 점은 집 앞에 개천이 있고 공원이 있다는 것이다. 내 출퇴근길을 책임져 주는 장소다. 시원하게 뻗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온몸이 부드러워지는 기분이 든다. 걷다 보면 볼 것도 많고 새로운 장소로 향하는 즐거움이 있다. 결혼 전엔 전절이 가는 경로를 따가 걷기도 하고 집을 기준으로 목표점을 반환하는 걷기 운동을 정말 많이 했다. 차를 타고 가다가 궁금한 곳을 지도상에서 찾아본다. 그리고 거리를 재보고 왕복 20km 정도면 간식 조금 챙겨서 홀로 떠난다. 친구들은 성인이 되면서 해외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친구들이 많았다. 겁이 많기도 하고 걱정이 많아서 그런가 외국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 20대의 패기, 열정, 진취적 같은 수식어는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 물론 친구 따라 해외여행을 한번 다녀왔고 신혼여행으로 다년온 이력이 전부다. 해외 경험을 많이 쌓은 친구들은 해외에서 느끼는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과 감정들을 끝없이 푼다. 세계관이 달라진다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정말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친구들이 날 생각해서 말해주는 건 알겠지만 사실 그리 내키지 않았다. 너무 반복적으로 들어서 그런가 떠밀려가는 기분이라 마음속 불편함이 살살 올라왔다.
먼 곳을 많이 다녀보지 않았더라도 생각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정말 안정적인 것을 좋아한다. 내 인생에 패기란 어디에 있을까.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이 출장 가는 날인데 할 일이 없는 듯 있는 듯하다.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사무실에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오늘의 점심은 뭘까. 점심시간 30분 전. 식당에 빨리 가고 싶어 진다. 사실 이럴 때 내가 하는 행동이 있다. 책상정리. 사용한 이면지 책상에 남은 얼룩들을 닦고 책상 위에 놓인 사물들의 배치도 살짝 바꾼다. 은근히 환경개선의 효과가 있다. 신기한 건 이렇게 깔끔하게 또는 공간을 재구성하고 나면 일이 하기 싫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곧 점심이다. 식당으로 가자.
오늘의 점심이다. 오우 치킨~. 신기하게 엮여 튀겨진 녀석을 들고 왔다. 뭘까. 목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기다랗고 살코기라고 하기엔 그냥 다 뼈처럼 보인다. 흠흠!!. 먹어보니 이것은 모두 닭 목이었다. 백숙에서 나오는 닭 목은 생각보다 쫀득하고 먹기도 좋다. 쪽 하면 살이 쏙 하고 나오기 때문이다. 튀김은 예외다. 겉만 갉아먹기 좋은 상태다. 그래도 다 먹었다. 맥주라도 한 잔 했으면. 먹었다 치고 오늘도 신나게 점심을 즐긴다. 오늘도 내가 마지막까지 남아서 먹었다. 회사라는 공간에서 이런 느긋한 시간을 누리는 게 너무 좋다. 밥마저도 빨리 먹고 싶지는 않다.
내일은 출장이니까 여기저기 담당자분들께 전화도 하고 필요한 사항들은 미리 체크하며 오후를 보냈다. 물론 일은 있지만 오늘은 텐션이 떨어진다. 이런 기분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빨리 가라고 지나갈 녀석도 아니고. 일 중간에 신나게 산책을 하기도 그렇고 그러려니 하는 날이다. 생체리듬과 감정의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모니터 앞에 덩그러니 앉아있다. 오후엔 날씨도 제법 덥다. 좋은 향수에 이끌리듯 달달하고 시원한 커피가 생각났다. 몸도 풀 겸 머그잔에 시원 가득하게 커피 한잔을 만들었다. 커피와 얼음이 살살 흔들리며 아주 기분 좋은 소리를 만들었다. 이 소리는 중독성 있다. 더운 여름에 들으면 시원한 곳으로 놀라운 기분으로 가벼운 최면을 걸 수 있을듯하다. 그래서 시원한 음료광고에 얼음이 가르랑 거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역시 광고를 만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다.
정말 어영부영 저녁시간이 됐다. 식당으로 향한다. 샐러드를 먹을까 밥을 먹을까. 샐러드로 정했다. 오늘의 저녁이다.
닭가슴살을 먹으면 어릴 때 열심히 운동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나를 강인하게 만들어주고 가장 민첩하고 청바지에 반팔티만 입어도 나름 맵시가 있을 때. 특히 엉덩이 운동을 아주 즐겼다. 바지 사이즈를 고르기가 아주 애매한 게 불편했지만 확실히 힙업이 되면 서있을 때 모습이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운동은 상하체를 균형 있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 너무 한 군데에 집중하면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상의 글이나 운동을 시작하신 지 얼마 안 된 남성분들은 어깨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셨다. 어깨가 넓어지는 방법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치트키를 얻기 위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보였다. 개인적으로 웨이트 운동을 하다 조금은 질리기도 하고 변화가 없는듯한 모습에 조급함이 생길 때도 있었다. 이를 탈출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웨이트운동과 유산소운동 조합하는 것이다. 3가지 또는 4가지 정도로 조합하고 3 사이클 정도 실행을 하면 몸의 변화가 조금 더 현실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정말 창의적이고 응용된 문제를 풀어낸 기분이 느껴진다. 그래서 나온 것이 크로스핏이 아닌가. 웨이트보다 조금 더 역동적인 움직임을 원한다면 크로스핏도 추천한다.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고 어떠한 형태로 구체화하는 것. 내 몸과 감정의 하락세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 오늘의 Pick! >
- 그래도 치킨이지!!
(황금빛 맥주 한잔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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