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_계묘년/일상

[직장인 한끼] 오늘의 점심메뉴 저녁메뉴

솔트리오 2023. 5. 2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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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23일 - 무박 3일

 

지난 토요일 일요일을 지나 월요일까지 3일 동안 집에 있었다. 생각보다 강렬했던 수족구 아니 구내염이라고 해야겠다. 손과 발에는 그 어떤 수포나 발진이 나타나지 않았다. 주말은 아침 7시부터 시작됐다. 잠시 후에 발표하겠지만 화요일인 오늘 둘째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놀고 있었다. 확실히 아침 해가 일찍 떠서 굉장히 밝았다. 지금은 새벽이야 조금 더 자도 된다고 하자 둘째는 아침이니까 놀고 있다고 말했다. 밝기를 따진다면 둘째의 말에 일리는 있다. 후...

 

주말의 고통은 생생했다. 아침부터 시작된 귀염둥이들의 싸움소리. 연이어 둘째는 목이 맵다며 낑낑거린다. 아이들이 짜증을 내거나 떼를 쓰는 건 사실 유쾌하지 않은 소리다. 하지만 둘째의 낑낑 거림은 괴롭히고 싶은 귀여움이 담겨있다. 둘째의 표현은 참 생생해서 좋다. 그 말을 듣고 있자면 나의 체내로 상상했던 느낌이 그래도 입력되는 듯하다. 기분 나쁜 느낌이 머릿속에서 상세하게 그려졌다. 그래 우리 둘째 귀염둥이가 짜증 내고 낑낑거릴만하다. 하지만 달리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었고. 약을 주고 그나마 최선의 방법이라고 해야 한다면 시원한 물을 주는 것이다. 물도 찔끔 먹는다. 토요일은 찬물로 그럭저럭 견뎌갔다. 딱 한 가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면 막내 녀석이 비슷한 증세로 괴로워할까 하는 놀라운 상상이었다. 둘째는 말이라도 하지만 막내는 아직 그러지 못한다. 지금은 "압빠", "이거" 그리고 가끔씩 우리말처럼 들리는 소리뿐이었다. 놀라운 상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둘째와 최대한 떨어져 지내게 컨트롤했다. 하지만 모든 계획이 100프로 다 실행되지는 못하는 법. 힘들어서 졸고 있는 사이 또는 내가 집안일을 하는 사이에 귀염둥이들은 모여서 꽁냥꽁냥 놀고 있다.

 

시간은 뉘엿뉘엿 흘러 저녁이 됐다. 저녁을 먹고 일찍이 취침모드로 들어갔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밖은 미세먼지 뒤덮여이었기 때문에 시원하게 환기조차 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창문을 열고 환기하기를 매우 좋아한다. 추운 날에도 이불 정리하고 문 열고 청소기로 바닥만 말끔하게 청소해도 하루의 기분이 달라진다. 가뜩이나 목이 맵다는 둘째 앞에서 미세먼지를 집 안으로 시원하게 들여보낼 순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일요일은 분리수거 날이기 때문에 외출이 가능했다. 내일은 환기라도 할 수 있길 바라며 아이들과 함께 누웠다. 이제 좀 다리 펴고 잠을 자는가 싶었는데 둘째가 낑낑 거린다. 목이 맵단다. 이등병 시절 불침번을 서듯 깊은 잠에 들 수 없었다. 시원한 물을 마시게 한 뒤 진정시켰다. 둘째의 진정으로 상황이 종료된 줄 알았으나 끝이 아니었다. 둘째가 낑낑대며 우는 소리에 막내도 깨어난 것이다. 인형 같은 우리 막내는 안아서 살랑살랑 흔들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아픈 둘째는 안기는 거 하나는 끝내줬다. 코알라처럼 딱 붙어서 안정적으로 안겨있었다. 무게 중심이 하나로 잡히듯 안정적이어서 안아주는 나도 그나마 편했다. 둘째 별명은 '보들이'였다. 우리 보들보들 보들이 가 조금 컸다고 깽깽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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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잠으로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이 시작됐다. 오늘은 그나마 8시 언저리에 모두 일어났다. 아직까지 주말의 늦잠이라는 걸 경험하지 못했다. 물론 완전히 없지는 않겠지만 분명한 건 주말 늦잠은 손에 꼽는다. 아이들을 일찍 일찍 재우는 것도 이유겠지만 첫째 같은 경우엔 정말 빨리 깊이 잠든다. 아이들을 재우고 야식을 먹으면 다음날이 무척이나 피곤하다. 하지만 그 피곤함을 마다하고 야식은 언제나 당긴다. 일요일 아침 시작이 늦어졌다고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첫째와 둘째는 역시나 투닥거리며 싸우고 막내는 형아들 옆에서 아기다리를 하고 혼자 놀고 있다. 피로함에 몸이 무거웠지만 누워있을 수 없었다. 너무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첫째는 배도 고픈 상태라 밥을 달라고 한다. 둘째는 오늘도 목이 맵다고 한다. 막내도 배가 고픈지 운다. 간단하게 아침을 주고 나서 아이들과 보드게임으로 오전 시간을 보냈다. 물론 제대로 끝을 맺은 게임은 없었다. 어제 보다 둘째의 상태가 조금 좋아진 것 같았다. 오후엔 아내의 제안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목의 뜨거운 기분을 가라앉히고 유순한 아이의 모습으로 변하게 하는 특효약이었다.

 

간식을 먹고 오후에는 고급반과 유치부로 나뉘어 보드게임을 했다. 고급반은 아내와 첫째. 유치부는 나와 둘째 그리고 막내였다. 그나마 평온한 시간에 만족스러웠다. 그 후 나는 분리수거를 했고 잠시동안 벤치에 앉아 하늘을 무심히 바라봤다. 긴 호흡으로 마음을 진정시켜 보았다. 그렇게 일요일은 간식의 힘을 빌려 목의 매움도 금방 식힐 수 있었다. 간식이 이렇게나 강력한 효과가 있을 줄이야. 월요일을 맞이하기 위해 장난감을 정리하고 씻고 밥을 먹었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정말 기나긴 훈련을 끝내는 기분이 든다. 특히나 누군가 아프거나 밖의 대기 상황이 좋지 않아 집에만 있을 때 더 그렇다. 토요일보다 마음편안 일요일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이 됐다. 첫째는 씩씩하게 혼자서 학교 갈 준비를 한다. 8시 30분 첫째는 씩씩하고 홀로 등교했다. 아빠가 같이 안 가도 된단다. 내가 있으면 지난번처럼 같이 갈 줄 알았는데 혼자가도 좋단다.

 

오전은 둘째와 막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다. 간절한 마음으로 둘째가 화요일엔 등원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극진한(?) 보살핌의 결과였던 것일까. 둘째가 등원해도 좋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그리고 혹시 모를 막내도 진찰을 받았는데 다행히 특별한 증상은 없다고 하셨다. 안 그래도 일요일 저녁에 열이 나길래 혹시나 했는데 화요일인 오늘까지도 특이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축하 의미로 지난번에 선물 받은 멜론을 간식으로 먹었다. 저녁은 시금치새우 계란볶음밥을 먹고 정말 빠른 하루를 마감했다. 첫째 엉아는 저녁에 미리 따로 남겨둔 멜론까지 모두 드셨다. 씻기, 숙제하기, 놀기와 치우기, 저녁 먹기, 양치하기, 책 보기까지 7시 30분에 끝냈다. 조급한 마음에 아주 이른 시간에 누웠다. 불을 다 꺼도 밝았다. 우리 부부만 주말이 힘든 게 아니었다. 아이들도 기나긴 시간을 집에서 보내느라 힘들었는지 8시 전에 모두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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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새벽. 장난감 소리가 들렸다. 장난감 상자를 꺼내고 플라스틱이 부딪히는 소리 둘째가 꽁알꽁알하는 소리. 혹시 지각인가?. 시간을 들여다보니 알람이 울리기도 전인 5시 30분이었다. 그러면 둘째는 그 이전에 일어났다는 건데. 아내와 나는 깜짝 놀랐다. 최고신기록이었다. 6시 30분을 한 시간 이상 앞당겼다. 내가 출근한 이후 유치원에 가기 전까지 쌩쌩했다고 한다. 화요일 아침의 공기가 너무 시원하고 맑게 느껴졌다. 이런 게 탈출인가. 아기들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다오.

 

오늘 점심과 저녁은 주말을 잘 보냈다는 의미로 내게 주는 선물 같았다. 오늘의 점심이다.

점심입니다.

열기튀김에 떡볶이 그리고 고춧잎무침까지. 오오 너무 훌륭하다. 식판 가득 채워진 음식을 먹으니 견뎌낸 보람이 있음을 실감했다. 청양고추 두 개로 얼큰하게 지난 힘듦을 떨쳐버리고 후식 바나나로 들뜬 마음을 다시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오늘의 점심은 롤러코스터다.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그리고 다시 제로로. 저녁도 일맥상통했다.

 

저녁이구요.

내일부터는 또 긴급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다. 미리 다가올 업무에 대한 두 가지의 경우를 대비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미리 대비하면 나중에 많은 시간을 벌 수 있다. 팀장이 되려면 확실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선견지명. 미리 앞을 보는 지혜로 직원들의 체력안배와 전략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방식을 알려주는 모습말이다.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오늘도 감사하고 행복하다. 빨리 회복해 준 우리 귀염둥이들과 아내에게도 고맙다.

 

사랑해 우리 가족.

 

< 오늘의 Pick! >

- 빠질 것 없이 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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