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8일 - 꿈자리
꿈은 정말 영화만큼 사실적이며 신기함을 선사한다. 오늘 새벽의 꿈이다. 사방으로 창문이 있고 내 주변에는 누군지 모르지만 친근한 사람들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나와 내 앞에 어떤 한 사람이 어!? 어?! 이러는 것이다. 창문에는 유리로 덮인 멋진 건물이 보였다. 파란 하늘에 잘 어울리는 한 쌍처럼 보였다. 이유야 모르겠지만 건물 꼭대기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 순간 멀쩡했던 건물이 앞으로 살짝 기울더니 무너졌다. 앞으로 엎어지듯 말이다. 요란한 소리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 광경을 목격하고 내 주변에서 잠들어 있는 사람들을 깨웠다. 아주 차분하게 "자 자 일어나세요!". 마치 쉬는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이다. 사람들은 놀란 기색 없이 하나 둘 일어났다. 그리고 화면은 바뀌어 나 홀로 밖에 나와있었다. 아까 전에 무너진 건물 근처로 말이다. 왼쪽에는 땅이 깊이 파여있었다. 오른쪽은 땅이 기울어져 있었다. "다들 바닥 조심하세요~"라고 외치며 앞으로 걸어갔다. 내 뒤편에 있는 사람이 나보다 한참 아래쪽에 있었는데 와르르 무너지는 땅에 깜짝 놀라 황급히 움직이는 모습을 봤다. 내 왼쪽에는 멀쩡하게 서 있던 한 사람이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무너진 벽돌집에 덮였다. 어릴 적 슈팅게임에서 나올 법한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비슷한 효과음이 들렸다. 이 꿈의 땅바닥은 보도블록으로 되어 있었고 말랑한 느낌도 있고 때로는 푹신했다.
장면이 바뀌었고 팀장님이 나왔다. "예전에 여기 와서 땅 팠는데 기억나지?"라고 물으셨다. 이상하게도 그곳은 본 적이 있었다. 현실이 아닌 꿈에서 말이다. 그때는 큰 막대가 하나 있고 옆에는 지붕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꿈의 세계는 정말 알 수 없는 세계다. 무의식과 연결된 장면들이 나온다는데 어디서 이런 장면을 본 것일지는 나조차도 모르겠다. 그리고 뒤에서 덩치가 큰 남자가 꼬리가 긴 고양이 두 마리를 안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나는 우산 같은 막대기로 고양이 꼬리를 건드려봤다. 플라스틱처럼 단단했다. 그 남자를 따라 옥사로 올라갔다. 고양이 두 마리가 바닥에 내려졌고 긁는 소리인지 뭔지 정체 모를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게 꿈의 마지막 모습이다.
눈을 떠보니 새벽 3시 30분. 내 옆에서 자던 둘째가 아주 말똥말똥하게 눈을 뜨고 있었다. 혹시 화장실이나 물이 먹고 싶어 깬 건지 물어봤다. 맞단다. 물을 주고 시도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다시 잠들었다. 어제도 그제도 새벽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무슨 걱정이나 번뜩이는 생각이 있는 건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뒤척이고 또 뒤척이다 늦게 서야 잠이 들었지만 곧바로 일어났다.
다른 때와 비슷한 패턴으로 출근을 한다. 오늘따라 얼굴이 부어있는 느낌이다. 출근해서 어김없이 창문을 열고 환기부터 시킨다. 환기를 안 하면 사무실 공기가 탁해진다. 기계적인 것도 도움은 되겠지만 자연스러운 게 더 좋다. 오늘의 일과는 어제 수립해 놓은 긴급업무로 시작했다. 금방 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았다. 자구 다른 생각이 나고 시간보다는 내 고집으로 해석을 하다 보니 생각하는 시간이 자꾸만 길어졌다.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면 시간은 금방 흘러간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왔다. 오늘도 점심이 왔다고.
오늘 점심이다.
오늘 점심은 수프까지 챙겨 왔다. 수프도 입맛 없을 때 먹는 라면만큼이나 강력한 맛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음식에 잘 어울린다. 식빵이 나온다면 다음엔 식빵에 찍어먹거나 구운 식빵을 쪼개서 넣어 먹어봐야겠다. 역시나 오늘 점심도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강도 높은 체력훈련에도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다. 신나게 점심시간을 보내고 매실차로 마무리했다. 아주 좋은 날씨를 느끼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내일 오전까지 완료해야 하는 업무를 생각하니 다시 긴장감이 생겼다.
이런 기분은 적응이 쉽지 않다. 쫓기는 기분. 사실 이쯤 경력이 쌓이고 하면 적응해서 잘 해결해 나갈 줄 알았는데 역시나 착각이었다. 대충대충 하는 건 싫고 질서 정연한 서류가 만들어야 속이 풀렸다. 이런저런 것들이 하나둘 엮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10분에 할 것을 두 세배 정도 더 시간을 들인다. 장단점이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단점으로 더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다른 팀원은 작성을 완료했고 아직 작성 중인 내가 종합하기로 했다. 다 만들고 나서 하나씩 다시 읽어본다. 질문이 나올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준비를 하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해 선을 긋는 게 차라리 모른다고 혼나더라도 마음이 편했다. 오늘도 이 녀석과 야근을 한다. 내일 아침까지 팀장님께 1차 확인을 받아야 하니 집중!!. 그전에 저녁시간이 됐으니 저녁을 먹어야겠다. 오늘의 저녁이다.
최근 들어 라면을 먹는 횟수가 늘었다. 저녁에 먹는 라면은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기분이라 지양하는 편인데 오늘 같이 무언가 불쑥 쳐들어 오면 생각난다. 한때 외국인들에게 RTA라면으로 불리던 너구리다. 사실 여부는 모르겠지만 거짓이라고 해도 그 상상력은 정말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다. 저녁은 점심보다 조금 더 천천히 먹는다. 저녁을 먹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 식당 안은 아주 한적하다. 이 한가로움으로 탁해진 정신을 더 맑게 해주고 싶지만 여기서 계속 있을 순 없다. 어려 만들어서 내일 확인받을 준비 해야지. 아잣!.
그러고 보니 우리 아파트동에 인테리어를 하는 집들이 동시에 생겼다. 아내는 아침 8시부터 쿵쿵거리는 소리에 아주 괴로워했다. 그 소음 겪어봐서 알지만 제정신으로 견디기는 불가능하다. 마음속의 화를 키우는 소음. 이것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자기 집을 고친다는데 말이다. 물론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소음이 크게 발생하는 공사에 대해선 시간과 기간을 정확하게 공지해 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집에서 소음으로 괴로워할 아내와 막내가 생각난다. 공사기간 동안은 날씨가 매우 좋았으면 한다.
< 오늘의 Pick! >
- 부들부들 감자탕+RTA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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