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6일 - 작전
지난 토요일 밤 9시가 넘어서 회사단톡방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팀장님이 화면을 캡처해서 보내주셨는데 내용은 이랬다. 지난번 미인대회 투표기간이 막바지에 왔는데 다른 후보들의 투표수가 쭉쭉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다른 후보들이 작전을 쓰는 것 같다며 질 수 없다는 식이었다. 결론은 추가 투표를 지원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스마트폰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두고 아이들을 재우고 있었다. 상황접수 시간은 밤 10시가 넘어서였다. 고단함에 야식을 먹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투표해야 할 후보는 나와 대화 한번 하지 않은 사이다. 대장님의 부탁이니 지원사격은 했지만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낀 건 딱 하나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 얼마나 급하셨으면 주말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전화를 하셨을까. 딸을 위한 아빠의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미인대회가 뭐길래 하면서도 지원투표를 했다. 과거의 미인대회는 지구의 평화와 국가의 이미지를 위한 국가대표를 뽑는 절차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활동을 한다면 방송, 연예계도 진출할 수 있고 여러 가지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수호천사 같은 이미지였다. 지금이야 개인방송이 아주 잘 발달되어 있다 보니 웬만큼 잘난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선의를 베푸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미인대회의 의미가 과거에 비해서 많이 약해진 건 사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의 미에 대한 욕망을 미끼로 주최자의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투표로 사용된 돈에 비해 1등의 상금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후보자에게 돈이 최우선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투표지원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추가 지원 투표 후 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역대급으로 매운 고추에 당첨됐다. 지난번 경험했던 얼큰함에 비하면 이번은 목이 따가울 정도였다. 역시 까불면 안 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 했는데 적절하게 당했다. 얼마나 맵겠어하고 두 입에 넣어버린 결과였다. 다음엔 깔보지 않을 테다. 목과 귀가 아플 정도의 따끔함이었다. 근데 오늘은 배추 된장국이 완전 내 스타일이었다. 쌈밥집에 온 기분이었다. 너무 매운 고추 때문인지 밥 먹는 속도가 평소의 두배로 빨라졌다. 이렇게 당했어도 한국의 매운맛이 너무 좋다.
이번주는 내내 비가 온다는 소식이다. 내가 업무 마라톤을 하듯 줄기차게 온다는데 얼마나 올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약간 긴장도 된다. 비도 오고 축축 쳐지는 기분이지만 성급하게 대강 일을 끝낼 순 없으니 조금만 더 신경 써 보련다
오늘 저녁은 짜장이다. 점심에 밖에서 짜장면을 먹은 다른 직원이 허탈하게 웃으며 "짜장이야?" 하면서 짜장밥을 신나게 먹는다. 그건 면이고 이건 밥이니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는 식으로 해석하는가 보다. 좋은 태도다. 나 역시 그랬을 거다. 점심에 짜장밥을 먹었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메뉴가 같은 것이지 음식이 같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저녁에 나온 참외가 아주 일품이었다. 얼마 전에 집에서 먹은 수박이 생각보다 달지 않았는데 참외 두 조각이 부족함을 채워줬다. 귀염둥이들도 참외는 정말 좋아한다. 올해는 비가 적당히 와서 과일들이 다치지 않았면 한다. 귀염둥이들이 좋아하는 과일을 많이 사주고 싶다. 너무 덥거나 비가 정신없이 쏟아지면 외출도 어려우니 집에서 맛있는 과일이라도 주면서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싶다. 이렇게 일해서 남을 주는지 뭔지는 모르겠다만 이 놈의 책임감과 고집스러운 성격 때문에 그냥 퇴근하질 못한다. 그저 조용한 곳이 좋은 것일까. 지난주도 그렇고 오늘도 내가 마지막 주자다. 아이들이 부러워하는 일찍 퇴근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매일 늦은 퇴근이 반복되다 보니 내가 먹은 음식들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 생각이 난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 먹는 음식들이 나오면 특히 더 생각난다. 높은 물가 때문에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사주지 못하는 미안함도 커진다. 물론 교육이나 인성은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아이들이 예쁘다는 이유로 무방비하게 우쭈쭈 하며 키우는 것은 지양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은 부모라고 생각한다. 음... 그러니까 결론은.
나부터 잘하자.
< 오늘의 Pick! >
- 배추된장국에 정말 매운 고추 어우!, 짜장밥에 갈치튀김!!
▶ 오늘 점심, 저녁 식비 : 27,000원
- 쌈밥정식 : 12,000원
- 짜장밥 : 6,000원
- 갈치튀김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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