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_계묘년/일상

출근길 스케치 / 안개

솔트리오 2023. 6. 2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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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23일 - 6시 30분 출근

마음의 짐은 대화라는 도구로 무게를 줄여나갈 수 있다. 아내가 어제는 제법 많은 사연을 들고 있었다. 새벽까지 아내의 사연을 들으며 고민을 나눴다. 새벽 3시가 넘어서 잠들었다. 사연은 주로 엄마들 간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중간에 끼어있는 입장이 돼버린 아내가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내용이었다.

학교 앞 카페에 엄마들 8명이 모였다. 초등학교 1학년 엄마들 모임이었다. 아내는 A, B, C엄마들과 교류가 많았고 다른 엄마들과는 처음 보는 상황이었다. 아내는 막내를 A와 B 각각은 둘째와 동행했다. 문제의 시작은 A로부터 시작됐다. 추측건대 강력한 외향형 E타입이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라 그런지 평소 보다 A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고 한다. A가 사람들과 만나기를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얼마 전 A, B, 아내 셋이 모였을 때와는 달랐다고 한다.

그날은 무슨 이유인지 A가 B의 둘째를 놀리며 즐거워했다는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 A는 B의 둘째가 서서 막대사탕을 먹고 있는 모습이 마치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며 웃었다고 한다. 당시 아내는 온 신경이 막내에게 쏠려있어 누가 누구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고 한다. B가 "우리 둘째 가요?"라며 놀라는 말을 듣고서야 대강 상황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아이들 하교시간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고 B는 불쾌함은 흐지부지 넘어갔다. 그날 저녁 아내는 B의 카톡을 받았다. 너무 속상하고 기분이 나빠다는 내용이었다. 아내는 사실 A도 좋고 B도 좋기 때문에 두 사람과 멀어지기가 싫었다.

 

사실 아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명하기도 그렇다고 모르는 척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아내의 태도에 따라 두 사람이 고마워할 수도 미워할 수도 있다. 사건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모두를 안고 싶은 아내. 어떤 지혜를 발휘해야 아내는 A와 B에게 "내가 너무 과했어요 몰랐어요. B에게 사과해야겠어요. 얘기해 줘서 고마워요",  "너무 속상했는데 A에게 내 마음 잘 전달해 줘서 고마워요 사과받고 기분 풀었어요"하는 식의 답변이 돌아올까.

 

지식이 아닌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다. 나라면 어떻게 대처할까.

 

출근길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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