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찬바람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패딩차림으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봤다. 이해된다. 춥다. 겨울이 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잠이 많아지는가 보다. 알람을 맞춰도 단번에 시원한 기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출근준비를 마친 상태다. 내 옆에서 잠든 둘째 귀염둥이를 보면 일어나기가 싫어진다. 옆으로 누워 웅크리고 잠자는 둘째 녀석을 바라본다. 언제 이렇게 컸나 하면서 이불밖으로 튀어나온 손과 발을 다시 덮어준다. 평일날 기상 직후 내가 하는 행동이다.
뼈마디에서 딱딱 소리를 내며 일어나 이불을 접는다. 정확한 모서리를 맞추지 않고 빠르게 정리한다. 그렇다고 꾸겨놓지는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팔도 다리도 크게 움직여본다. 시큰하면서 시원한 기분. 그래도 잠은 쉽사리 달아나지 않는다. 화장실 거울엔 웬 피곤한 아저씨 한 명이 서있다. 수분섭취를 잘하고 로션도 잘 바르지만 푸석해 보이는 피부가 영 탐탁지 않다. 에라 모르겠다 웃는 얼굴로 기분전환한다. 일부러라도 웃으면 복이 오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니 믿고 따라본다. 무표정한 사람보다는 환한 인상을 갖고 있는 게 훨씬 매력적이지 않은가.
우리 집은 물을 끓여 먹는다. 보리차 옥수수차 결명자차가 주요 식수다. 사람들이 "우리는 집에서 물 끓여 먹어요"라고 하면 사람들은 약간 놀란다. 정수기 사용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정수기도 좋지만 끓여 먹는 물맛은 따라오지 못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희한하게 이런 부분은 아내와 결이 비슷하다. 다른 건 잘 안 맞는 거... 음...
물 5리터 정도를 끓이는데 약 15분 정도 소요된다. 물이 없는 날은 일어나서 인덕션에 주전자를 올려두고 씻는다. 아침엔 면도, 양치, 머리 감기만 하기 때문에 물이 끓는 시간에 맞춰 나올 수 있다. 따분하게 기다릴 필요도 없고 동시에 작업을 하는 기분이라 별것 아니지만 미션을 성공한 기분이 든다. 이런 것도 아주 작은 기쁨이다.
추위를 뚫고 전철을 타면 따듯한 온도에 곤히 잠든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철 안의 온도와 습도를 느껴보면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는 날은 전철이나 고속버스 같은 이동수단에 몸을 맡겨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반복적인 진동과 적당한 소음 창밖을 보며 생각을 비우는 과정이야 말로 우리를 숙면에 들게 만드는 최적의 조건이다. 집에서 이 최적의 조건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집안으로 차를 가지고 올 수도 없고 말이다.
날이 쌀쌀해지니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많은 영양소를 몸에 비축한다. 나도 그런가 보다. 더 먹고 더 자려고 한다. 새벽운동을 못한 지는 2주가 넘은듯하다. 먹고 의자에 앉아서 일하고 다시 피곤함을 느끼면 커피 또는 어슬렁거리며 경직된 몸과 눈을 풀어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재촉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 때문에 조용한 사무실에서 나름 최선의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오늘도 한 건 마무리했다. 물론 과정 중에 한 단계를 마무리한 거지만 하나씩 풀어가며 느끼는 개운함이 좋다.
많이 먹고 많이 일하고 남는 게 무엇인가 늘 생각한다. 그리고 어제는 경비아저씨와 오랜 대화를 나눴다. 생각보다 회사를 많이 생각하는 분이셨다. 단순히 외부인의 출입을 관리하고 문을 열고 닫는 일이 끝이 아니었다. 회사 곳곳의 문제나 개선하면 좋은 점들은 생각하는 분이셨다. 나는 인복이 있다고 말하면서 언제 그 사실을 느낄까 했다. 경비아저씨와 대화를 하며 느낀 점이 그것인가 보다.
최근 들어 생각보다 재미있게 보는 책이 있다. 적우(한비자와 진시황)이다. 이 책에 대한 느낀 점은 다음번에 간략히 한번 써보겠다. 삼국지 이상으로 긴박하고 멋진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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