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울인가 보다. 패딩복장의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추우면 따듯한 것 더우면 시원한 게 생각나듯 한 달 전 즐거웠던 지난 소풍이 떠올랐다. 즐거운 시간은 행복한 추억과 스마트폰에 남은 사진들이다. 지난 소풍이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가 있다. 아내와 귀염둥이들 우리 가족이 똘똘 뭉쳐(?) 축구를 했기 때문이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 뭔지 모를 감격이 차올랐다. 얼마 전 둘째와 막내 귀염둥이를 위해 구입한 축구공(핸드볼공 크기의 스펀지공)이 우리 가족의 단합을 만들 줄 누가 알았을까.
이 날은 동 단위의 행사가 열렸다. 지인의 아이가 태권도 시범공연으로 개막식에 나온다기에 보고 왔다. 내 아이가 직접 하는 건 아니지만 대중 앞에선 아이들이 너무 멋있었다. 보는 사람을 긴장되게 만드는 그 분위기. 작지만 씩씩한 아이들은 이겨냈다. 멋지다는 표현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 후에 이어지는 공연도 즐겼다. 다행스러운 건 날씨가 생각보다 따듯했다는 것. 얼마 전에 다른 장소에서도 정기행사가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고 쌀쌀한 날씨였다. 다른 태권도장 아이들이 시범을 보였는데 대기실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우리가 소풍을 갔던 날씨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소풍을 계획한 건 아니었지만 날씨가 너무 좋아 그냥 보낼 수 없는 하루였다. 공연도 보고 체험도 하고 소소하게 간식도 먹고 마지막에 축구로 신나게 시간을 보냈다. 골키퍼는 첫째가하고 나머지가 1:1:1:1로 축구시합(???)을 했다. 중학교 2학년까지 축구를 신나게 즐겼던 과거를 떠올렸다. 그때에 비하면 너무 둔하고 폼도 안 나오지만 이 순간은 훌륭한 기량을 가진 선수였다... 축구공과 함께 뛰고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아내가 공을 잡는 순간만 마크했다. 슛을 하기 직전에 슬쩍 발을 대서 공을 막았다. 공은 앞으로 찼는데 뒤로 가는 상황이 너무 웃겼다. 아내가 공을 찰 때 막고를 반복했다. 육아로 늘 뿔이 났던 나와 아내의 얼굴에서는 그 어떤 날보다 진심 어린 행복이 튀어나왔다.
고강도 훈련을 마치고 먹은 늦은 점심. 언제 먹어도 맛있는 김밥을 먹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그림 같은 자연풍경을 바라보며 늦었지만 행복한 점심을 먹었다. 김밥의 단면을 찍어두지 않았지만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와 속재료의 조합이 마음에 들었다. 이미 많은 엄마들의 인기를 얻은 상태라고 아내에게 전해 들었다. 각자 김밥 한 줄씩 먹고 축구 2차전을 시작했다. 둘째와 막내는 모래놀이를 하다가도 공으로 와서 함께 놀았다. 과자와 음료수 간식까지 챙겨 먹으니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 배경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즐거운 시간의 소리와 냄새 분위기를 모두 담아내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종영된 '아빠 어디 가' 그리고 현재도 방영 중인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면서 딱 한 가지 느낀 부러운 점이 있었다. 아이들의 성장을 영상으로 기록했다는 점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그 순간 아이들의 목소리와 몸 짓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스마트폰에 많이 저장되어 있지만 여러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따라갈 순 없었다. 때문에 사진과 글의 조합을 선택한 내가 자랑스러웠다. 사실 영상, 사진 형태와 상관없이 글이 뒷받침하고 있다면 그보다 훌륭한 기록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잠들고 슬슬 출출해지기 시작했다. 집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크림파스타와 투움바 파스타 그리고 맥주를 사 왔다. 개인적으로 오일파스타를 선호하지만 맛의 조합을 맞추다 보니 사진에 나온 두 가지 메뉴를 택했다. 편의점 음식이지만 조금 더 정성을 더한다면 시중에서 파는 음식에 버금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스토랑이 그래서 나왔나 보다.
추운 겨울이 점점 다가오지만 남은 올해를 따듯한 기억으로 채우며 보내고 있다. 소소한 기록이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삶의 만족도 커지고 있다. 잘 살고 있는 모습에 감사하다.
아내에게 고맙고 덕분에 잘 크고 있는 귀염둥이들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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