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_갑진년/세상에는요

[퇴근길] 올 해 첫눈 눈놀이 그리고 썰매끌기

솔트리오 2024. 11. 2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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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출근길은 장난 아니었다. 강한 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눈까지 날리는 바람에 우산을 들고 뒤집히지 않도록 요리조리 조종해야 하는 날이었다. 이런 날은 먼 기닿신 가까운 길을 선택한다. 개천을 지나는데 물이 역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좁을 골목길과 건물 사이를 지나간다. 바람을 거스르다 뒤집힌 우산이 날카롭고 앙상한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누구의 우산이었을까. 물음표를 남기고 전철을 탄다. 우산을 써도 바람을 타고 하얀 눈들이 옷에 들러붙었다. 잘 털리지도 않았다. 마침 자리가 있길래 앉았다. 옷이 살짝 젖은 걸 알아서 그런지 불편해하는 눈치였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날씨였어요.

기상일보를 봤지만 눈이 얼마나 오겠어했다. 웬걸 쏜아지는 눈이 순식간에 도로와 건물을 덮었다. 오늘은 반차를 쓴 날인데 말이다. 여유 있게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게 오늘 목표였다. 눈 내리는 걸 봐선 왠지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점심이 지나면 또 다르지 않을까.

점심은 언제나 든든히 먹는다. 미역국에 돼지고기 김치찜 조합이 맛있었다. 적당히 기름진 고기가 추운 오늘의 날씨와 궁합이 맞았다. 사무실로 복귀하고 퇴근준비를 했다. 창밖엔 눈이 하얗게 내리고 있었다. 운전면허증, 오늘 갱신할 수 있을까?. 매섭게 날리는 눈을 뚫고 전철을 탔고 가는 동안 어찌해야 하나 고민했다. 다음 주에 다시 쉬어야 하나(-_-).

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길은 험난했다. 발목 위를 덮을 정도로 많은 눈이 쌓여있었고 도로 위 차들은 느릿느릿했다. 재난문자가 반복적으로 울렸다. 평소엔 잘 보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운전면허장 가는 길도 통제됐다는 내용이 보였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마음이 확실해졌다. 다음 주로 미루자 ('_').

차위에 덮인 눈은 치우면 되는데 문제는 집으로 돌아온 후 주차였다. 바닥에 있는 주차라인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주차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안 되겠다 오늘은 귀염둥이들 하원시키고 눈썰매랑 눈놀이로 일과를 마치기로 했다.


펑펑 내린 눈에 아이들은 신났다. 썰매를 타는 막내는 너무나 좋아했다. 손 시리고 발이 꽁꽁 어는 것 같다가도 아이들이 웃는 모습에 잊게 된다. 눈썰매장 말고 동네에서 눈썰매를 끄는 건 체력단련 효과도 있다. 막내 한 번 둘째 한번 이렇게 반복하면 어느새 추위는 사라지고 몸 안에서 따듯한 온기가 살아난다.

후... 이제 집에 가서 따듯한 물로 목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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