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_갑진년/읽고써봐요

[우리글] 예의와 거리가 있다.

솔트리오 2024. 12. 4. 12:32
반응형

글쓰기 전문가들이 도서관에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접하는 신문 속에도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문장력을 키워보려 책도 읽지만 사설이나 칼럼도 읽는다. 잡지를 읽는 듯한 기분도 들고 책에 비해 글의 전개가 빠르기 때문에 읽기에 덜 부담된다. 거친 표현부터 간단명료한 표현까지. 읽다 보면 간혹 여운을 주는 표현들을 보게 된다. 많은 경험과 고민을 통해 탄생한 문장들을 보며 어떻게 이런 표현을 썼을까 생각한다. 멀리서 보면 비슷한 글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결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게 바로 내가 느낀 글의 매력이다. 오늘 읽은 칼럼에서 감명받은 문장이 있어 올려본다. 글은 선택의 타이밍을 바둑에 비유한다. 아래에 일부 내용을 인용했다.

 

문제는 돌을 던지는 타이밍을 잡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바둑 실력이 뛰어난 세계 정상급 기사도 돌을 던질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해 품위를 훼손할 때가 있다. 너무 빨리 돌을 던지는 것도 예의는 아니다. 자칫하면 무책임하고 경솔한 태도로 비칠 수 있다. 그런 게 무섭다고 너무 늦게 돌을 던지는 것도 예의와 거리가 있다. 

 

 

예의가 아니다. 예의가 없다. 예의 바르지 못하다. 예의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을 '거리'라는 단어와 조합했다. 간결하고 멋있는 표현이다. 반복과 부정적 의미를 피하면서 예의를 지키지 못한 상황을 강조하는 느낌이 든다. 예전 같으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다. 짬을 내서 메모하고 일기 쓰기에 시간을 써보니 반복적이고 부정적인 단어가 많을수록 문장 표현이 매끄럽지 않음을 느낀다. 초급자인 내게 이런 표현은 글 쓰는 동기를 만들어 준다. 발 벗고 나서서 글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을 찾아갈 수 없다 보니 이런 식으로 선생님들의 글을 읽어본다. 비유하자면 밥도 먹고 반찬도 먹고 때로는 간식으로 지루함을 달랜다고 해야 할까.

 

오늘도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