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면서 만들어진 습관이 있다. 본인의 성격이 반영된 습관인 것 같기도 하다. 바로 이면지 사용하기다. 이 습관은 신입사원 2년 차? 정도에 만들어진 것 같다.
현장과 사무실을 드나들다 보니 기록할 수 있는 노트와 팬은 항상 가지고 다녔다. 문제가 있거나 궁금해서 물어볼 내용은 기록해 두고 적절한 타이밍에 묻고 기록해 둔다.
문서 형식에 제한은 없지만 꼭 네 가지 내용은 쓴다. 업무적인 확인절차가 필요한 내용은 기록한 날짜, 의뢰인, 내용, 기한을 간단히 적어둔다. 그리고 메일 한통을 보내거나 요청한다. 이렇게 해두면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돼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막을 수 있다.
현장방문 또는 미팅이 있는 날은 노트를 챙긴다. 팬은 되도록 3색 팬으로 준비한다. 색을 조합하면 중요한 내용을 강조하거나 그림 설명이 필요할 때 특히나 요긴하다. 뭐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여러 권의 노트를 써봤는데 개인적으로 날짜가 적힌 노트는 선호하지 않는다. 처음엔 좋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왠지 그날에 딱 맞게 써야 할 것 같아서다. 강박이랄까. 그러다 보니 날짜에 구속되지 않도록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날짜 없는 노트를 일부러 찾기도 했다.
아무래도 본업이 사무직이다 보니 종이를 사용할 일이 많았다. 특히 A4용지는 직장인뿐 아니라 일상 어디서나 쉽게 접하는 만큼 사용처가 많다. 그만큼 버려지는 양도 많음을 알고 있었다. 새 하연 종이를 만들려면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필요한데 한 쪽면만 사용하고 파기하자니 자원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찜찜한 기분을 계속 느끼게 됐다. 아무렇지 않게 낭비되는 A4용지를 보니 스스로 이면지를 적극적으로 시작했다.
새 종이 종이보다 좋은 점이라 해야 하나. 새것을 사용할 때 보다 마음이 편했다. 무엇이든 마음이 편한 게 좋지 않은가. 직장생활에서 마음 편할 일을 찾았다면 그나마 이면지를 활용하는 때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면지를 사용하면 이면지는 사람처럼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다른 사람이랑 열심히 일해봤는데 재미있었어. 이번엔 어떤 일을 할지 기대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반대면에 쓰고 그리는 과정은 즐겁다. 놀고먹는 즐거움보다 한 차원 높은 즐거움이다. 내 생각을 누군가가 거리낌 없이 경청해 주는 기분이다. 오랜 친구를 대하듯 이면지는 펜이 움직이는데 로 편하게 맞장구친다.
이면지를 묶어서 공책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업무 중에 필요한 메모를 하기도 좋다. 포스트잇도 좋지만 이 또한 낭비되는 기분이라 사실 포스트잇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컴퓨터상에서 포스트잇을 사용한다.
특별한 계약서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서류의 대부분은 소모성 출력물이다. PC성능의 발전으로 과거에 비해 종이서류의 가치와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어찌 보면 종이의 발명으로 기술의 발전이 이뤄졌고 우리 삶의 편리한도 만들어진 것이다. 현대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열일을 하고 있었는데 프린터기를 한 번 지나쳤다는 이유로 일회용품이 취급을 받는 것이다.
서류하나를 만들기 위해 공들인 만큼 종이 한 장을 만들기 위해 흘러온 역사를 생각하면 이면지사용은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이다. 우리나라는 최고의 인적자원 보유한 국가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만큼 가공된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쓰레기도 줄이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는 1석2조 이상의 효과가 나타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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