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들은 사연이다. 얼마 전 황당하면서도 귀여운(?) 일이 일어났다. 참고지만 귀엽다고 생각한 건 오롯이 내 생각이며 아내는 정반대의 심리상태였다. 상황은 이렇게 시작됐다.
첫째는 방학중이고 둘째와 막내는 각각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날이었다. 첫째는 이제 알아서 옷도 찾아 입고 스스로 등교준비를 할 만큼 많이 의젓해졌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차려주고 어제 미리 꺼내놓은 옷을 입히는 것으로 등원준비에 열과 성을 다했다. 그날은 특별히 일정(생일잔치, 체험학습 등)이 없어서 별도로 챙겨야 할 준비물은 없었다. 등원 과정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때문에 평소와 비슷한 루틴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은 언제나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 날이 그랬던 것이다.
보통은 아내가 둘째와 막내를 데리고 함께 나간다. 막내를 어린이집에 먼저 보내고 둘째를 등원시키는 동선 정해져 있었다.
아내 : 자~ 이제 가자~
첫째 : 잘 갔다 와~ 잘 다녀오세요~(아내와 동생들을 마중하며)
여기까진 평상시와 똑같았다.
둘째 : 응가 마려워~!!
아내 : 응? 응가 마렵다고? 아... 정말 나가기 전에 그러냐... 너 응가하는 거 기다리면 다 늦어.
아내는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베팅을 했다. 사실 과거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아내 : 첫째야 네가 둘째 응가 다 하면 등원 좀 시켜줘. 버스 어디서 타는지 잘 알자나. 선생님도 알고.
첫째 : 응! 알지. 알았어 내가 데려다줄게.
아내 : 고마워 엄마가 기다려줄 수 없는 상황이라... 얼른 막내 보내고 올게
든든한 첫째가 있기에 불안하지만 먼저 외출했다.
막내를 등원시키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첫째에게 등원 잘 시켜줬냐며 물었다. 첫째는 잘 시켜줬다며 아내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그 순간 아내의 눈을 의심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아내 : 둘째 가방이랑 실내화가 왜 그대로 있어?
첫째 : 어?! 0_0... 둘째 응가 다하고 시간 늦어서 그냥 나가버렸네...
내 머릿속엔 아주 귀여운 그림이 그려졌다. 귀염둥이 둘이 유치원차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 유치원차가 도착하고 맨몸으로 등원하는 둘째를 보고 차량 선생님이 어떤 표정을 지으셨을지 너무 궁금했다. 첫째가 다녔던 유치원이라 기사님도 차량 선생님도 첫째를 알고 있다. 가방 없이 실내화도 없이 몸만 덩그러니 등원하신 우리 둘째님. 퇴근하고 둘째에게 오늘 유치원에 잘 다녀왔냐고 물어봤다.
본인 : 오늘 유치원 잘 갔다 왔어~?? ^_^
둘째 : 우! 잘 갔다 왔지~
본인 : 오늘 가방이랑 실내화 안 가져갔다면서~ㅎㅎ
둘째 : 응 오늘 그냥 나왔지~ 몸이 너~무 가볍고 좋았어!.
나는 생각했다.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멀리서 또는 오래된 것에서 찾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행복은 나에게 있다.
사랑한다...
'2024년_갑진년 > 세상에는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짧은글] 고민에도 정도가 필요해 (1) | 2024.03.18 |
---|---|
24년도 2월을 보내며 (1) | 2024.03.13 |
저장을 하지 않으면!!! (1) | 2024.02.28 |
24년도 1월을 보내며 (0) | 2024.02.20 |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한 주문 (0) | 2024.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