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_갑진년/세상에는요

24년도 1월을 보내며

솔트리오 2024. 2. 2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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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슝!

2월의 중턱이 지난 이 시점에서 24년도 1월을 기억하며 소감을 적어본다. "시간이 없다", "바쁘다"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살지는 않지만 적절한(?) 날에 글쓰기가 어려웠다. 전임자의 업무를 이어받아 내 것으로 흡수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꼬여버린 줄을 풀기 위해 실 끄트머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군데군데 실뭉치가 남아있지만 이를 풀기 위해 이리저리 차분히 살펴보고 다시 꼬이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생소한 내용과 자료정리 방식의 차이였다.

처음 접하는 내용이 어려운 이유는 어느 것이 중요한지 모르는 무지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실체를 모르고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압박과 불안정함을 느끼게 된다. 기존에 다뤄보지 않은 모양도 크기도 다른 성격의 재료라는 사실만 인지할 뿐이다. 게다가 규격화된 문서체계나 구체적인 분류방식이 있으면 자료 인수인계에 많은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잔여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어려움을 안고 내 나름의 경험으로 간소화된 정리 체계에 대입하는 중이다. 한참을 정리하던 중 첫 회사에서 만났던 팀장님의 말이 떠올랐다. 나와 12살 차이였으니 당시 팀장님의 나이는 지금의 내 나이와 비슷했다.

 

"처음엔 자기 방식대로 (업무를) 정리하고 싶겠지만 정예인원으로 (팀을) 운영하려면 규격화된 체계가 필요해. 그러니까 막 고치고 싶고 불편해도 조금만 참고 내가 만들어 놓은 체계로 정리해 봐. 생각보다 괜찮아"

 

 

차분하지만 의지가 느껴졌던 팀장님의 말. 그때는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몰랐다. 그 의미를 알기 전에 팀에서 가장 빠르게 벗어난 인물이었으니까. 물론 당시 나의 팀장님 때문은 아니었다.
 
수년간 쌓아온 자료를 하루아침에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든다는 건 정말 대단한 욕심이었다. 잘 모르는 내용이 있으니 박쥐처럼 여기저기 붙어서 정보와 조언을 구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내가 하던 업무와 겹치기 시작했다. 혼란스럽고 복잡해서 잠시 어딘가에 기대어 있고 싶을 뿐이었다. 기운이 쭉 빠졌다. 특히 연이어 걸려오는 전화는 기운을 빨아먹는 일등공신이었다. "내 일은 언제 하나..." 방전되기 직전의 정신을 부여잡고 내 일을 시작할 때 다시 전화가 온다. 열 명과 10분씩만 통화해도 1시간 40분인데 영상회의에 오프라인 회의까지 생겨버리니 일과시간 중 내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비율은 아주 작았다. 이 와중에 놓지 못하는 줄이 있었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일 덕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생존을 위해 내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 머리에서 강렬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자기가 원하는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하려는 마음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종이 또는 스마트폰 메모를 절실하게 찾았고 한 줄이라도 기록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2024년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껏 남긴 내용을 훑어보면 대부분 비슷하지만 작성하는 날마다 감정은 다르기 때문에 질리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나아지며 차분해졌다. 그리고 사회이슈를 읽고 개인적인 의견을 써보는 시간을 갖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선명해졌다.

 
1월에서 많이 벗어났지만 기록해 놓은 메모가 있어서 여러 날 여러 상황에 걸쳐 흩어진 1월의  조각들을 모아 이제야 하나씩 맞춰본다. 특별할 것 없이 1월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약속이라도 미리 해주면 고맙겠지만 내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추가 업무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시간이 빠르게 흐름을 인지하고 일을 해결하는 속도보다 쌓이는 게 빠른 지금 반복되는 의심도 생겼다.

 

"잘하고 있는 건가"

"이게 맞는 걸까"

"이런 일이 또다시 생겼을 때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하는 걸까"

 

그 어디에도 정확하게 대답해 줄 사람은 없었다. 업무 경력이 훨씬 많은 팀장님도 "조금만 견뎌보자"라고 하신다. 그 말씀이  틀렸다 맞다고 할 순 없었다. 누구에게는 정답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구에게는 오답이 되어 마음이 떠나버릴 테니까. 나는 견뎌보기로 했다. 이 정도 어려움은 삶에서 언제든지 맞닥뜨릴 만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뻔한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군대에서 가장 힘든 보직이 무엇이냐?" 물으면 자기가 맡은 일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당연하다.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에서는 주관적인 답이 우선상황이고 사람마다 힘듦의 기준이 똑같을 수 없으니 경험의 중심은 본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꼰대'라는 세대차이, 불통의 대표적인 특정 인물을 탄생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거다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는 힘을 키우는 방법이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상황을 추측하여 나보다 낫다는 식의 결정으로 무섭게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사실을.

 

투덜거리긴 했지만 이런 과정도 어제보다 나은 지금을 만드는 기초공사라고 생각한다. 미미하지만 성장하고 있다.



▣ 멀리서 보면 우상향

직장과 일상이라는 두 곳의 환경변화가 있었다. 직장환경에서는 책임감이 더 커졌고 팀에서 허리역할을 하게 됐다. 가정환경에서는 막내 영향력이 광범위해져 청소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모양새로 변화했다. 정돈된 환경과 그렇지 않은 환경이 주는 편안함의 차이가 너무나 극명하게 느껴져 외출이 없는 주말은 대게 정리와 청소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언제나 어지러울 수밖에 없는 우리 집 환경을 정화한 결과물로 날카로움(?)과 인내의 그릇이 커졌다. 모순이지만 부정과 긍정 울타리가 커졌다. 휴식에 대한 갈망도 배움 대한 욕심도 자라고 있다. 배움의 욕심이 생긴 건 즐겁게 살고 싶어서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힐 때 두뇌활동이 극대화되고 호기심이 많아진다. 잠들어 있는 두뇌를 깨우게 된다. 아이들 눈에 세상은 궁금함 그 자체인 것처럼 새로운 것을 흡수하고 보는 것만으로 삶이 즐거워지고 진시황이 찾았던 젊음의 약이 된다. 배움을 시작하고 스스로 깨달았을 때 머리가 시원해지는 그 기분을 아는가. 공부를 절대! 잘하는 건 아니지만 공부하기가 싫지 않은 이유를 만들어준 그 기분이 생생하다. 공부를 하면서 머리가 시원해짐을 느낀 건 불규칙하지만 간간히 생긴다.  그때의 성취감 행복감은 잊을 수 없다. 기다리면 절대 오지 않을 감정이기에 매일같이 짤막한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머리에서 느껴지는 통찰의 시원함을 찾고 있다. 해적왕이 숨겨놓은 원피스를 찾아가듯 한 가족의 가장으로 9년 차에 접어드니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을 갈어가고 있었나 보다.

 
정말 다행이다. 아직까지 글 쓰는 시간이 싫어지지 않았다. 일기처럼 나를 기록해 보는 한 줄 쓰기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글을 통해서 마음의 안정을 얻고 평화를 누리며 제2의 인생을 찾아가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아무것도 아닌 거라 생각했던 글에서 희망을 찾고 용기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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