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_계묘년/일상

23년도 1월을 보내며

솔트리오 2023. 2. 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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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을 시작한 지 30일이 지났다. 비율로 따져보면 1년의 8% 정도를 보낸 것이다. 어제도 늦은 퇴근을 했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거리를 혼자 걸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거리는 독백을 하기에 적절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던가를 시작으로 몇 가지 질문으로 뱉었다. 처음 떠오른 단어는 '후회'였다. 1년 전만 해도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생각부터 태도까지. 1년 전 나는 '나 그동안 뭐 했지?'로 첫 질문을 했고 스스로에게 뚜렷한 답을 하지 못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할 수 있는 단서 찾기에 시간을 허비했다. 보이지도 않는 기억에서 아무리 헤집고 다녀봐야 원하는 결과물을 얻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작은 실천도 하지 않은 채 좋은 결과만을 바라는 모순된 상황으로 오랜 기간 방치했던 것이다. 작년 중순부터 시작된 하루 글쓰기는 반복되는 후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든 전환점이었다. 특별할 것도 아닌데 나 자신이 제법 성장했다는 느낌을 안겨줬다. 언론사나 책에 실린 글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기록물(역사)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으로 변하고 있었다.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글쓰기를 선택한 것은 손에 꼽히도록 훌륭한 판단이었다. '그간 뭘 했을까'가 아닌 '그간 얼마나 했을까'로 질문의 방향이 바뀌었다. 이 질문이 뿌듯함을 가져다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타인에게 자랑하고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잊지 않기 위한 태도가 인생을 달리 바라보게 만들었다.

 

 

두 번째는 전 세계의 공통 관심사인 돈에 관한 생각이다. 아래에 쓰는 돈에 대한 이야기는 경제나 물가라는 현실적인 면보다는 감정적인 부분에 치중했다. 내가 어릴 적 엄마, 아빠는 늘 바쁘셨다. 평일엔 얼굴 보기가 어려웠다. 주말에도 아침에 잠깐 얼굴을 마주할 뿐이었다. 그래서 엄마, 아빠가 집에서 쉬는 날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이 주는 안정감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가끔은 엄마가 점심을 먹고 느지막이 출근을 하던 때가 있었다. 엄마와 함께 거실바닥에 누워 핑크색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DJ 목소리를 함께 듣기도 했다. 햇살이 거실로 넓게 퍼지고 살짝 비치는 커튼은 바람에 살랑거린다. 엄마와 함께 나른한 오후를 즐긴다. 얼마 후 눈을 뜨면 거실엔 나 혼자 덩그러니 누워 있고 얇은 담요만이 내 배를 덮고 있었다. 정말로 나 혼자 집에 있는지 집안을 살핀다. 홀로 남겨진 마음에 서글픈 마음이 싹이 텄지만 가족을 위해 돈을 벌러 가는 엄마를 생각하며 외로움을 견뎌냈다. 돈이 있어야 맛있는 음식도 먹고 따듯한 집에서 잠도 잘 수 있으니 말이다. 당시엔 휴대전화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투정을 부릴 수도 없었다. 돈은 그랬다. 나를 조금 외롭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미안하고 보고 싶게 만들었다. 지금은 가장이 되어 가족과 나를 위해 돈을 번다. 어릴 적 그때와 달라진 점은 딱 하나였다. 내가 부모의 입장이 된 것. 외롭지 않게 돈을 벌 순 없을까.

 

 

내가 성인이 된 지금도 엄마, 아빠는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어려워하지 말고 얘기하라고 하신다. 알겠다고 대답은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을 마주하면 미안함이 앞선다.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첫째가 예전에 쓴 편지내용이 떠올랐다. '아빠, 엄마 아기 돌보느라 힘드시죠. 죄송해요. 제가 돈 많이 벌어 도와드릴게요.'. 손 편지 속 아이의 죄송함은 그동안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을 더 부풀렸다.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고 고맙고 글씨도 잘 쓴다고 칭찬했다. 그 죄송함이 진심이 아니더라도 '죄송'이라는 단어를 생각한 첫째의 모습이 떠올랐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과 솔선수범은 필수라는 생각이 확실해졌다. 정말 돈은 감정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맙고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엄마, 아빠의 노력으로 건강하게 성장했고 결혼을 해서 건강한 가정을 꾸렸다. 혼자 느꼈던 쓸쓸함과 허전함을 이제는 찾기 힘들어졌다.

 

 

누군가는 너무 바쁘면 사람이 피폐해진다며 걱정과 불만을 가득 품고 있었다.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순 없지만 계속해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게 내게는 감사함으로 느껴진다. 군대에서 행군과 같은 원리라고 생각한다. 힘들다고 조금 천천히 걷다가 짧은 시간만 지나도 앞사람과의 간격이 벌어진다.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 두 배 이상으로 빨리 걸어야 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행군이 두 배로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내 뒷사람들은 그 이상으로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일이 너무 많으면 힘든 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체계를 스스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사실 체력 아니겠는가. 체력과 밀접한 두 가지에 대해서 언급을 해보려 한다.

 

 

1월. 얼마나 힘차게 걸었는가?.

강력한 한파엔 내 차를 위해서 운전으로 출퇴근을 했다. 그리고 평범한 한파엔 걸어 다녔다. 작년 12월에 비해서 많이 걸어 다녔다.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저강도 운동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비용 절약의 측면에서도 많이 걸어 다니는 게 손실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전철도 새 전철로 바뀌면서 실내환경이 더 쾌적해졌다는 평가를 해본다. 불쾌한 냄새도 없고 승차감도 더 좋아진 것 같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만족도가 높았다. 전철을 이용하는 시간이 이르다 보니 일주일 중 적어도 2번 이상은 앉아서 이동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쪽잠도 청하고 얼마나 좋은가. 

 

춥지만 잘 걸었다?...00점/10점

 

1월. 얼마나 맛있게 잘 먹었나?.

늘 감사하게도 잘 먹고 있다.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도 밥은 잘 먹고 다녔다. 매주 기억에 남는 음식들을 한 두 가지씩 써보는데 사실 내가 싫어하는 음식이 나온 적은 없다.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 기후변화와 시장물가의 영향으로 제철음식을 먹어보지 못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새벽부터 식사를 준비해 주시는 이모님들에게는 항상 감사할 뿐이다. 지난달 보다 잔반을 덜 남겼다. 내가 말하는 잔반의 수준은 국그릇 바닥이 살짝 보일 정도의 국물과 양념의 재료로 쓰이는 다진 마늘, 무 생체 몇 가닥, 콩나물 머리 또는 몇 개의 줄기, 실수로 흘린 음식정도다. 나는 잔반을 거의 남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많이 먹지만 규칙적인 생활 덕분인지 몸무게가 많이 늘지는 않았다. 업무 중간에 물 한 모금씩 주기적으로 먹으니 군것질도 덜 하게 돼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건강관리에 특별한 점을 넣으려고 하지 않는다. 음식을 먹을 때 나름의 습관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특징이 있다. 분류하자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겠다.

 

  • 오랫동안 많이 씹기
  • 국물 적게 먹기

위에 두 가지만 해도 사실 폭식이나 소화불량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많은 연습을 하다 보니 닭가슴살과 같은 뻑뻑한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면 뻑뻑한 음식을 먹으면 음식 섭취량도 줄어든다. 기본적으로 뻑뻑한 음식은 염분이나 지방이 적은 음식을 말한다. 닭가슴살, 간, 고구마, 호밀빵 정도가 떠오른다. 한때 많이 즐겨 먹었던 음식들이다. 그 덕분에 지금은 음식을 빨리 먹으려 해도 먹지 못한다. 두 번째 국물을 적게 먹는 것이다. 내가 찍은 사진들 대부분은 숟가락이 없다. 젓가락으로 대부분의 식사를 해결한다. 국도 건더기를 먹음으로 국물섭취를 대신한다. 국물을 적게 먹으면 염분의 섭취가 많이 줄기 때문에 몸이 붓는 현상이 많이 줄어든다. 소화도 더 잘되고 국물을 많이 먹었을 때 뱃속에서 출렁거리는 불쾌한 기분도 없다. 이 두 가지 정도로 나름대로 일정한 체중을 유지하고 기초적인 건강관리를 한다. 

 

2023년 1월_활기찬 시작

 

1월. 얼마나 잘 보이나?.

이것도 심심풀이로 남겨놓는 사진이다. 잘 보일지 모르겠지만 롯데타워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들이다. 미세먼지 오염농도가 낮고 하늘이 맑을 때 우연히 롯데타워가 보였다. 그때부터 한 장씩 찍어뒀다. 롯데타워를 목표로 찍고 있지만 그날의 공기오염 수준이나 안개의 수준도 한눈에 비교할 수 있어서 수집하는 게 재미있다. 거의 보이지 않지만 1월 4일에 찍은 사진의 중앙을 보면 'Δ'모양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게 롯데타워다. 오래된 스마트폰으로 촬영해서 화질이 좋지 않지만 하늘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을 즐기는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자투리 시간이 하나둘 모이면서 거대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TV프로에서 별난 수집가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분들의 수집품을 보여주는 장면을 봤다. 당시에 들었던 생각은 저렇게 모아서 어디에 쓰려는 걸까 하는 생각이었다. 별도의 작업실을 만들어 놓은 분도 있고 집안이 수집품으로 가득한 분들도 봤다. 그분들의 전후사정은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 그저 왜 그럴까 하는 일관된 말 뿐이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는 TV속에서 봤던 그분들처럼 나만의 애정이 담긴 사소한 수집을 하고 있다. 집안을 가득 채우는 수집품은 아니지만 그분들의 마음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때 그분들의 연세는 대부분 50대 이후셨다. 지금 나는 30대다. X세대, MZ세대 등 특정 연령대가 공통적으로 보이는 성향을 묶어 세대를 구분하고 도드라지게 표현한다. 혹시 이 세대 간의 세대차이를 줄일 수 있는 건 이미 우리가 알 고있는 말 한마디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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