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_임인년/일상

낯설어진 그 집

솔트리오 2022. 10. 1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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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언니의 형부 : 자주 놀러 오세요
본인 : 고맙습니다. 오늘 저녁 잘 먹었습니다.



이곳에 산지 어느덧 6년에 접어든다. 전 직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오게 됐다. 동네의 골목 거리와 주변 아파트 단지의 위치, 편의시설 등 모두 새로웠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내가 어릴 적 살던 동네만큼의 편안함은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교통과 상권 모두 좋지만 마음의 벽이 있는 건지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6년 차의 면모는 보이지 않는다. 주변 동네에 사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다른 동네 얘기를 듣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맛집이나 상가의 위치, 새로 생긴 아파트나 문화시설의 위치 등등. 간혹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으면 아내와 대화거리로 내놓는다. 그럼 아내는 그 장소, 발생한 이벤트를 잘 아는 듯 술술 얘기한다.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내가 선생님 같다는 느낌이 든다. 상냥하지는 않지만 팩트와 사람들의 인지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아이들이 잠들고 조용히 대화를 할 때면 아내가 방송하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일 때도 있다. 비록 오래 듣지는 못하지만.


아내는 산후 조리원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그렇게 알게 된 모임을 조리원 동기라 불리며 조동이라 축약해 부른다. 조동은 마치 군대 동기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2주 정도 같은 건물에서 지내는데 코로나의 여파로 외출과 면회가 제한되면서 조리원 동기들은 누구보다 두터운 친분을 쌓기 좋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조리원을 나온 후에도 같이 밥도 먹고 종종 기념일에 선물을 주고받으며 돈독함을 이어나간다. 그 모임에서 알게 된 같은 단지에 살고 있는 분이 있었다. 지금의 언니라 불리는 분이다. 씩씩하고 털털한 성격의 언니는 아내에게 많은 조언을 해준다. 친구이면서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보인다. 그러다 같이 모여서 밥도 먹고 캠핑도 갔다. 캠핑이 익숙지 않은 우리 가족을 위해 언니와 형부는 많은 일은 도맡았다. 게다가 맛있는 음식도 많이 제공해 주셨다. 그 외에도 우리 가족은 많은 도움을 받았다. 너무나 고마운 분들이다. 세상이 어지럽다고 해도 빛을 발하는 존재는 꼭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 본인이다. 그 믿음은 항상 현실이 된다.


언니와 형부는 우리 집과 50미터 정도 떨어진 동에 산다. 집에도 몇 번 놀러 갔기 때문에 간혹 출근길에 그 집을 향해 기분 좋았던 기억을 꺼내보기도 한다. 어느 날이었다.


아내 : 언니 이번 달에 이사 간데.
본인 : 갑자기? 어디로 간데?
아내 : 이 근처로 가는데 조금 상황이 복잡하데...
본인 : 같은 단지에 아는 사람 있어서 좋았는데 아쉽네


언니네가 이사를 알아본지는 어느 정도 됐다한다. 무슨 사정인지는 캐묻지 않았다. 누군가 떠난다고 하면 나름의 이유와 고민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인도 무언가를 결심할 때 마음속에서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편이었다. 물론 지금은 가족이 있기에 아주 느린 속도로 내가 원하는 바를 찾고 아이들과 아내에게 말한다. 그렇게 긴 고민의 시간을 보냈을 거란 생각에 밝아 보이는 사람들을 다시 생각해본다.


시간이 흐르고 언니네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갔다. 비록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출근길에 보이는 정겨웠던 그 집. 이젠 낯섦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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