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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 자리에 유부남들이 모였다. 나는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집안일 얘길 꺼내게 됐다. 그중 A는 자신이 집안일을 대하는 일관성 있는 태도가 편한 삶을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A : 저는 집에 가면 아무것도 안 해요
본인 : 어떻게요?
A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하듯 진지하지만 본인도 조금 웃기는지 한쪽 입꼬리를 실룩하며 말했다.
A : 못하는 척하면 돼요. 빨래 같은 것도 그냥 접어두고 서랍에 넣어두면 아내가 다시 꺼내서 정리해요. 그렇게 몇 번 하니까 자기가 알아서 하더라고요.
본인 : 음...
선입견을 가지고 사람을 보면 안 되지만 A는 정말 집안일을 할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덥수룩 부스스한 헤어스타일, 큰 덩치, 졸려 보이는 눈 그리고 웅웅 거리는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A와 일하면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A : 아... 그러시면 OOO분께 연락해보세요.
또는
A : 아... 그러시면 제가 전화연결을 시켜드릴게요.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담당자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토스를 잘한다. 때로는 그 스킬이 부럽다.
본인: 아내분이 가르쳐 주지 않아요?
A : 알려줘도 못하면 그렇게 돼요(살짝 미소 지으며). 화장실도 저한테 청소할 거 아니면 변기에 앉아서 오줌 싸라고 해서 그때부터 앉아서 오줌 싸요. 쓰레기도 가끔 버리긴 하는데 한 며칠 버티면 알아서 버리더라고요(다시 한번 웃으며).
그 이후로도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잘 들어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못하는 척이 아니고 정말 못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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