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_임인년/일상

폭풍 후 청명한 하늘은 더욱 아름답다.

솔트리오 2022. 10. 1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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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 적엔(몸무게가 20kg가 채 되지 않은 시기) 번쩍번쩍 안아주고 아빠 비행기도 많이 태워주고 놀았다.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한 번에 두 아이가 올라타면 혹여나 다칠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주말은 늘 아이들의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운동이 되는 기분이었다. 허리가 아프거나 목이 쑤시지 않았다.


아이들과 놀았던 시기를 생각하면서 문득 궁금해 지는게 있었다. 아이가 성장한 만큼 과연 나도 성장했을까. 사실 첫째를 대하는 내 태도는 예전(6살 초반)과는 많이 달라졌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몸무게도 늘고 생각도 커지면서 자기주장이 강해졌다. 자연스럽게 행동에도 자유로움이 많이 묻어났다. 아이의 성장하는 모습이 잘 보였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친구들이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하면 집에 와서 따라 한다. 그리고 동생에게 자주 써먹는다. 둘째와 수준차가 생기기도 했고 같이 놀더라도 예전 같지 않다. 귀여움에서 벗어나 터프함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말이다. 그렇게 형제들 간 전우애가 시작되는 것 같다.


첫째가 동생과 노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자기 중심적으로 놀이를 이끌어 간다. 말을 잘하고 눈치가 빠른 둘째와 놀 때는 규칙을 정하고 조율하는 게 조금 어렵지만 막내와 놀 때는 일방적으로 잘 놀아준다. 막내도 그런 첫째를 가장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첫째의 입장에선 둘째보단 막내와 노는 시간이 어쩌면 더 즐거운 시간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첫째도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서툰 점도 많다. 그러면서 생기는 소음도 과거의 수준에서 많이 벗어났다. 7살이지만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또 상대적으로 동생들에 비해서 많이 컸다고 생각하여 다소 성급하게 아이를 보채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다 아이의 마음에 무심코 나쁜 행동들을 심어주는 것 같아 걱정이 커졌다. 그 행동의 결과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둘째를 대하는 태도에 고압적인 모습이 자주 비친다. 정말로 부정적인 씨앗은 아이의 성장과 함께 자라나는 것일까. 아이의 말과 행동이 거칠어질 때마다 화가 나다가도 마음 한편에 불편함이 가득해진다. 아이가 무얼 보고 그랬겠는가. 아이의 거친 행동을 다시 한번 살펴야 하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유치원에서도 입학 전 7살 아이들을 위한 감정 다스리기 방법을 주제로 매주 학습지 같은 자료를 가져온다. 참 마음에 든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퇴근 후 안아주기다. 이건 내가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안아 줄 수 있을 때까지 않아줘야지'. 그리고 잠들기 전 '잘 자요~, 사랑해요~'라는 말도 매일 하는 것이다. 비록 아이가 잠든 상태여도 말이다.

 


아이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 진다. 확실한 건 조급함이 아이와 마찰이 생기는 원인이라 생각한다. 나쁜 의도는 아니지만 요구 상황에 미치지 못하고 반복될 때 큰 소릴 낸다. 아이들의 자유를 막는 듯한 아비가 되는 기분이다. 속상하지만 그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든다. 아이 스스로 잘 해낼 거란 믿음이 있지만 규칙이나 예절을 지키지 못해 피해를 주거나 보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빠가 알려주는 자유과 절제의 경계라 해야 할까. 아이의 만족감을 위한 자유와 지켜야만 행동과 생각을 조화롭게 알려주기 위해 갈등과 화해가 뒤섞인다. 그 마음의 중심에서 나는 판단을 내려야 하며 납득이 가도록 설명을 해야 한다. 신기하다고 생각하지만 어른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한 번 더 생각하고 기다려주는 자세는 부모와 아이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그 순간이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고 자신의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기회로 보이기 때문이다. 화나고 슬프고 즐겁고 하는 마음은 통제할 수 없다. 통제해서도 안된다. 아이의 분노와 슬픔을 표출하면서 천천히 진정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어찌 보면 지금 겪는 가장 힘든 과정이라 생각한다. 잘 생각해보면 아이보다 어른들에게 먼저 필요한 훈육이라 생각한다. 특히 분노는 우리가 잘 다스려야 할 부분이다. 한 번의 폭발이면 쉽사지 진정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개인적으로 화가 나면 잠시 그 상황을 벗어나거나 걷거나 심호흡을 한다. 평생 연습해야 하는 부분이다. 사람의 마음, 특히 부모의 태도는 아이의 성장과 연결되기 때문에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

 


옳고 그른것에 대한 기준을 알려주고 보여주는 부모가 돼야만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아이의 행동을 제제하려는 반작용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정말 어렵고 힘들다. 자식농사의 고단함을 매일같이 느낀다. 부모도 사람이기에 감정적으로 육아에 지쳐있다 보면 감정이 들쑥날쑥 해진다. 더욱이 육아가 부모 개인의 삶에 중심으로 자리 잡는 순간 자신은 후 순위로 밀려나게 된다. 마주 보고 있으면 좋다가도 밉고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고 그립고 못해준 것이 생각나서 슬프다. 감정의 폭풍에 시달리고 결국 '나는 누군가'에 대한 질문이 날아오게 된다. 바로 힘들다고 지쳐버린 시기에.

 

 

날씨에 상관없이 최근엔 하늘을 자주 본다. 파랗고 넓은 하늘에 구름 몇 조각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잔뜩 먹구름이 낀 날도  무게감과 웅장함을 느끼게 하는 짜릿함이 있다. 하늘은 언제나 볼 수 있어서 좋다. 하늘은 나에게 여유를 준다. 하늘을 보면 멍하니 있는건 무조건 반사 같은 행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말없이 바라본다. 바람이 불며 나뭇잎들을 흔들며 소리마저 나를 차분하게 만든다.

 

 

아이와 내가 바르게 성장하고 있는건가. 바르게 훈육하고 아이의 마음을 잘 보듬고 있는가. 하늘을 보는 시간은 내게 질문을 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초록 파랑 하양의 완벽한 조화_하늘맛집

 

귀염둥이들 미안하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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