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면서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본다. 여러 가지 주제를 마치 끝말 잇기하듯 연결시켜 작성해 본다. 의외로 이런 식의 글을 쓰면 재미있는 생각도 떠오르고 새로운 글감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먹고살기 위한 글이 아니다 보니 진심은 있으나 전문성이 떨어진다. 명확한 주제로 탄탄한 글의 흐름을 만드는 기술 또는 관련된 내용을 흥미롭게 엮어내는 힘이 많이 부족하다. 오히려 부족함이 있어서 어떻게든 쓰려는 의지가 계속되는 건 사실이다. 글쓰기 자체는 즐겁지만 간혹 내용이 지루할 때가 있다. 권태기임을 받아들이고 그 감정을 물 흐르듯 보내기 위해 주제와 주제를 연결 지어 쓰기를 하고 있다. 여러 가지 글감을 맛보고 내게 맞는 것을 찾아 굵직한 뼈대를 만들어 보고 싶다.
이 글이 탄생한 배경은 사소하다. 퇴근길에 싸락눈이 세찬 바람에 섞여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쓰지 않고 그냥 가볼까 했다. 생각보다 얼굴에 내리 꽂히는 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따가웠고 머리와 옷이 젖는 게 싫어서 결국 우산을 쓰고 걸었다. 세찬 바람을 밀어내며 우산이 뒤집어지지 않도록 요리조리 윈드서핑을 하고 있었다. 앞에서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사방에서 오는 차들의 불빛을 느끼며 걸어갔다. 횡단보도에 도착했고 바람이 잠잠해져 잠시 우산을 머리 위로 쓰고 있었다. 밝은 신호등과 가로등 그리고 미세하게 흔들리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반짝이는 광고판도 보인다. 그리고 아래의 글이 시작됐다.
1. 특정 목적지로 향할 때 정확하게 잘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이정표를 따라가는 것이다. 이정표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히 표현되어 있다. 그래도 초행길은 아무래도 혼란스러울 수 있다. 여건이 된다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교차확인 하는 상황이 최선이다. 정해진 답변만 하는 이정표가 갖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이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다 우연히 지름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음 사람에게 이로운 정보전달이 가능해진다.
2. 이로운 정보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학습하는 과정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혼자 공부하기보다 함께 모여 토의하면 서로에게 유익한 정보가 될 법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초등학교 시절 조별로 나뉘어 배치된 자리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다각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꽉 막혀 보였던 길에서 숨은 지름길을 찾는 일이 생긴다.
3. 길 위에 어지럽게 널브러진 듯 자기를 봐달라고 번쩍거리는 광고들은 적극적인 이정표다. "어디에서 모이자!"처럼 똑 떨어지는 약속을 정하지 길 위를 배회하며 목적지를 정하는 일들이 있다. 지금처럼 인터넷에 정보가 가득하지 않던 시절엔 길 위에서 건물이나 바닥에 우두커니 서있는 간판을 보고 고민 끝에 방향을 결정지었다. 간접경험이라는 게 많지 않았다.
4. 건물 외벽에 걸리는 간판 치수의 규제가 지금과는 달라 번잡했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광고 또는 간판이라는 단어보다 '반신반의'라고 하는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들어가서 경험해야 알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간접경험의 폭이 넓어진 환경이 정말 고마울 따름이고 이정표다운 이정표가 되었다.
5. 음식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내 삶 중 하나 이상의 이정표가 된다. 납작한 식판 위 놓여있는 반찬들은 광고가 되고 가장 인기 있는 광고와 비인기 광고로 나뉜다. 너무 인기만 쫓아가면 미래의 내 건강 이정표에 빨간불이 들어올 것이고 반대로 비인기 부분으로 치우치면 삶이 심심해진다.
6. 경험을 통해서 강약을 조절하고 순함과 독함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게 된다. 매일 먹는 밥상은 내게 이런 존재다. 내가 매일 먹은 음식을 기억하려는 이유다.
- 이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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