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_갑진년/끼니챙겨요

[직장인 한끼-10] 점심 저녁 메뉴...송별회식

솔트리오 2024. 1. 2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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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수 있나요

지난주. 기억나는 회사일은 오랜 동료의 퇴사다. 살기 위해 먹고 먹기 위해 일한다. 그럼 조금 더 나은 조건에서 일을 하면 어떻게 되나. 떠나는 것이다. 더 나은 근무조건을 찾았고 떠나겠다는 마음을 결심한 동료를 붙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닥칠 업무의 부담은 깊은 한숨을 만들어낸다. 정말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동료는 떠나기 앞서 커피도 사주고 간식도 사주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떠나는 건 떠나는 거고 커피와 간식은 맛있었다. 맛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슬픔과 스트레스는 엄습하지 않았다.

 

경력자들의 연이은 퇴사. 지수함수가 떠올랐다. 1명이 나갈 때는 그래 그럴 수 있어하며 다음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다. 2명이 나갈 때는 업무의 체계를 다시 잡아야겠어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재가 귀한 이 바닥에서 경력직 두 명의 퇴사는 살짝 녹아 끈적해진 젤리 같았던 나를  완전히 녹여서 새로운 틀에 부어져 또렷한 모양을 갖추도록 했다. 아직 준비가 덜 됐는데 여기저기에 잔뜩 힘이 들어가야만 했다. 일단 밥이나 먹자. 먹어야 앞으로 헤쳐갈 방법을 팀장님과 함께 모색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또한 잊히리라.

점심(제육볶음) & 저녁(부대찌게)

 

이 회사에 뼈를 묻는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마인드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일이 몰렸을 때 퇴사를 결심했기 때문에 대장님이나 높은 분들은 퇴사를 결심한 동료에게 회유했다. 동료와 나름대로 고민을 나누면서 조건을 들어보니 그 어떤 회유에도 지금의 회사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었다. 그래 언제나 말했다. 이 회사가 너의 소유가 아닌 이상 널 책임져주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엔 본인의 소유여도 경영능력이 부족하면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나름대로 고생했고 밤을 새우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송별회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떠나는 사람이 뭐가 좋아서 밥까지 사주냐며 대장님의 볼멘소리도 있었지만 그래도 술 한잔 기울였다.

족발 & 매운족발

 

송별회 메뉴는 족발. 고기를 굽는 건 시간도 걸리고 계속해서 움직여야 하다 보니 이야기하는데 걸리적거린다는 팀장님의 의견에 따라 족발로 결정됐다. 그러고 보면 회식자리가 고기를 굽는 식당이라면 주변의 소음이 너무 커서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긴 했다. 크게 얘기하다 보면 불판 쪽으로 침이 튀기도 해서 사실 괜찮은 메뉴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매운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운 족발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송별회지만 떠나는 아쉬움이나 속상함을 내뱉는 자리는 아니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평상시처럼 말하고 껄껄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자꾸만 한숨이 나왔지만 자꾸만 전화위복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났다. 이 업무의 능력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높은 경지로 가는 것은 어떤 것이든 어렵지만 나중에 체력이 더 떨어져 어렵게 하기보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어려운 문제를 빨리 접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관리도 필요하고 인재관리도 필요했다. 때문에 온몸에 너무 힘을 주지 않는 것이 필요해졌다.

점심(쟁반짜장)

 

회식 다음 날. 이상 없이 출근했다. 물론 알딸딸한 기분이 들어서 오전 업무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지만 간단하게 해장을 하고 오후 업무는 약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할 수 있었다. 회식날은 생각보다 술을 많이 먹지 않아서 다음날 해장을 위한 국물류가 생각나지 않았다. 기분 좋게 취한 다음날은 국물이 가득한 음식을 먹지 않아도 속이 풀리는 기분이 든다. 대학교 시절엔 피자, 햄버거,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며 해장을 했던 기억도 있다. 쟁반짜장으로 든든히 속을 채워주고 떠나갈 사람의 업무를 하나씩 받을 준비를 했다.

점심(비빔밥)

 

업무 인수인계가 진행됐다. 이 과정도 사실 2주 정도 시간을 들여가면서 이어받아야 하는데 그럴만한 상황이 못됐다. 각자의 일에 집중하기 바빴기 때문에 잘라서 붙여 넣듯 한 번에 받는 수밖에 없었다. 비빔밥처럼 고루고루 섞여야 맛을 내는데 다 식은 음식을 억지로 섞는 기분이라 조화로운 맛이 없었다. 형식적으로 업무를 이어받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전화하겠다는 식으로 단기간의 인수인계 과정을 마무리 지었다.

 

떠나더라도 정리는 확실한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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