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_임인년/일상

마법사의 세계

솔트리오 2022. 11. 2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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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법사로부터 전화가 온다. 갑자기 뭘까. 왜 갑자기 전화지?. 반복된 질문 후 숨을 고르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 마법을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내가 잘 못한 건 없으면 잘 못된 일도 없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강인한 마음을 온몸에 둘렀다. 후... 전화의 진동소리가 방어막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방어력이 더 약해지기 결단을 내려야 한다. 3,2,1! 받았다. 전화 너머로 궁금함과 불만이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또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화로 업무를 받았다. 방어막이 깨져버렸다. 이미 결론이 난 듯한 내용이었지만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니 자료를 간단하게 하나 만들라는 주문이다. 기초적인 수준의 마법이지만 마법사의 수준에 따라 영향력은 천지 차이다. 마법으로 치명상을 입은 상태다. 신경이 곤두서고 목이 탄다. 일단 물 한잔을 먹고 어찌해야 할지 생각해본다. 다행인 건 보고의 단계가 회사의 오너까지 가는 건 아닌 점이다. 내가 전화로 받는 업무의 보고 수준은 공장장 수준까지다. 그 이상은 우리 팀장님의 전화를 통해 들려온다. 그러다 보니 팀장님이 긴장하며 전화를 받는 모습은 달갑지 않을 때가 많다.


본인 : 으... 어디 보자... 어떻게 정리를 하면 좋을까나.


일단 부장님께 보고를 드린다. 현재 상황에 이런 일이 있었고 이런 식으로 대응해보려 한다는 간단한 자료를 만들어 보인다. 우리의 팀장님의 마법은 디테일하다. 말로 하는 마법은 잘 사용하시지 않는다. 종이와 펜의 마법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신다. 아마도 기본적인 성격과 과거 혹독한 업무강도에서 견뎠으며 그 과정에서 젊은 팀장으로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이 상급 마법사를 물리칠 수 있는 강력한 스킬을 지닐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팀장님의 마법으로 나의 방어전은 어렵지 않게 견뎌낼 수 있었다. 역시 부장님이었다.


연말이 다가오면 부장님은 우리 팀만이 가질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합성하신다. 바로 올해 업무성과다. 이 팀에 입사하고 부장님이 우리 팀장님으로 오신 후 우리 팀의 실적은 늘 상위권이었다. 타 부서는 늘 우리 팀에 와서 정보를 얻어갈 생각만 한다. 과거에 여러 차례 당했다. 같은 회사지만 남의 회사같이 행동할 때 정말 미워진다. 우리에게 일을 떠넘기듯 하는 것과 모든 일의 시작과 끝엔 항상 우리 팀이 엮인다. 아마 회사 업무상 그리고 조직의 구조로 볼 때 어디든 엮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기록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기록 자체가 우리 팀의 재산이 될 정도다.


기록과 협상의 기술은 회사에서 배우는 최고의 스킬이라 생각한다. 나는 회사에서도 분명히 말한다. 회사가 내 평생을 책임지지 않으니 밖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도구나 기술은 나만의 것으로 응용해 사용할 것이라고. 사회초년생 시절엔 하루빨리 기술을 깨우치기 위해 회사 업무에 몰입 후 번아웃에 빠진 일도 많다. 주말도 없던 시기였다. 그때 드는 생각은 무얼 위해 이렇게 열심히인가 였다. 업무를 성공리에 마치고 그 순간 인정을 받는 건 앞으로 마주할 업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만든 연료가 된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는 게 문제였고 내 인생과 연결시켜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그 후에도 몇 번의 번아웃과 회사 밖에선 아무런 대단함을 느낄 수 없는 나를 보게 됐다. 그 사실을 깨우치고 회사 업무에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때부터 내게 필요한 기술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 내가 성장하기 위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회사는 늘 바쁘고 치열하다. 수많은 마법사들의 마법에 견뎌야 하고 자신의 마법으로 다른 사람들을 지휘할 줄 도 알아야 한다. 나의 특기는 기록의 마법이다. 지금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지만 세월이 흘러 쌓이면 가장 강력한 무기도 되고 방어막도 된다. 조급하게 지금 당장 이룰 수 있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견고함을 지닐 수 있는 마법이 내겐 훨씬 매력적이었다. 내가 하는 일은 잘 될 것이란 생각도 꾸준히 하고 내 마음을 조금씩 그려보고 있다. 나를 사랑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고 실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엔 어떤 마법사를 만나도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다. 멘털이 조금은 성숙해졌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비교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세상을 보는 관점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마법사를 위한 마법학교 하나쯤은 더 생겨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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