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_임인년/일상

사랑을 나누는 방법 헌혈! 9회차

솔트리오 2022. 11. 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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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주기로 헌혈을 한다. 도움을 받고 사는 사람보다는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하고 있다. 선물 받은 내 인생에 뿌듯함으로 채울 수 있는 방법 중 한 가지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헌혈의 집은 회사에서 1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거리는 가깝지만 업무시간을 피해 보면 헌혈이 가능한 시간은 제한적이다. 점심시간이나 일과 후 시간을 이용하는 게 전부다. 혈장과 혈소판 헌혈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채혈시간이 짧은 전혈을 할 수밖에 없다. 이번 9회 차 헌혈은 점심시간이 조금 이른 점을 이용해 11시 30분으로 예약했다. 전자문진도 미리 해놓아서 헌혈의 집에서 조금 기다린 후 의사 선생님 문진 시간을 갖는다. 간편해진 점은 지문등록을 해두면 신분증을 가져갈 필요 없이 헌혈에 참여할 수 있다. 헌혈을 하고 나면 도장을 하나씩 받는다. 이것도 헌혈을 꾸준히 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올해 말에 10번을 채울 수 있다. 사실 헌혈할 때 바늘이 들어가기 직전 바늘 끝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예방접종 주삿바늘과는 다르게 그 속이 까맣게 보인다. 간호사님께서 헌혈 전에 소독약 두 가지를 헌혈 부위에 슥슥 돌려가며 발라주신다. 소독약 냄새보단 그 시원함에 살짝 긴장이 된다. 후... 시작됐다.


간호사님 : 바늘 들어갑니다. 따끔해요. 따끔(작은 소리로)

본인 : 따끔!!(이번엔 지난번보다 살짝 따가웠다.)

간호사님 : 잘 참으셨어요. 피는 잘 나오고 있고요. 불편하신 곳 있으세요?

본인 : 아뇨. 없어요.

간호사님 : 불편하신 부분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헌혈 기계 : (지잉지잉)

피가 잘 돌고 있군

잘 참았다는 말에 뿌듯함이 느껴졌다. 다른 때 보다 팔이 조금 아프긴 했는데 전혈 시간은 5분 정도 소요되기에 참을 만했다. 생각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헌혈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지난번엔 저녁 6시에 예약을 해서 갔는데 그때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았다. 물론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온 친구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게 어딘가 바늘이 주는 약간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헌혈을 하는 그 모습이 너무 멋졌다. 사실 나도 헌혈을 그렇게 시작했다. 다만 그때와 지금의 큰 차이라면 그때는 점수를 위한 봉사지만 지금은 나와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예약을 하지 않고 오신 분들 중엔 약을 복용 중 이거나 건강상 휴식이 필요하신 분들은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여럿 봤다. 다행히 나는 다시 돌아간 적은 없었다. 헌혈이 끝나고 이제 바늘을 뺐다. 이때도 약간의 따끔함이 있지만 너무 순식간이라 앗! 하는 순간 끝나버린다. 이젠 15분 정도 지혈을 해준다. 강하게 압박해주기 때문에 팔이 조금은 저리다. 바늘이 빠져나가니 몸도 편해지고 헌혈을 무사히 마쳤으니 마음도 편안해졌다. 회복하고 있는 중에 내 옆에 한 중년의 여성분이 오셨다. 그러자 한 간호사 분이 난색을 표하셨다. 왜 그런가 궁금했는데 혈관을 찾기가 어려우신 분이라고 하신다. 지난번에 고생했음에도 헌혈을 하러 오시는 걸 보면 용기 있는 분들도 참 많다. 회복하는 동안 내 옆자리에서 혈관을 찾는 모습을 지켜봤다. 한 참을 바늘과 씨름을 한 끝에 헌혈자분이 살짝 움찔하셨고 드디어 헌혈이 시작됐다. 그 모습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지만 내가 그분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다음에 또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간호사분의 인내와 용기가 정말 멋있었다. 그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헌혈을 마치고 회복시간이 거의 다 될 무렵 간식과 선물을 받는다. 나는 주로 상품권으로 받는다. 세상 얼마나 좋은가. 다른 사람도 돕고 선물도 받고 말이다. 헌혈이 내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준다. 간식을 받고 뿌듯한 마음을 가득 안고 회사로 복귀한다.

 

 

처음 헌혈을 한건 고등학생 2학년일 때다. 첫 헌혈 후 깜짝 놀란 건 내 혈액형이 엄마가 알려준 것과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그날 새로운 사실을 엄마에게 말했다. 그래서 내 첫 헌혈은 내 혈액형이 바뀐 날과도 같았다. 그래서 그랬는지 새롭게 알게 된 혈액형에 대한 성격을 입력하는 기분이었다. 그 당시는 혈액형으로 성격 유형을 나누던 시기였다. 총 네 가지 유형으로 확률로 따지면 25%의 확률로 누군가의 성격을 예측 가능했다.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사람의 성격을 어떻게 4가지 혈액형에 따라 분류할까라는 생각은 여전히 남아있다. 대단히 대단하다는 생각뿐이었다. 지금은 발전된 모습으로 MBTI라는 거창한 네임을 달고 성격을 더 세분화시키지 않았는가. 과거에 비해 세상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사람에 대한 분석이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어느덧 9회_10-1=9

 


헌혈에 대한 뿌듯함을 처음 느낀 건 지정헌혈 후였다. 아내 덕분에 알게 됐고 그게 9회까지 달려오게 만든 힘을 만들었다. 어느 날 아내가 내게 물었다.


아내 : 자기 혈액형이 ♥형 맞나?

본인 : 응 맞지. 혈액형은 왜?.

아내 : 우리 모임 중에 OOO동에 사는 언니의 어머니가 수술을 하시는데 혈액이 급하게 필요하시다는데 그분이 ♥형이라고 하셔서. 병원에서도 피가 부족해서 수혈하기 어려운 상황이래. 그래서 다른 언니들이 먼저 소식을 들어서 헌혈 부탁한다고 공지 올리고 있거든.

본인 : 병원에 혈액이 부족하데?. 그럼 해야지 어려운 일도 아닌데. 어떻게 하면 되는데?.


그때 처음 알았다. 병원도 혈액이 부족할 수 있고 긴급한 상황에서는 지정헌혈을 통해 혈액공급을 받는 사실을. 그다음 날 바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헌혈을 했다. 이렇게 시작했던 헌혈이 이제 두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하는 나와의 약속이 됐다. 조금 더 빨리할걸 이라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헌혈이야 말로 젊고 건강할 때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이다. 가끔 사무실 직원분들께 헌혈에 대해 말한다. 헌혈을 하면 혈액검사도 되고 기분도 좋고 간식과 선물까지 받는다고 말이다. 언젠가 한번 재미로 MBTI 검사를 한 적이 있는데 다른 사람 돕기를 좋아하는 유형이라고 나온 것 같았다. 맞는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나면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가 생긴다.

 

 

이익창출이 신격화되는 현시대에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생각하며 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부터 사랑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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